비기간제 근로자 월급, 1년 전보다 16% 감소
'근속 기간·주당 취업 시간'도 가장 많이 줄어
코로나 직격탄 업종…"비기간제, 위기 일선에"
"고용 안정 지원책·법규 준수 감독 강화" 제언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정규직 내에서도 더 큰 격차를 만들어냈다. 식당·학원·옷가게 등에 많은 '비기간제 근로자'의 임금이 30만원 이상 깎였고, 이들의 주당 취업 시간·근속 기간도 줄였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비기간제 근로자의 올해 6~8월 평균 임금은 174만1000원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전년 동기 207만원 대비 32만9000원(-15.9%)이나 감소했다.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생 등이 포함된 '시간제 근로자'(-2만4000원)나 일용직 등이 있는 '비전형 근로자'(-4000원)보다 줄어든 폭이 더 컸다.
비기간제 근로자란 구두로든 근로 계약서상으로든 근무 기간이 끝나는 날을 정해두지 않은 비정규직 근로자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언제까지 일하자'고 못 박지 않고 고용해 쓰는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비기간제 근로자는 음식·숙박업, 교육 서비스업, 도·소매업 등에 많다. 식당 종업원·학원 강사·옷가게 점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기간제 근로자는 주당 평균 취업 시간도 가장 많이 감소했다. 작년 8월 35.9시간을 일했던 비기간제 근로자는 올해 같은 달 1.8시간 줄어든 34.1시간밖에 일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비전형 근로자는 1.2시간, 시간제 근로자는 0.1시간 줄어들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간제 근로자와 정규직은 각각 1.3시간·1.9시간 증가했다.
평균 근속 기간도 마찬가지다. 올해 8월 기준 이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2년6개월로 전년 동기 3년7개월 대비 1년1개월 줄어들었다. 이 기간 비전형 근로자는 1개월 감소(2년6개월→2년5개월)했고, 시간제 근로자는 1년9개월 그대로였다. 1년 계약직 등 '기간제 근로자'는 2년2개월에서 2년5개월로 오히려 3개월 늘었다.
비기간제 근로자가 많은 업종은 대부분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매출액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직원의 고용 유지에 한계를 느낀 사업주가 이들의 임금을 깎고, 근무 시간을 줄이다가, 결국에는 해고를 통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올해 8월 비기간제 근로자 수는 67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98만5000명 대비 31만 명(-31.5%)이나 줄어들었다. 이 기간 기간제 근로자는 13만3000명, 시간제 근로자는 9만7000명, 비전형 근로자는 2만8000명 증가했다.
고용 정책 전문가는 이런 대면 서비스업의 비기간제 근로자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의 일선에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이들의 고용 안정 지원 정책을 계속 펼쳐나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교육 서비스업은 학교 정상화와 관련성이 커 하반기에는 상황이 좀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음식·숙박업이나 도·소매업의 경우 국민의 소비 심리가 회복돼야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뉴시스에 밝혔다.
홍 실장은 이어 "사회적 거리 두기 수준이 1단계로 완화했지만, 아직 외부 활동을 마음 놓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음식·숙박업 중 특히 주점업의 어려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면서 "정부는 이들 업종에서 비기간제 근로자 등의 해고가 더 일어나지 않도록 고용 안정 지원책을 계속 펼쳐야 한다"고 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비기간제 근로자는 영세 사업장에서 근로 계약서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 중 가장 취약한 계층에 코로나19의 악영향이 더 크게 미친 것"이라면서 "정부는 최저 임금 등 현행 법규가 현장에서 잘 지켜지는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근로 조건 차별 해소에도 힘써야 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통계가 발표된 뒤 낸 입장문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정규직 고용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