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 소금 비늘
기묘한 소재와 인간의 근원적 공포를 자극하는 심리묘사로 뛰어난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을 써온 작가 조선희 작가의 작품이다. 모든 문화권에서 이어져오며 영화와 게임에서 다채롭게 변주됐던 인어가 이소설에서 특별한 인어로, 기묘한 소금 비늘을 지녔다. 백어(인어)의 몸에서만 자라난다는 비늘 모양의 진귀한 소금. 백어는 주기적으로 민물에 몸을 씻어내 비늘을 녹이고 자신을 감추며 인간세상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훔치면 불운을 당한다는 경고를 무릅쓰고도 비늘을 탐한다. 456쪽, 네오픽션, 1만3800원.
◇ 무관심 연습
모순적이고 불가해한 세상에서 부딪히고 견뎌내며 길을 찾는 인물들을 섬세하고 집요하게 그려온 작가 심아진의 첫 소설집이다. 이 책에는 '모르는 만남' '쉬운 어긋남' '따가운 얽힘' '희미한 열림' '얕은 던져짐'등 다섯 개 주제로 묶인 스물여덟 편의 소설이 실렸다. 작가는 나와 우리, 우리와 세계가 맺는 관계의 내면을 파고들어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표정과 감정을 붙잡아낸다. 작품마다 끝에 있는 '흐르는 말'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작가가 슬그머니 건네는 단상이자 작품에 대한 열쇠말이다. 276쪽, 나무옆의자, 1만4000원.
◇ 바다거북 수프를 끓이자
"소설에 나오는 요리는 뭐든 맛있을 것 같다"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는 작가 미야시타 나츠의 음식 에세이다. 이 책에는 김, 찐빵, 만두 같은 평범한 먹거리부터 아펠쿠헨, 애플파이 같은 손이 많이 가는 디저트까지 다양한 음식과 그에 얽힌 일화가 펼쳐진다. 작가 미야시타 나츠 가 그려낸 식사 장면은 우리의 홀대받은 하루를 위로한다. 공부에, 일에, 육아에 탈탈 털린 하루,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웠다면, 저자가 맛의 언어로 차려낸 가정식을 권한다. 이지수 옮김, 292쪽, 마음산책, 1만4000원.
◇ 엄마의 반란
19세기 미국 페미니즘 작가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첫 국내 단편집으로 한국국에서 아직 주목받지 않은 그의 작품 중 페미니즘이 녹아 있는 단편들을 엮었다. 이 책에 실린 작품 네 편은 무던하게 살아가던 여성들이 강인한 인간으로 빛나는 순간들을 담았다. 시골 농가에서 가정을 부양하며 살아온 한 어머니, 소박하지만 기품 있게 살아가는 중년의 자매, 오랜 약혼자와의 결혼을 앞둔 여성, 겨우 삶을 유지해가는 늙고 쇠약한 자매 등 작가가 표현한 그녀들은 변화를 앞둔 갈림길에서 예상치 못했던 강단 있는 결단을 내리며 주체적인 삶을 개척한다. 이리나 옮김, 140쪽, 책읽는고양이, 9900원.
◇ 위대한 미국 소설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장편소설 '위대한 미국 소설'은 야구의 열성 팬으로 알려진 로스가 쓴 유일한 야구 소설이다. 로스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그려지는 메이저리그의 간략한 역사와 커다란 은유처럼 등장하는 야구계 일화들이 실소와 감탄을 자아낸다. 미국 애국주의의 슬로건 그 자체인. 야구는 모든 계급과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공통적인 관심사와 충성심, 의례, 열정, 적대감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일종의 세속 교회다. 로스의 이러한 야구관이 녹아 있다. 김한영 옮김, 604쪽, 문학동네, 1만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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