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 직행했다 5분만에 상한가 풀려
거래 폭증에 26%하락…시총 33위 밀려
엔터주·고공모가·BTS의존도 등 한계도
매도 시점 놓쳐 '탄식'…방시혁 3조 부자
[서울=뉴시스] 이승주 유자비 신항섭 기자 = 글로벌 아티스트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가 15일 코스피 상장 첫날 기대와 달리 하락 마감했다. '쩐의 전쟁'으로 여겨지는 역대급 청약 경쟁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탄식이 장중 계속됐다.
빅히트는 상장 첫날 시초가(27만원)보다 4.44%(1만2000원) 하락한 25만8000원에 마감했다. 공모가(13만5000원)를 하회하는 수준까지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상장 직후 최고가(35만1000원)와 비교하면 26.49% 급락한 셈이다.
빅히트는 개장과 동시에 '따상'에 직행했지만 이내 상승폭이 줄어들다 하락 전환했다. '따상'은 개장과 동시에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출발한 뒤 그 가격에서 30% 오른 상한가로 직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한가 풀리자…매물 '우르르' 거래 폭증
빅히트는 개장 전부터 매수 주문이 계속되면서 공모가의 약 2배인 27만원에 시초가가 형성됐다. 시초가는 오전 8시30분〜9시에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에서 결정되는 만큼, 최대치로 시작한 셈이다.
이에 힘입어 개장과 동시에 '따상'에 직행했지만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상한가가 풀렸다. 이를 본 투자자들이 물량을 던지면서 매물이 풀리기 시작했고, 이후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상승폭이 줄었다. 이날 빅히트 전체 거래대금은 약 1조7472억원에 달한다.
이후 손바뀜이 계속되면서 주가는 연이어 하락했다. 상장 3시간 만인 정오께 시초가 기준 보합권에서 거래되더니 오후 1시께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시가총액도 장 초반 11조6000억원대에서 8조7323억원으로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 순위는 29위에서 33위로 밀렸다.
◇정작 뚜껑 열었더니…"BTS만 너무 믿었나"
빅히트는 공모주 청약으로는 역대급 흥행을 거뒀지만 막상 상장 후 성적은 빈약했다. 직전 청약 최고 경쟁률을 거둔 SK바이오팜을 거뜬히 제치면서 상장 후에도 SK바이오팜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따상' 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 SK바이오팜은 상장 후 '따상상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3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한 바 있다.
빅히트는 청약 초기부터 올해 IPO(기업공개) 대어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게다가 상장 전 BTS 신곡이 미국을 비롯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청약 전부터 증거금 1억원을 넣어도 1주도 배정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됐다. 하지만 청약 결과도 그 정도 수준에는 못미쳤고 상장 후 주가는 기대보다 더 부진했다.
이 같은 흥행 참패 배경으로는 엔터주의 한계가 꼽힌다. 실제로 빅히트 주가가 부진하자 이날 다른 엔터주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상장 전부터 제기됐던 공모가 고평가 논란도 반복된다.
빅히트가 BTS 의존도가 높은 만큼 멤버들의 입영 이슈 등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도 거론된다. 실제로 상장 전 BTS 멤버의 발언이 중국 내 파장이 일자 향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점에서 기관들이 대거 매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코스피 기관 순매도 1위 종목이 빅히트(422억원)였다.
◇매도 시기 놓친 개미들 "물렸다" 탄식도
상장 후 최고가에서 연이은 하락세를 이어가자 매도 타이밍을 놓친 개인투자자들의 탄식이 계속됐다. 공모주 투자자가 상장 직후 35만1000원일 때 바로 매도했다면 1주당 21만60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장이 마감될 때까지 매도하지 못했다면 주당 수익은 12만3000원에 그친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시작한 만큼 27%하락해도 여전히 공모가 대비 높은 수준이지만, 기대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특히 공모가 자체가 높은데다 청약경쟁도 치열해 청약 당시 '쩐의 전쟁'이라 불렸던 만큼,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금을 영혼까지 끌어모았을 개인투자자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온라인 종목게시판에는 "엔터주가 시총 10조는 무리였다", "여기 저처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하신 분 있나요", "내일 하한가 가는거 아니냐", "개미들의 피 땀 눈물(BTS 음원 제목 패러디)" 등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방시혁 3조원 돈방석에…멤버 1인당 176억씩
그럼에도 최대 주주 방시혁 빅히트 의장과 BTS멤버, 게임회사 넷마블 등은 큰 수익을 거두게 됐다. 우선 방 의장은 3조원 돈방석에 앉게 됐다.
방 의장이 보유한 빅히트 지분은 34.7%(1237만7337주)에 달한다. 종가 기준 지분평가액은 3조1933억원으로 '따상'에 성공했을 때 기대됐던 4조3444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당당히 주식부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BTS멤버들은 1인당 176억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앞서 방 의장은 BTS 멤버 7인에게 총 47만8695주를 증여했다. 멤버 1인당 6만8385주 규모다. 2대 주주인 넷마블은 708만7569주(지분율 19.9%)를 보유해 지분가치가 1조8286억원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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