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방탄소년단, 아제르·아르멘 교전 이유 아세요?"

기사등록 2020/10/15 16:11:32

아제르 팬들, 트위터에 '한글'로 교전 알려

나고르노-카라바흐 놓고 약 20일째 교전

지난 10일 임시 휴전했지만…전운 계속

[스테파나케르트=AP/뉴시스]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 주도 스테파나케르트에 있는 방공호에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아르메니아 군이 이날 오후 9시께 예블라흐에 있는 BTC 송유관을 목표로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면서 이는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르메니아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10.07.
[스테파나케르트=AP/뉴시스]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 주도 스테파나케르트에 있는 방공호에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아르메니아 군이 이날 오후 9시께 예블라흐에 있는 BTC 송유관을 목표로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면서 이는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르메니아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10.07.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우리에겐 이름도 생소한 카스피해 연안국의 국민들이 '한글'로 된 트위터를 연이어 게시하고 있다.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트위터에 답글을 다는 식으로 말이다.

15일 트위터에서는 "교전으로 인해 콘서트에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아제르바이잔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는 소소한 게시물부터, "BTS,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민간인이 살해당하고 있습니다"라는 강한 호소문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엔에서 연설을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BTS가 이들의 내전 상황을 주목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양국의 교전 상황을 우리말로 설명한 유튜브 영상도 있다.

과연 이들 국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서울=뉴시스] "아제르바이잔에서 글을 씁니다".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트위터 계정에 아르메니아와 교전 중인 아제르바이잔의 팬들이 연이어 글을 게시하고 있다. 유엔에서 연설을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BTS가 아제르바이잔의 내전 상황을 주목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사진=트위터 캡처) 2020.10.15.
[서울=뉴시스] "아제르바이잔에서 글을 씁니다".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트위터 계정에 아르메니아와 교전 중인 아제르바이잔의 팬들이 연이어 글을 게시하고 있다. 유엔에서 연설을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BTS가 아제르바이잔의 내전 상황을 주목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사진=트위터 캡처) 2020.10.15.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놓고 무력 충돌

교전이 시작된 건 지난달 27일로 벌써 약 20일째 난투극이 이어지고 있다.

옛 소련의 영토였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인 코카서스 산맥의 남쪽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다. 양국 갈등의 핵심 이유는 영토와 종교다.

현재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양국의 국경 지역에 위치한 자치 공화국이다. 우리 말로는 '산악의 검은 정원'이라는 뜻으로 크기는 제주도의 2.5배 수준이다.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인구는 대부분 아르메니아인으로 기독교계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며 각국이 독립 국가를 형성하던 당시 아제르바이잔에 포함이 됐다. 무슬림이 95%인 아제르바이젠과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섞일 수 없었다.

이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1988년 자체적으로 독립공화국을 선포, 아르메니아와 통합을 시도하고 나섰으나 아제르바이잔의 거부로 이들의 통합은 번번이 실패했다. 1992년부터 1994년 사이에는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대규모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6년과 2019년에도 크고 작은 충돌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제법상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여전히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아르메니아가 실효하고 있어 분쟁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고르노카라바흐=AP/뉴시스]14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내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 마르투니 마을에서 주민들이 모병소에서 받은 AK-47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약 3주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교전을 이어가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지난 10일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으나 그 후 서로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0.10.15.
[나고르노카라바흐=AP/뉴시스]14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내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 마르투니 마을에서 주민들이 모병소에서 받은 AK-47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약 3주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교전을 이어가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지난 10일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으나 그 후 서로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0.10.15.


◇'나고르노-카라바흐', 양보할 수 없는 이유는?

민족도 종교도 다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아제르바이잔이 포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자원'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산유국으로도 잘 알려진 국가다. 우리나라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제르바이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4800달러(550만원) 수준이다.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은 아제르바이잔의 주요 먹거리다. 아제르바이잔 전체 수출액의 80%가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액일 정도다.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이 카스피해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가스관이 지나는 곳이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아르메니아가 나고르고-카라바흐 영유권을 포기하고 철수해야만 휴전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6일에는 아르메니아가 바쿠(아제르바이잔), 트빌리시(조지아), 세이한(터키)을 연결하는 'BTC' 송유관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를 "테러 행위"라고 부르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럽·중동 모두 나서 휴전 촉구

양국의 교전에 유럽과 중동이 모두 나섰다.

이란은 가장 먼저 휴전안을 위해 나선 국가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와 국경을 맞댄 이란에서는 양측의 오발로 국경지대 민간인이 부상을 입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지난 5일 구체적인 휴전안을 마련해 모든 관련국과 대화 중이라고 발표했다. 또 "양국의 적대행위가 이란 영토까지 확대해서는 안된다"고도 경고했다.

아제르바이잔과 같은 이슬람계 국가인 터키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제르바이잔의 형제들을 돕겠다"고 선언하며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실제 터키가 시리아 용병을 투입해 아르메니아와 격투를 벌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력한 중재에 나선 건 러시아다. 러시아는 지난 9일 모스크바에 양측의 대표단을 불러 약 8시간의 회담을 진행했다. 이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0일부터 포로 및 사상자 교환을 위한 일시 휴전에 돌입한다"며 낭보를 전했다.

미국, 프랑스 등도 향후 협상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스테파나케르트=AP/뉴시스]13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내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 주도 스테파나케르트에서 아제르바이잔의 포격으로 파괴된 집 마당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2주간의 무력충돌 끝에 지난 10일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으나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0.10.14.
[스테파나케르트=AP/뉴시스]13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내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 주도 스테파나케르트에서 아제르바이잔의 포격으로 파괴된 집 마당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2주간의 무력충돌 끝에 지난 10일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으나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0.10.14.

◇임시 휴전 합의했지만…사라지지 않는 전운

10일 휴전 발표 이후 4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는 산발적인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아르메니아 총리는 14일 대국민 연설에서 터키와 손을 잡은 아제르바이잔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너무나 중대한 전쟁이기 때문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모든 잠재력을 동원해, 결정적으로 적을 멈추게 하고 승리를 거두자"면서 "나아가 나가르노-카라바흐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자"고 말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정전 협정을 위반한 건 아르메니아라며, 이들이 민간인이 사는 마을을 공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약 20일의 교전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민간인 31명이 죽고, 168명이 부상을 당했다. 아르메니아의 병력 손실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이번 분쟁 시작 시점부터 10일까지 군인 376명, 민간인 22명이 죽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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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10/15 16:11:3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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