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감기와 비슷해 발견 어려워…전이 위험 커
EGFR 변이 폐암은 뇌전이 많아…일상생활에 큰 타격
"뇌전이시 초기에 최적화된 약물로 적극적 치료해야"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암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질병은 폐암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암 사망자(7만9153명) 중 22.5%는 폐암으로 사망했다. 2위인 간암보다 약 1.7배나 많은 수준이다.
폐암은 기침, 가래 등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진단이 어렵고 증상이 이미 나타난 경우에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망률이 높은 폐암에서 예방만큼 중요한 것이 조기에 폐암을 진단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다.
폐암은 원격 전이(다른 장기나 림프절로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44% 정도로 위암(10.9%)이나 간암(15.3%) 보다 훨씬 높은데다, 원격 전이 시 생존율은 7.7%로 매우 낮다.
특히 폐암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뇌전이'다. 암이 뇌에 전이되면 두통, 구토, 인지·언어장애, 걷기 어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 제대로 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뇌전이가 있는 환자는 재활 치료의 효과도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치료 이후의 삶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 폐암환자 80-85%는 비소세포폐암으로 EGFR 돌연변이가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데, EGFR 변이 폐암 환자 5명중 1명은 진단 당시 뇌전이를 동반한다. 진단 때는 없었더라도 치료도중 44%의 환자는 뇌전이를 경험한다, ,
뇌전이 폐암은 기존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전뇌방사선, 감마나이프, 수술적 절제 등을 받는다고 해도 기대여명이 약 7.8개월 정도로 짧다 . 또 방사선 치료는 비소세포폐암에 대해서는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치료 후 뇌 괴사나 위축, 치매 발생 가능성도 있다.
기존 항암치료의 경우 뇌를 둘러싸고 있는 특수한 구조인 '혈액-뇌장벽(뇌 조직과 혈액 사이에 있는 생리학적 장벽)'을 쉽게 통과하지 못해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혈액-뇌장벽 투과율이 높아진 치료제도 나오고 있다.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경우 표준 표적항암제 보다 9배 낮은 농도에서 EGFR 특정 변이에 작용하고 혈액-뇌장벽 투과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타그리소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생존 기간은 3년을 넘고, 치료 효과는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뇌전이 폐암 환자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2% 줄였고 새로운 뇌전이 발생으로 인한 질병의 진행도 대조군보다 더 적었다.
가천의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폐암은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특히 뇌전이가 발생하면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도 까다롭고 재활도 어렵다"며 "뇌전이가 있는 경우 초기부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EGFR 돌연변이 양성인 경우에는 혈액-뇌장벽 투과율이 높은 표적항암제 등 환자에게 최적화된 약물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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