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던 밀그롬, 윌슨 MBA 수업 듣다 학문의 길로
美 통신위, 민간에 주파수 넘길 때 두 사람 이론이 기여
결과는 대성공…이후 유럽 등 각국에서 이들 방식 채택
"다수의 무형 상품·서비스 경매에 최적 가격 도출 연구"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 밀그롬(72), 로버트 윌슨(83)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경매 이론'으로 주파수 등 '보이지 않는' 상품·서비스의 합리적 가치를 산출하는 데 성공, 현실 경제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연 이들로 평가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같이 경매 이론 등을 연구해온 밀그롬 교수와 윌슨 교수를 제52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이 개발한 새 경매 포맷은 어떻게 기본 연구가 사회에 혜택을 주는 고안으로 이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예"라고 밝혔다.
1960년대부터 경매 연구를 시작한 윌슨 교수는 밀그롬 교수와는 사제지간이다. 원래 민간 기업에서 근무하던 밀그롬은 스탠퍼드대에서 MBA 과정을 듣다가 윌슨을 만났다. 윌슨은 밀그롬의 재능을 알아보고 학문의 길을 권유했다고 한다.
국내 학계는 두 사람이 게임이론과 경매이론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게임이론이 급속하게 발전한 것이 1980년대 초반인데 윌슨 교수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밀그롬은 경매이론 쪽에서 많은 업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들의 공로 중 대표적인 것이 1990년대 초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실시한 주파수 경매다. 여러 개의 주파수를 경매 방식으로 민간에 넘기는 데 이 두 사람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전국·지역 단위 등 유형에 따라 100개에 달하는 사업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주파수를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들이 고안한 방식은 성공 사례로 꼽혀 이후 유럽 여러 국가들의 주파수 판매 과정에서 채택됐다.
왕규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전에도 경매이론을 연구한 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적이 있지만 그들은 하나의 상품을 놓고 파는 경매 방식에 대한 연구였다"며 "이번 수상자들은 다수의 상품에 대한 경매 방식을 연구했다는 데 의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경매 이론은 여러 경제·사회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지 않은 분야의 시장에서 최적의 가치로 배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노벨위원회는 이와 관련, "새 경매 포맷은 현재 무선 주파수대 배당, 어업 쿼터, 비행기 착륙지 할당 및 배출가스 배분 등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어업 쿼터 경매의 경우 가격은 쿼터뿐 아니라 고기의 미래 가치에 의해 결정될 수 있어 응찰자는 이 가치도 추산해야 한다. 이때 과도하게 평가해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사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위험이 잠재한다. 이때 이들의 경매 방식은 이성적인 입찰자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면서 장래 가치 추산을 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이인호 교수는 "입찰자들은 가능한 싸게 사려하고 판매자는 이들의 경쟁을 촉진시켜 비싸게 팔려고 하는데, 그런 전략적 상황에서 참여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규호 교수는 "전통적 시장의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한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연구한 것"이라고 전했다.
노벨위원회는 "경매는 경매장이 아니라 주변 모든 곳에 편재하며 우리 일상에 영향을 끼친다"며 "밀그롬 교수와 윌슨 교수는 이론과 포맷을 고안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은 물론 납세자가 고루 혜택을 보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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