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BTS 트집 잡는 중국 왜…'커진 영향력' 한류·정치적 타깃

기사등록 2020/10/12 20:50:36

[서울=뉴시스]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0일 오후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을 펼치고 있다. 2020.10.10.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0일 오후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을 펼치고 있다. 2020.10.10.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중국 일부 네티즌이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발언에 대해 괜한 트집을 잡고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 상' 수상 소감을 문제삼았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our two nations·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중국 네티즌은 "한국과 미국을 의미하는 '양국'이라는 단어 사용이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며 왜곡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애국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의 존엄을 무시했다"며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2분40초 남짓의 수상 소감에서 한국전쟁 관련 대목은 이 뿐이다. 주로 연대의 힘을 강조했다. 그런데 중국의 일부 미디어가 '양국'을 '한국전쟁의 교전 쌍방', '남녀의 희생'을 '남녀군인의 희생' 등으로 잘못 번역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과도한 해석 또는 확대 해석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일부 네티즌이 엉뚱하게 반응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한국전쟁을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돕다'라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방탄소년단의 이번 발언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군인들을 무시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 삼성전자 불매운동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차, 휠라 등 방탄소년단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국내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우선 광고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한령에도 중국은 한류의 중요한 곳

인구가 약 10억명에 달하는 중국은 한류 최대 시장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한창 개발 중이라, 한국 엔터테인먼트사들이 2000년대 초부터 공을 들여왔다. 

꾸준히 현지에서 한류가 확대됐지만 지난  2016년 7월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확정된 이후에 중국의 보복조치인 한한령(限韓令)으로 한류는 큰 타격을 받았다. 한한령이 점차 완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일로 다시 긴장감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나는 걱정도 나온다.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정치적 위력 과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22일 방송된 MBC TV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가 '환불원정대' 활동에서 사용할 예명을 짓는 과정에서 "마오 어때요?"라고 했다가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 장면. 2020.10.12.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 장면. 2020.10.12.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중국 일부 네티즌들은 이효리의 발언이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 주석을 연상케 한다며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항의 댓글 수십만개를 남겼다. '놀면 뭐하니' 측이 이효리 발언은 "특정 인물을 뜻하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관련 부분이 담긴 장면을 유료 동영상서비스(VOD)에서 삭제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여진은 남아 있다. 

◇한류에 대한 위력 과시는 중국 2030

한류에 위력을 과시하는 중국인들의 상당수는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2030 세대다. 중국에서 이들은 각각 '링링허우'(00后)와 '주링허우'(90后)로 불린다. 이른바 Z세대로 불리는 2000년대와 1990년대 출생자를 가리킨다.

시진핑 시대의 과도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첫 세대들인 이들은 강한 중화사상에 물들어 있다. 이런 부분이 맹목적 애국주의를 불러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어깃장을 놓는 것 같은 이들에게 맹목적 적대심으로 '사이버 폭력'을 발현한다는 것이다.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국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를 자처한 현지 네티즌은 소셜 미디어에 "방탄소년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중국 팬으로서 방탄소년단의 존중을 받고 싶다. 답을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중국 아미와 중국 시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향력 커진 아이돌, 정치적 타깃되다

최근 몇년 들어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K팝 아이돌 그룹은 문화외교의 첨병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프랑스 우정 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한국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축하공연의 중심도 한류그룹들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K팝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한류가 한국의 상징이 됐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0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해외 한류콘텐츠 소비자들이 한국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연상 이미지는 'K팝'(18.5%)이었다. 다음으로 '한식', '드라마', 'IT산업', '한류스타' 순이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8일 오후 베이징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출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2020.08.18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8일 오후 베이징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출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2020.08.18
한국 관련 이슈가 한류콘텐츠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39.9%로 나타났다. 2018년 대비 6.1%포인트 증가했다.

'글로벌 한류 트렌드'는 중국 편에서 한한령의 여파가 남은 현지에서 한한령(限韓令)이 최근 한류의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2017년 한류콘텐츠에 대한 부정 인식 공감도에 대한 조사 결과, 그 해 한류콘텐츠에 대한 중국 내 부정 인식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2016년 27.8%에 불과했던 한류 부정 인식에 대한 공감률이 49.4%까지 증가했으며, 5점 척도 평점 역시 3.17점에서 3.49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2016년 사드 배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류 부정 인식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정치∙외교적 갈등이 17.8%로 1위로 꼽혔으며, 가장많이 접촉한 한국 관련 이슈로 한국의 사드 배치를 지목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드 배치 이슈가 한류콘텐츠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56.7%로 나타나기도 했다.

진흥원은 "이러한 영향으로 2017년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한류콘텐츠 경험 후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 한류콘텐츠 인기도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한령이 점차 완화됨에 따라 중국에서의 한류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정치적 문제에 휘둘리지 않게, 대형 기획사 위주로 K팝 제작 시스템을 통한 현지 멤버들로만 구성한 그룹을 내놓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섣불리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중국 애국주의 광풍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기획사라도 현재 당장 뾰족한 수는 없다.

가요 관계자는 "한류의 위상이 커져 정치와 관련 부정적 이슈에 얽히는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면서 "중국은 장기적으로 볼 때, 외면하기 힘든 곳이다. 지금 당장은 중국 네티즌이 편견과 오해를 버리고, 성숙한 태도와 행동을 갖도록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젊은 세대에 대한 공부와 함께 해법 찾기를 병행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방탄소년단 파장과 관련 질문에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한중)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초점]BTS 트집 잡는 중국 왜…'커진 영향력' 한류·정치적 타깃

기사등록 2020/10/12 20:50:36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