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영화가 현실로…진화하는 '모듈형 로봇' 기술

기사등록 2020/10/10 07:10:00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어린 시절 팔과 다리를 자유자재로 분리하고 합체 시킬 수 있는 '로봇'은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 만점이었다. 지난 2007년에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는 자동차가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실사화하며 유년 시절의 꿈을 완벽하게 소환해냈다.

이제 로봇은 장난감도, 영화도 아닌 현실이 됐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 증강현실, 비전 센서 기술 등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스스로 결합하고 분리하며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는 '모듈형 로봇'이 우리 곁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스스로 분리·합체하는 모듈형 로봇

'모듈형 로봇'은 일체형 로봇이 아닌 각기 다른 부분으로 조합해 하나로 합체된 형태의 로봇이다.

10일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는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을 통해 "모듈(module)이라는 말 자체가 연결할 수도 있고 분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모듈형 로봇은 어린시절 장난감 로봇처럼 분리하거나 결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전된 형태의 모듈형 로봇은 AI 기반의 자율로봇으로써 로봇 스스로 움직이거나 사람의 옆에서 함께 제품을 조립하는데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모듈형 로봇'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일상 속에 들어오고 있다. 모듈형 로봇이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곳은 '스마트 공장'이다. 스마트 공장에서 모듈형 로봇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다양한 모듈형 로봇, 어떻게 활용되나

과거 기계화 자동화된 공장에서 로봇은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작업을 수행했다. 로봇이 거대하고 무거워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하다가 다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듈형 로봇은 그럴 걱정이 없다. 작은 몸체를 가진 모듈형 로봇은 그때그때 작업환경에 맞춰 언제든지 분리하고 다시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원하는 작업에 따라 팔 형태 로봇 등 7가지 형태 모듈로 구성된 본체를 분리 혹은 조립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듈형 AI 자율작업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지정한 목적지까지 물건을 이송하거나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 수 있다. 연구진은 비정형 작업 환경에서 로봇이 잘 움직이게 하기 위해 주행기술을 채택했고, 모바일 플랫폼에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 수 있는 모듈형 매니퓰레이터와 현장 맞춤형 그리퍼 등을 장착했다. 해당 로봇은 값비싼 로봇 전용 생산 설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제조 현장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의자 됐다가 테이블 됐다가…원하는 형태로 변신하는 '룸봇'

집 안 가구에 로봇을 결합해 새로운 가구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이 변신 로봇은 의자도 됐다가 테이블도 된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 산하 바이오로보틱스 생체로봇 연구실이 개발한 로봇 '룸봇(Roombot)'은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로 바꿨다.

[서울=뉴시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이 개발한 '룸봇'은 모듈 방식으로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다. 이 변신 로봇은 의자도 됐다가 테이블도 된다. 사진은 의자와 로봇이 결합한 모습. (출처: epflbiorob 유튜브 채널)
[서울=뉴시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이 개발한 '룸봇'은 모듈 방식으로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다. 이 변신 로봇은 의자도 됐다가 테이블도 된다. 사진은 의자와 로봇이 결합한 모습. (출처: epflbiorob 유튜브 채널)
'룸봇'은 모듈 방식으로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다. 마치 장난감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같이 쉽게 붙였다가 뗄 수 있다. 심지어 '룸봇'은 이러한 작업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다. '룸봇'의 변신 능력은 다양하다. 소파도 됐다가 침대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활용성이 크다. 사람의 움직임을 스스로 파악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돕는데도 제격이다.

'룸봇'이 세상에 나온 건 지난 2014년이다. 6년 동안 룸봇은 계속 진화해왔다. 룸봇은 AI 기반으로 새로운 연결 메커니즘 및 전자 장치, 그리퍼 시스템, 여기에 커넥트 비전 센서와 컴퓨터 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사람의 움직임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교육 현장에 부는 '로봇 바람'

아이들 교육 현장에도 모듈형 로봇의 바람이 거세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교구 중 모듈형 로봇은 쉽게 분리하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등의 재미있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쉽게 코딩이나 전기역학을 배울 수 있다. 신생 로봇 스타트업 럭스로보가 IoT를 기반으로 만든 스마트 블록 로봇 '모디(MODI)'는 13종의 모듈을 자유롭게 분리하고 추가할 수 있다. '모디'의 모듈 하나하나는 컴퓨터처럼 동작하는 MCU(Micro Controller Unit)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장난감처럼 블록을 연결하면서 코딩을 익힐 수 있다.

한편 로보라이즌이 개발한 '핑퐁 로봇'도 IoT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듈형 교육 로봇이다. '핑퐁 로봇'은 큐브라는 형태의 모듈로 연결되며 큐브들은 무선통신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링크를 이용해 분리 또는 합체된다.

◇의료현장서도 로봇이 대세…'치과수술도 척척'

의료현장에서도 모듈형 로봇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치과 수술 로봇, 복강경 수술 로봇, 연성내시경 수술 로봇 등 병원에서 로봇을 이용해 수술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수술 로봇들은 일체형으로 너무 크고 무거워 이동을 하거나 응용된 치료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최근 나오는 의료 수술 로봇들은 모듈형으로 수술에 사용하는 로봇 팔을 모듈형으로 수술 형태나 환경에 맞게 분리하거나 추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국 로봇기업 커쯔싱로봇이 개발한 '이지아폴론'은 침대형 모듈형 수술로봇으로 수술에 활용하는 2~6개의 로봇팔을 원하는 만큼 분리하거나 추가 장착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제작됐다. 영국 수술용 로봇 개발 기업 씨엠알 써지컬(CMR Surgical)도 모듈형으로 조립하고 쉽게 이동이 가능한 모듈형 수술 로봇 베르시우스(Versius)를 출시해 수술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처럼 모듈형으로 제작된 의료형 수술 로봇은 넓은 작업 범위를 확보하고 쉽게 이동시킬 수도 있어 앞으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빠르게 비대면 의료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병원에 효자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트랜스포머 영화가 현실로…진화하는 '모듈형 로봇' 기술

기사등록 2020/10/10 07:10: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