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돈 콘크리트 단지에 붓고"...중기부 초대장관, 작심비판

기사등록 2020/10/03 05:00:00

홍종학 전 장관, 신저에서 중기부 등 공무원 사회에 날선 비판

"스타트업 지원 공간이 산업단지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많은 예산 들여 데이터 갖춰놓고 실제로 거의 사용하지 않아"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19.03.29.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19.03.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초대 장관이 최근 장관 재임 시절을 회고하는 저서를 내고 ‘친정’인 중기부를 비롯해 공무원 사회를 겨냥해 매서운 비판을 해 화제다.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스타트업 강국들이 미래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혁신 생태계' 조성에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우리 공무원들은 관료주의에 발목이 잡혀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홍 전 장관이 지난달 중순 선보인 이 저서의 제목은 ‘K-이노베이션’. 부제는 ‘당신이 알던 혁신은 틀렸다’이다. 이 책은 1부(네 가지 새로운 시선으로 밝히는 혁신의 이유), 2부(개방형 혁신국가로 가는 길)로 구성돼 있다. 그는 19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이어 2017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초대 중기부 장관을 지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경제정책연구소 소장, 가천대 교수도 거쳤다.

홍 전 장관은 이 저서에서 중기부를 비롯한 정부 조직 전반에 뿌리내린 관료주의의 폐해를 꼬집었다. 이러한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전국에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창업공간을 꼽았다. 한국판 중관춘이나 터스파크, 스테이션에프를 표방하지만, 정작 이들 시설에는 개방형 혁신을 본질로 하는 미국이나 중국, 프랑스 창업 생태계의 정수가 빠져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서울 강서구 마곡 사이언스 파크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홍 전 장관은 "(이곳은) 도로로 조각나 있다. 소유자들끼리 경계를 쌓고 건물을 짓는 방식은 과거 공단이나 아파트 단지 분양 방식을 그대로 채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실리콘밸리, 중관촌, 스테이션에프 등에서는 교류의 공간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런데 국내에서는 폐쇄적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기부가 중기청 시절 건립한 강남구 역삼동 팁스(TIPS)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이 지역은 대기업 연구자들도 없고, 연구기관도 없으며, 대학도 근처에 없다"며 "(나라면) 차라리 서울대 앞 신림동이나 대학들이 몰려있는 신촌에 설립하거나, 아예 대학내에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직원,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 학자, 지역사회 교류의 물꼬를 터 창발을 이끈다는 혁신생태계 조성 취지에 역행한다는 뜻이다. 

홍 전 장관은  공무원 사회의 이러한 역주행에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스타트업 지원 공간이 산업단지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며 "그 많은 돈을 콘크리트 단지에 쏟아부으며 사이언스파크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효과를 내기 힘든 사이언스파크를 만들어놓고 우리도 만들었다고 생색내는 것이 전부"라고 박한 평가를 했다.

또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투자받은 자금 대부분이 외국 자금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국내 벤처투자 총액(2018년 기준 3조4000억원)을 한 회사(쿠팡)에 3조원 이상 투자한 일본 소프트뱅크와 견주며 "소꿉장난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홍 전 장관은 초대 중기부 장관 재직시절 일화도 전했다. 그는 "많은 예산을 들여 조사 데이터를 갖춰놓고 (직원들이) 실제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가 많았다"며 "데이터는 자꾸 쌓여가는데 아무도 데이터를 확인하고 검수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또 "이렇게 관심을 두지 않아 낭비되는 예산 규모는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세금 낭비의 이면에는 예산 집행율은 무엇보다 중시하면서도 정작 그 결과물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공무원 사회의 평가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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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10/03 0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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