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일 듯 꺾이지 않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왜?

기사등록 2020/09/17 06:00:00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급매-신고가 경신 엇갈려

유동성 풍부한 데, 거래 어렵게 만드는 규제 많아

거래허가지역서도 규제 뚫고 신고가 경신 잇달아

재건축, 입주 가능 매물 등 수요 주택 유통 급감

"상승-하락 혼재 양상"…집값 조정까지 '장기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0.08.1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0.08.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가 연이어 서울 아파트값 안정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보합권에서 꺾일 듯 꺾이지 않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과 대출규제와 세제 강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유통되는 매물이 줄어드는 매물 잠김 현상이 더해져 정책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보다 집값 조정까지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올라 최근 14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7월 1주(0.11%)를 정점으로 상승률이 축소되며 보합(0.00%)에 점차 접근하고 있으나 아직은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급매물이 출현하는 등 하방 압력이 커지고 분위기 속에서 9억원 이하 단지에서 최고가 거래가 간간이 나오는가 하면, 최고가 아파트 매매시장마저 각종 규제를 뚫고 신고가 경신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 영향에도 집값이 떨어질 듯하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 '매물 잠김' 현상을 꼽는다.

시장 전반에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규제들이 많아 유통 물량이 줄고, 매물의 희소성이 높아지는 효과다.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잠실·대치·삼성·청담동에서 연이어 최고가 경신 행진이 나타나면서 정부 규제를 무색하게 만드는 혼란스러운 양상이 나타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송파구 잠실동의 주공아파트5단지 아파트 전용 82.51㎡는 24억61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전고가인 24억3400만원을 뛰어 넘었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지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으로만 주택을 구입할 수 있어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똘똘한 한 채'를 찾는 다주택자로서는 필요한 매물을 구하지 못하면서 웃돈을 주고 매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유통 물량이 많지 않다보니 시장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꾸준한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

서울에서 아파트 노후화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낡고 오래된 재건축 아파트가 오히려 인기다.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은 욕구가 높지만, 청약 문턱이 높은 상황이다 보니 결국은 재건축 시장으로 귀결되는 효과다.

최근 초기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매물이 거래되면서 호가가 소폭 오름세를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말부터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를 소유한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인정하기로 했는 데,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사업에 속도를 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 설립 인사를 위해서는 각 동별 소유자의 과반수와 전체 소유자의 75%(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데, 내년이 되면 거주 의무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조합원들이 조합 설립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강남구 압구정동, 양천구 목동 등 연내 조합 설립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인 단지들이 늘고, 일부 단지는 호가는 물론 실거래가격도 상승하는 모습이다.

실거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지만 역설적으로 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게 된 시장 환경도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강남권이나 마포구, 양천구 등 일부 거주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낀 매물 등이 급매물로 시중에 나오는 등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전세 낀 매물도 입주가 어려울 수 있게 돼 매매 거래가 쉽지 않자 호가를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반대급부도 나타났다. 당장 입주가 가능한 매물은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것이다. 매물마다 차별화되는 시장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매물 잠김과 풍부한 유동성 탓에 당분간 급매물 출현과 신고가 경신이 혼재되는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거래량은 줄었지만 호가가 하락세를 보이던 단지들도 최근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집값 방향성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와 법인과 다주택자의 매물이 언제쯤 시중에서 거래될지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꺾일 듯 꺾이지 않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왜?

기사등록 2020/09/17 06:00: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