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무산, 기안기금 2.4조원 투입...재매각 언제쯤 가능할까

기사등록 2020/09/11 17:58:31

재매각까지 최소 2년 걸릴 듯...변수는 코로나

채권단 관리능력 중요...인적 구조조정 불가피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분리 매각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아시아나 A350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2020.09.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시아나 A350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2020.09.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노딜'(No deal·인수 무산)로 11일 귀결되면서 채권단의 '플랜B'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금호산업이 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전이 최종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또다시 채권단 관리에 돌입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2010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으며, 경영정상화에 나선 뒤 2014년 12월 자율협약을 졸업한 바 있다.

채권단의 플랜B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방점이 찍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산업 불확실성이 높아져 당장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영업 손실은 4437억원, 당기순손실은 8179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2018년 649.3%에서 작년 1386.7%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 위기까지 겹치면서 재무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91.01%로 지난해 말(1386.69%)보다 904.32%포인트 급증했다. 지난 6월말 기준 자본잠식율은 49.8%로, 지난해 말 18.6%에 비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채권단은 기안기금 투입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정상화한 뒤 추후 재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하고, 한도대출 8000억원과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하는 등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올해에도 3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추가 인수한 상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갈 수 있다. 경영권을 확보해 추가자금 투입과 함께 구조조정 등을 거친 뒤 재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 정상화가 우선적인 목표"라며 "그 부분이 안정화되고 시장여건이 허락하면 재매각을 빨리 추진하고, 제대로 된 인수주체가 나타나서 관리하는 게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채권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은행이 또다른 재매각을 관장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되고,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아시아나가 아닌 새로운 기업으로 쇄신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결국 국민 혈세만 낭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권단 관리체제에 돌입한다는 것은 정부 돈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공적자금이니 회수하는 방법을 신경써야 한다. 아예 빨리 파는 것, 기다렸다가 수익성이 나는 걸 보고 파는 것 등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1년 이내에 새로운 매각 주체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현산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이전투구식 공방을 벌였다"며 "기업들이 이미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세월이 좀 흐른 뒤에나 재매각이 가능할 것 같다. 코로나 여파로 항공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M&A에 선뜻 나서는 기업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매각 시점은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속도에 달려있다. 아시아나 재매각까지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세계 항공사들이 글로벌 항공 수요가 2024년은 되어야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재확산세에 기존 전망(2023년)보다 1년 뒤로 미뤘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황 악화가 재매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항공업황도 언제 회복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아시아나에 기안기금이 투입되면 숨통이 조금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있다. 인건비·리스비 등을 포함해 매달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고정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처럼 정부가 마냥 세금을 밀어넣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아시아나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매력 있는 회사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추후 매각이 가능해진다.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해서는 아시아나를 인수하려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 채권단의 관리 능력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2008년 한화그룹이 인수를 포기한 대우조선해양을 산업은행이 품었고, 1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아시아나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우려스럽다. 국민 세금을 흥청망청 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안기금 지원과 관련해 저비용항공사(LCC), 타업계와의 형평성 시비는 채권단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7월 2일 회의를 열고 항공업에 대한 자금지원 방향을 논의했고, 대한항공이 기금 지원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시아나항공은 M&A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고,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해서는 기금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왜 굳이 아시아나만 챙기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 영향으로 이스타항공이나 다른 저비용항공사도 모두 어렵다. 기안기금의 지원 대상 업종은 항공·해운업 등 기간산업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만 기간산업이고, 저비용항공사는 기간산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가 기안기금의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기안기금은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함인데, 쌍용차의 경우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다며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인데, 기안기금 지원이 이뤄졌다. 이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여파로 항공업계가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통매각은 인수기업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개발, 에어서울 등 6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모두 자본잠식 상태에 처해 있어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아시아나가 기안기금을 수혈받게 되면 자회사 분리매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안기금을 받은 기업이 지원 기간동안 계열사 지원에 자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당장 이뤄지기도 어려워보인다. 기안기금을 받으면 지원일부터 6개월간 근로자 90%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어디가 잘못됐는지 원인을 찾다보면 방만하게 운영된 부분이 나올 것"이라며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따르기 마련이다. 국내외의 어떤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노사문화가 외국하고 다르다. 강성 노조가 많고, 기업들이 해고도 마음대로 못한다"며 "코로나 충격도 기업이 다 흡수했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1만명 또는 수천명을 해고시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좀비 기업만 늘어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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