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대한민국 주택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요새 들어 부쩍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택가격이 급등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처럼 들리는 현실에서 서울의 빈집이 9만3000호에 달하며 서울시 전체 주택의 3.2%를 차지하고 있다(통계청,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공급대책까지 내세우지만, 한편으로 빈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151만7000호로 전체 주택의 8.4%에 달한다. 최근 추이는 2015년 106만8000호(전체 주택의 6.5%), 2016년 112만호(6.7%), 2017년 126만5000호(7.4%), 2018년 141만9000호(8.1%)이었으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빈집의 유형을 살펴보면 아파트가 55.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단독주택(22.0%), 다세대주택(16.4%) 순으로 나타났으며,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의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하였다.
인구주택총조사 통계자료의 빈집은 조사 당시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을 말하는 것으로, 신축되어 입주하지 않은 미분양주택을 포함하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폐가는 제외된 것이다. 그러나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특례법)에서 말하는 빈집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거주자가 없거나 사용하지 않는 주택이나 건축물을 의미하는 것이니 인구주택총조사와 빈집특례법이 규정한 빈집의 정의가 서로 달라 정확히 빈집의 숫자를 헤아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빈집의 원인은 주로 고령화와 도시의 쇠퇴에서 찾을 수 있지만, 지역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
농산어촌 지역의 빈집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 고령화에 의한 소유자 사망 등 주로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하나둘씩 늘어가는 빈집은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한번 방치된 집은 흉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반면 도시의 빈집은 주로 도시재개발, 재건축 사업과 관련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도시의 원도심지역은 교외지역 개발이나 대도시지역으로의 주민유출이 많아지고 생활여건과 지역기반 시설이 열악해져 도심지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고 주거환경이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된다.
빈집은 이러한 지역에 많이 발생하고, 장기간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빈집으로 방치된 경우가 많다.
빈집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빈집문제 역시 먼저 맞닥뜨렸다. 일본 총무성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비율은 전체 주택의 13.6%(201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3년 약 30%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빈집비율이 30%에 이르면 치안이 악화되고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그 지역을 떠나면서 슬럼화가 된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붕괴는 농촌 등을 포함하는 비도시지역뿐 아니라 도시교외, 도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빈집문제는 일본과 유사하지만, 일본의 경우보다 심각하게 전개될 우려가 있다. 우리는 일본에 비해 대규모 고층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규모로 공급된 아파트의 노후화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아파트는 도시용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관리가 편리해 우리의 도시 현실을 생각해 볼 때 그 장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규격화된 형태로 쉽게 거래될 수 있어 환금성이 높다는 점은 재화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그러나 사용 연한이 다 된 아파트를 새로운 집으로 탈바꿈시키는 재개발, 재건축의 마법이 언제까지 통할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수도권의 경우 1990년대부터 시작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분당, 일산, 산본, 평촌, 중동 등 1기 신도시들이 노후화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계속되는 수도권의 부동산가격 상승과 주택수요가 이러한 우려를 외면하게 한다. 노후시설을 제때 관리하고 보수하지 못하면 심각한 빈집문제, 아니 '빈 도시' 내지 '유령도시' 문제를 겪게 될 수도 있으니 당장 신박한 해법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 이후 폭발적인 인구성장, 경제성장,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늘 주택 부족 문제를 고민해야 했던 우리는 이제 인구감소, 저성장, 도시쇠퇴라는 이전과는 정반대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주택의 대량공급 위주보다는 이미 공급된 주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효율적인 주택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전략이 될 것이다.
앞으로 빈집문제는 계속 나타날 것이고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건축된 집은 가급적 비워두지 말고 그 안에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무소멜리, 비보나 등 지방도시들은 1유로(약 1300원)에 주택을 판매하여 빈집들로 사람들을 모으고 마을의 활력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이렇듯 집을 사실상 공짜로 제공하는 이유는 집에 사람이 살지 않을 때 주변 환경이 망가지고 이는 곧 지역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잠식될 수 있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빈집은 개인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도시 관리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재생의 대상이 된다. 빈집의 소유자에게 관리책임을 묻거나 철거 또는 관리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안도 있지만, 빈집을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가령 일본 나라현의 작은 마을인 요시노는 빈집을 활용해 삼나무로 특색 있는 숙박시설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집의 용도를 다양하게 해석하여 커뮤니티 또는 도시 차원에서 지역 특성에 맞게 재생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유형별로 신축적이고 효과적인 재생모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도시의 빈집은 누구에게는 훌륭한 주거공간으로, 청년 예술가들에게는 창작공간으로, 젊은 창업가에게는 사업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빈집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공간적 분포와 발생원인 등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구축해야 하며, 빈집의 활용을 위한 각종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주택가격이 급등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처럼 들리는 현실에서 서울의 빈집이 9만3000호에 달하며 서울시 전체 주택의 3.2%를 차지하고 있다(통계청,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공급대책까지 내세우지만, 한편으로 빈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151만7000호로 전체 주택의 8.4%에 달한다. 최근 추이는 2015년 106만8000호(전체 주택의 6.5%), 2016년 112만호(6.7%), 2017년 126만5000호(7.4%), 2018년 141만9000호(8.1%)이었으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빈집의 유형을 살펴보면 아파트가 55.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단독주택(22.0%), 다세대주택(16.4%) 순으로 나타났으며,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의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하였다.
인구주택총조사 통계자료의 빈집은 조사 당시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을 말하는 것으로, 신축되어 입주하지 않은 미분양주택을 포함하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폐가는 제외된 것이다. 그러나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특례법)에서 말하는 빈집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거주자가 없거나 사용하지 않는 주택이나 건축물을 의미하는 것이니 인구주택총조사와 빈집특례법이 규정한 빈집의 정의가 서로 달라 정확히 빈집의 숫자를 헤아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빈집의 원인은 주로 고령화와 도시의 쇠퇴에서 찾을 수 있지만, 지역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
농산어촌 지역의 빈집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 고령화에 의한 소유자 사망 등 주로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하나둘씩 늘어가는 빈집은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한번 방치된 집은 흉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반면 도시의 빈집은 주로 도시재개발, 재건축 사업과 관련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도시의 원도심지역은 교외지역 개발이나 대도시지역으로의 주민유출이 많아지고 생활여건과 지역기반 시설이 열악해져 도심지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고 주거환경이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된다.
빈집은 이러한 지역에 많이 발생하고, 장기간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빈집으로 방치된 경우가 많다.
빈집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빈집문제 역시 먼저 맞닥뜨렸다. 일본 총무성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비율은 전체 주택의 13.6%(201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3년 약 30%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빈집비율이 30%에 이르면 치안이 악화되고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그 지역을 떠나면서 슬럼화가 된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붕괴는 농촌 등을 포함하는 비도시지역뿐 아니라 도시교외, 도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빈집문제는 일본과 유사하지만, 일본의 경우보다 심각하게 전개될 우려가 있다. 우리는 일본에 비해 대규모 고층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규모로 공급된 아파트의 노후화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아파트는 도시용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관리가 편리해 우리의 도시 현실을 생각해 볼 때 그 장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규격화된 형태로 쉽게 거래될 수 있어 환금성이 높다는 점은 재화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그러나 사용 연한이 다 된 아파트를 새로운 집으로 탈바꿈시키는 재개발, 재건축의 마법이 언제까지 통할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수도권의 경우 1990년대부터 시작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분당, 일산, 산본, 평촌, 중동 등 1기 신도시들이 노후화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계속되는 수도권의 부동산가격 상승과 주택수요가 이러한 우려를 외면하게 한다. 노후시설을 제때 관리하고 보수하지 못하면 심각한 빈집문제, 아니 '빈 도시' 내지 '유령도시' 문제를 겪게 될 수도 있으니 당장 신박한 해법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 이후 폭발적인 인구성장, 경제성장,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늘 주택 부족 문제를 고민해야 했던 우리는 이제 인구감소, 저성장, 도시쇠퇴라는 이전과는 정반대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주택의 대량공급 위주보다는 이미 공급된 주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효율적인 주택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전략이 될 것이다.
앞으로 빈집문제는 계속 나타날 것이고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건축된 집은 가급적 비워두지 말고 그 안에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무소멜리, 비보나 등 지방도시들은 1유로(약 1300원)에 주택을 판매하여 빈집들로 사람들을 모으고 마을의 활력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이렇듯 집을 사실상 공짜로 제공하는 이유는 집에 사람이 살지 않을 때 주변 환경이 망가지고 이는 곧 지역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잠식될 수 있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빈집은 개인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도시 관리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재생의 대상이 된다. 빈집의 소유자에게 관리책임을 묻거나 철거 또는 관리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안도 있지만, 빈집을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가령 일본 나라현의 작은 마을인 요시노는 빈집을 활용해 삼나무로 특색 있는 숙박시설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집의 용도를 다양하게 해석하여 커뮤니티 또는 도시 차원에서 지역 특성에 맞게 재생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유형별로 신축적이고 효과적인 재생모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도시의 빈집은 누구에게는 훌륭한 주거공간으로, 청년 예술가들에게는 창작공간으로, 젊은 창업가에게는 사업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빈집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공간적 분포와 발생원인 등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구축해야 하며, 빈집의 활용을 위한 각종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