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 재응시, 가능은 하나…공정성 논란·물리적 한계·국민 여론 발목

기사등록 2020/09/09 15:42:18

의료계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해야"

의사 국시, 시험 횟수에는 제한 없어

국민 50%는 "의대생 구제방안 반대"

'구제반대' 靑 국민청원 48만명 동의

다른 국가고시 비교 나쁜 선례 가능성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박능후(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서 서명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9.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박능후(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서 서명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9.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세희 임재희 기자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의 약 80%가 의사 국가시험(국시) 거부 단체행동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의대생들이 공식적으로 의사 국시 재응시를 요구하고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의대생들의 재응시 요청이 없고, 이미 시험 일정과 접수 기간을 한차례 연기한 바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접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료계는 의사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또다시 진료 거부 등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 "의대생 구제방안 마련해야" 파업 가능성도 거론

의협은 지난 7일 "9.4 합의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에 대한 완벽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라며 "이같은 전제가 훼손되면 합의 역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협도 같은날 업무 복귀를 선언하면서 단체행동으로 인해 단 한명의 의대생이라도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면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이 의협과 대전협은 집단행동을 중단하면서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구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합의 파기를 선언, 다시 진료 거부에 나설 것임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과 정부·여당은 지난 4일 의료정책 원점 재논의 및 진료현장 복귀를 합의하면서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나 전공의 보호 방안 등을 합의문에 따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부는 합의 직후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업무개시 명령 위반 혐의로 고발된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고 의사 국시 재접수 기한을 연장했다.

사실상 의정 합의에는 의사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가 전제돼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그러나 의정 합의 이후 이미 한 차례 의사 국시 재접수 기한을 연장한 만큼 더 이상의 추가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도 9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일각에서 고발당한 전공의와 국가시험에 응시하지 않기로 한 학생에 대한 구제책이 빠져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것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정부도 여당도 공식적으로 문서로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와 학생의 보호는 유력한 대권주자인 여당의 신임 당대표가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합의 당일 오후 고발은 취하되고 의사 국시 재접수 기한 역시 연장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의대생들이 공식적으로 국시 재응시를 요구한다면 대책 마련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대생들이 재응시를 원한다면 구제방안을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단 전공의들의 업무 복귀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상황이 안정된다면 여당 입장에서 정부하고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제 가능성을 열어 놨다.

야당에서도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는 정부의 정책 추진에서 비롯된 만큼 추가 접수 등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적으로 추가 시험 가능…공평성·형평성이 문제 가능성

의대생들이 공식적으로 의사 국시 재응시를 요구하고 여야가 정부에 구제 방안 마련을 요청할 경우 의대생들이 추가 시험을 치르는 것은 가능할까.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따르면 법률상 의사 국시를 한 번만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의사 국시는 1회 이상 치르도록 돼 있어 시험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전공의들이 업무복귀를 한 8일 오전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과대학생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버스터미널역 사거리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20.09.08. jc4321@newsis.com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전공의들이 업무복귀를 한 8일 오전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과대학생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버스터미널역 사거리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20.09.08. [email protected]
이 같이 의사 국시 추가 시험이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국시 거부 의대생 추가 구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절반가량은 의사 국시 거부 의대생에 대한 구제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일 전국의 성인 5786명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국시 미응시 의대생 구제'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52.4%가 반대했다. 구제를 찬성하는 의견은 32.3%였다.

또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9일 기준 48만명이 동의를 한 상황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방안이 마련될 경우 향후 다른 직능단체들도 국가시험 연기 등을 요구하는 등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인식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국가시험은 수많은 직종과 자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치르고 있기 때문에 추가 접수는 다른 이들에 대한 형평과 공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물리적으로 실기시험을 또 다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부분이다.

의대생이 의사 국시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도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 운동을 벌였다.

당시 국시원은 시험 일정을 변경해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에 나섰지만 당시에는 실기시험이 없고 필기시험만 치러져 큰 혼란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기시험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에 필요한 인력을 교육해야 하고, 다른 국가고시 일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시원에 따르면 이번달에는 간호조무사 시험이 예정돼 있고 10월부터는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응급구조사 등의 실기시험이 진행된다.

국시원 관계자는 "11월 하반기부터 내년 1월 말까지는 국가시험이 필기시험 위주로 거의 매주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다른 시험 일정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의사 국시는 늦어도 11월까지는 마무리가 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윤성 국시원 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직종의 시험이 있어 의사 실기시험은 11월 말까지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의대생들이 국시 재응시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지 않은 만큼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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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09/09 15:42:1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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