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채권단에 또 '재실사' 방침 전달
사실상 인수전 무산 수순으로 여겨져
아시아나, 6년만에 채권단 관리 받나
이스타 이어 인적구조조정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국내 항공업계의 '빅딜'이 줄줄이 좌초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악화한 업황이 인수주체의 매각 의지를 꺾으며 항공사들의 회생 기회마저 무너뜨린 것이다.
4일 금융권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지난 2일 이메일을 통해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하는 입장을 산업은행(산은) 등 아시아나 채권단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채권단에 밝히면서,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노딜'(No deal)로 귀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마지막 담판'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산은은 현산 측에 인수가를 최대 1조원가량 낮춰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은은 "현산 측과 인수 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며 "이후 일정은 (현산 측)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산이 이미 채권단 측에서 한차례 거절한 '재실사'를 다시 제안하며 기존 방침을 고수하자, 이는 사실상 채권단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됐다. 10개월째 이어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물거품 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까지 좌초 위기에 처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미 부실했던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업계 전반의 침체가 현산의 인수 의지를 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강행 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말보다 더 심각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91%로 지난해 말(1386%) 대비 900%p 이상 급증했다. 자본잠식률도 지난해 말 18.6%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49.8%로 나빠졌다.
결국 인수 무산이 유력해진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 중 채권단이 금호산업과 협의해 계약 해지를 통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호산업은 지난 7월28일 '8월12일 이후에는 계약 해제와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바 있다.
매각 협상 결렬 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에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10년 1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이후 5년 만인 지난 2014년 12월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에는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들의 분리 매각 가능성도 관측된다.
계약 파기와 함께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12월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을 2조5000억원에 인수한다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 대금의 10%를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금호산업은 계약 무산을 염두에 두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 M&A가 잇달아 위기를 맞으며 국내 항공산업의 감원 바람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제주항공과의 합병에 실패한 이스타항공은 재매각 작업에 나서면서 현재 남은 직원 1300명의 절반 이상인 700명가량의 정리해고를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채권단 관리 체제에 편입될 시 인적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직접 고용 규모는 1만명 수준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