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언택트' 與 전당대회 명암…흥행 부진 vs 높은 투표율(종합)

기사등록 2020/08/29 20:33:49

최종수정 2020/08/29 22:01:02

코로나 사태에 역대 최장기 장마까지 악재 겹쳐

차별성 없는 친문 지지층 구애…컨벤션 효과 미미

정당 최초 '언택트 전대' 시도…높은 투표율 기록

흑색선전·이전투구 없어 후유증 최소화 긍정 평가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이낙연 후보가 자가격리 중 영상으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2020.08.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이낙연 후보가 자가격리 중 영상으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2020.08.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윤해리 기자 = 29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에 이낙연 후보가 선출되면서 4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가 큰 이변 없이 종료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집중호우 피해까지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유독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일단 규모부터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사상 초유의 '무청중' 전당대회로 진행되면서 이전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1만명 이상의 당원·지지자들이 실내 체육관에 모여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던 '운동장 전당대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쪼그라든 '초미니 전대'가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이른바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대 초반부터 '이낙연 대세론'이 판세를 지배하면서 세간의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정당사 최초로 '언택트 전당대회'를 시도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후보자들 간 이전투구 없이 당 내 갈등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은 의의로 남는다.

◇코로나19에 역대 최장기 장마까지 외부 악재 겹쳐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 김부겸(왼쪽)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2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의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하도마을을 방문해 수해복구를 하고 있다. 2020.08.12. pmkeul@newsis.com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 김부겸(왼쪽)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2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의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하도마을을 방문해 수해복구를 하고 있다. 2020.08.12. [email protected]

역대 최장기 장마와 집중 호우 피해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는 줄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후보자들간 치열한 신경전을 볼 수 있었던 당대표 후보자 TV 토론회도 대부분 온라인 화상 연결로 진행되면서 김이 빠졌다.

사상 초유로 후보가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 출연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으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오는 31일까지 2주간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총선 이후 줄곧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지키던 이 후보의 지지율이 이 기간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추월당한 점도 이번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가 미미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온라인으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08.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온라인으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08.28. [email protected]

전당대회를 일주일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했던 기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검사를 받는 악재까지 겹쳤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지도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신임 당 대표와 전임 당 대표가 모두 불참한 상황에서 전당대회가 이뤄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당대회를 3주 앞둔 시점에서 차기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는커녕 미래통합당에 지지율이 역전당하기도 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2주차(10일~12일) 주중 잠정집계(TBS 의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3.4%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통합당(36.5%)에 지지율이 밀렸다.

◇"초록이 동색"…후보자 간 차별 없는 '친문 경쟁' 내부 요인도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렸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된 염태영·신동근·양향자·김종민·노웅래(왼쪽부터) 의원이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날 열린 제4차전국대의원대회는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비대면)방식으로 유튜브 채널 '씀TV'를 통해 실시간 방영됐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2020.08.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렸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된 염태영·신동근·양향자·김종민·노웅래(왼쪽부터) 의원이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날 열린 제4차전국대의원대회는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비대면)방식으로 유튜브 채널 '씀TV'를 통해 실시간 방영됐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2020.08.29. [email protected]

이같은 흥행 저조에는 코로나19와 수해와 같은 외부적 변수도 있었지만 당 혁신을 위한 정책 비전 실종,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의 특색 없는 '친문(親文) 경쟁'이 원인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 내부에서도 '관심', '논쟁', '비전'이 없는 3무(無) 전당대회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의 연설에선 당 내부를 혁신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보단 친문 지지자들을 겨냥해 야권과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향한 노골적 비판이 주를 이뤘다.

당 안팎에서 비주류와 소신파로 분류됐던 이원욱·노웅래 후보조차 "윤석열, 개가 주인을 무는 꼴", "정치 검찰에 대해선 확실한 철퇴를 가해야" 등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지도부 구성이 친문 일색으로 꾸려질 경우 내후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칫하면 당의 확장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의 큰 흐름을 바꾸는 정책을 두고 경쟁을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목도가 낮았다"며 "전당대회라고 하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차별화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누구도 그런 시도를 못하거나 또는 안 하다 보니 더 관심을 끌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엄중한 이낙연 vs 원만한 김부겸 vs 주인공은 아닌 박주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박주민(왼쪽부터), 김부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2020.08.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박주민(왼쪽부터), 김부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2020.08.16. [email protected]
당 대표 후보들의 '점잖은' 성격이 맥 빠진 전당대회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다.

전당대회 막바지에 들어설 무렵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이 후보는 '선별 지급', 김부겸·박주민 후보는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면서 후발주자들의 막판 견제가 이뤄졌으나 대체로 특정 정책을 두고 후보들 간 격론이 오갔던 경우는 드물었다.

이 교수는 "이 후보와 김 후보는 정치 생활을 원만히 한 분들이다. 과도하게 경쟁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나서거나 야당과 각을 세우는 리더십 스타일도 아니었다"며 "상대적으로 젊은 박 후보가 나왔어도 흥행이 없었던 것은 '지금 주인공은 아니다'는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청년 기수론'으로 당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이번 전당대회보다 좀 더 멀리봐야 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의 경우 정치 현안에 대해 항상 신중하고 진중한 언행으로 일관해 '엄중 낙연'이라는 별칭이 붙었으며 김 후보도 민주당 의원은 물론 야당 의원들과도 두루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론의 시선을 확 잡아둘 만한 날카로움은 없었다는 얘기다.

박 후보의 경우 유일한 40대 후보로 '시대 교체론'을 주장하며 당대표에 출마했으나 처음부터 당 안팎의 당선 기대는 높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대판을 뒤흔들 만한 변수는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정당 최초 '언택트 전대' 성공 개최…'원팀 정신' 균열도 없어

[서울=뉴시스] 국회사진취재단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왼쪽부터), 박주민, 이낙연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진행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에 출연, 방송토론회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8.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취재단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왼쪽부터), 박주민, 이낙연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진행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에 출연, 방송토론회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8.18. [email protected]

현장성이나 역동성은 부족했으나 정당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언택트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 영등포구 당사와 종로구 이 후보 자택과의 실시간 이원 생중계도 끊김 없이 진행됐다.

민주당은 지난 4·15 총선 전부터 전당원 온라인 투표가 가능한 플랫폼을 완비했다. 이번 전당대회도 온라인으로 투표가 진행되면서 진정한 시스템 정당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도 기록했다. 이날 전국대의원 투표율은 92.69%(1만6270명 중 1만5081명 투표), 권리당원 투표율은 41.03%(79만6886명 중 32만6973명 투표)로 이전에 비해 모두 상승했다. 지난 2018년 전당대회 전국대의원 투표율은 75.15%, 권리당원 투표율은 34.68%에 그쳤다. 

후보자들 간 과도한 흑색선전과 비방전이 없어 당 내 후유증이나 갈등 요소를 최소화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작용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등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낙연 캠프 제공) 2020.08.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등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낙연 캠프 제공) 2020.08.01. [email protected]
김 후보는 낙선 인사에서 "후보 간 갈등이나 당내 분열 없이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당원 여러분의 성숙한 정치의식과 당의 높은 민주주의 역량 덕분"이라며 "이제 당력을 하나로 모아 '더 큰 민주당'을 이룰 때"라고 당부했다.

박 후보도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당선되기 위해 경쟁했지만 사실 우리의 목표는 하나"라며 "우리는 단합했을 때 늘 성공했고 분열했을 때 늘 실패했다.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이견을 존중하되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힘을 모아가야 할 것"이라고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신임 당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그동안 좋은 경쟁을 해주신 김부겸, 박주민 후보님께 감사와 위로를 드린다"고 화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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