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선별진료소 퇴근하면 아이 걱정에 자기 전까지 마스크 써요"

기사등록 2020/08/28 16:58:33

'코로나19 최전선' 수원 팔달·영통 보건소 직원들 연일 사투

"1명이 확진되면 검사 대상자 수십명…12~3시 휴식이 꿀맛"

"코로나19 포비아가 아니라 민원 때문에 사람 포비아 걸릴 지경"·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 수원시 팔달구보건소 선별진료소. 2020.08.28. iambh@newsis.com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 수원시 팔달구보건소 선별진료소. 2020.08.28.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면서부터는 아이가 걱정돼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다가 자기 전에 벗고 있습니다."

소나기가 훑고 지나갔지만 금세 햇볕이 내리쫴 습도만 더해지면서 찜통더위가 이어진 28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팔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자 서류를 정리하던 팔달구보건소 소속 한 공무원은 이같이 말했다.

7살 아들을 키우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공무원은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가족 때문에 늘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업무다 보니 집에 들어갈 때 소독을 철저히 하고,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꼭 쓰고 지낸다"고 덧붙였다.

기약 없는 사투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반년. 선별진료소에는 코로나19에 이어 더위와의 사투가 이어졌다. 

몽골텐트로 운영되던 선별진료소는 컨테이너로 바뀌고, 낮 12시부터 3시간 동안 휴게시간이 생기면서 의료진과 공무원의 근무 여건은 그나마 나아졌다.

그전까지는 업무가 가중된 데다 무더위에 지쳐 현장에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휴게시간이 끝날 3시 무렵부터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리 알지 못해 무작정 찾아오는 시민들도 있었다.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검체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 10명이 천막 속 그늘에서 연신 손부채질을 해댔다.

시민들은 도착 뒤 비닐장갑을 받아 끼고, 열을 잰 뒤 천막에서 대기했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접수대에서 안 쪽과 연결된 수화기를 들고 추가 문진을 한다. 이후 검사실로 들어가 검진을 받은 뒤 귀가하는 방식이다. 

도보나 자신의 차량으로 선별진료소에 오기 어려워 진료소에 요청한 호송차량을 타고 온 시민도 있었다.

근무하는 건물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검사를 받으러 왔다는 최모(22)씨는 "확진자와 같은 층에서 근무했는데 직접 접촉한 것은 아니라도 감기기운이 있어 걱정돼 검사를 받으러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혼자 살면 상관없는데 가족 등 주변 사람들과 이미 접촉한 상황에서 증상이 생겨서 곧바로 선별진료소에 왔다. 하루면 검사 결과가 나온다는데 제발 음성이길 바라고 있다"고도 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 2020.08.28. iambh@newsis.com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 2020.08.28. [email protected]
전날 오후 4시, 수원시영통구보건소 선별진료소. 태풍이 지나간 뒤 기온이 떨어지긴 했지만, 더위는 여전했다.

뙤약볕 아래 의료진 6명은 접수 확인부터 안내, 검사까지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가며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냉풍기 2대가 있지만, 소음 때문에 시민과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어 계속 켤 수도 없었다.

마스크에 페이스 실드, 머리캡, 수술가운까지 입은 이태훈 지역보건팀 주무관은 검사실에 검사자가 드나들 때마다 소독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은 기온이 30도 정도라서 양호한 편이다. 어제는 36도까지 올라 속옷까지 젖을 정도로 더웠다"면서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괜찮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이영주 영통구보건소 보건행정팀장은 "확진자 1명이 발생하면 검사 대상자 수십 명이 발생한다. 하루 검사자가 100건이 넘을 때도 있지만 연장근무하면서 누락 없이 검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전이 되다 보니 피로도가 많이 누적돼 대상포진에 걸린 직원 한 명은 병가를 썼다. 보건소 직원들이 최일선에서 방패막이처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직원들을 걱정했다

같은 시각 용인시기흥구보건소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더위 속에서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있지만, 더위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검체 검사를 거부하는 밀접접촉자, 자가격리 거부하는 대상자, 전화와서 다짜고짜 욕하며 확진자 동선을 묻는 민원인까지... 코로나19 포비아(공포증)가 아니라 '사람 포비아'에 걸릴 지경"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격리된 것이 답답하고 괴로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왜 나를 자가격리시켰냐'면서 빵이나 우유를 사 오라고시키는 사람도 있다. 자신은 환자가 아니라며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쳐간다"고 말했다.

자가격리자가 "손을 베 피가 나는데 격리 중이라 병원을 갈 수가 없다"고 해서 보건소 소속 외과 의사가 직접 현장에 가서 처리한 적도 있었다. 검체 채취를 거부해 경찰을 동원해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공무원은 "서로의 건강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 이해하고, 시민들이 조금 더 협조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하며 하루빨리 코로나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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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선별진료소 퇴근하면 아이 걱정에 자기 전까지 마스크 써요"

기사등록 2020/08/28 16:58:3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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