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능성 열고' vs '원점에서'…정부·의료계 합의 가능성 없나

기사등록 2020/08/27 12:55:18

정부 "의협·대전협과 계속 대화 시도중이다"

의협도 "합의 여지 있다…언제든 대화할 것"

'정책 중단' 공감 이뤘지만 전공의 설득 문제

전공의 "합의에 정책 '원점에서' 표현 넣어야"

정부 "사회적 협의 거쳐 원점 재검토는 불가"

의협 "같이 고민한다면 합의 가능성 있을 것"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의정간담회에 참석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8.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의정간담회에 참석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의료계가 총파업을 강행하고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 행정권을 발동하면서 양측이 강대강 대치 상황에 돌입했지만 양측은 아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25일까지 진행된 실무협의에서 의대 정원 증원 등 정책 추진과 파업을 동시에 '중단'하는 쪽으로 논의 진전을 이룬 상태다. 하지만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이 아직 정책의 '원점 재검토'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의협이 전공의들을 설득시킬 타협안을 도출해 극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27일 브리핑에서 "현재 정부는 계속해서 의협, 대전협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문제는 대화와 협의에 의해서 해결할 문제이지, 집단 휴진이라고 하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방식이나 법적 처벌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도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우리는 언제든 대화를 할 것이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합의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수도권 전공의들과 전임의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의협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등  이번 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에 나섰다.

이에 의협이 이틀째 총파업을 강행했고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서 제출 등 강경 투쟁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의협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지난 25일까지 진행된 실무 협의에서 상당 부분 논의가 진전돼 합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공개한 합의문(의협은 정부 제안문이라고 주장)을 보면 양측은 수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4대 정책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파업에 들어간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단과 인사하고 있다. 2020.08.23.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파업에 들어간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단과 인사하고 있다. 2020.08.23. [email protected]
의협 내에서는 정부가 문안에 정책 '중단'이라는 표현을 담은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이 문안은 추인을 받지 못했다. 대전협이 합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재 실무협의의 쟁점은 상당히 좁혀진 상태다. 문안에 들어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라는 표현이 마지막 난관이다. 대전협은 이 표현에 '원점에서'라는 단어가 추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니까 (정책을) 중단하고 이게 마무리되면 논의하자는 데에는 정부도 의사들도 공감을 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는 지금 0에서부터 100까지 추진된 정책을 잠시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0으로 돌려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하나하나 살피면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원점에서'라는 표현이 들어갈 경우 사실상의 정책 철회가 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 반장은 "의협과는 이 부분들(정책과 집단행동의 동시 중단)에 대해 충분히 공감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전협 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수준이 아니라 모든 정책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하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정책들은 다른 이해 관계자들, 국회, 학계, 시민사회 등과 상당 부분 논의를 해서 전개했던 내용이기도 하다"며 "그런 부분들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는 그동안 사회적 협의 경과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과 유사한 의미가 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정부와 대화를 재개해 좀 더 논의에 진전을 이룬다면 전공의들을 설득할 수 있는 문구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비록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처음에 논의를 시작했을 때보다는 상호간 이해의 폭도 넓히고 (논의가) 진전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양측이 치열하게 같이 고민을 한다면 합의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는 정책 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접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의료계도 정부도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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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능성 열고' vs '원점에서'…정부·의료계 합의 가능성 없나

기사등록 2020/08/27 12:55:1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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