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는 몰라" vs "통계를 몰라"…'갑툭튀' 전세 통계논란, 왜?

기사등록 2020/08/22 06:00:00

임대차2법 시행에도 꺾이지 않는 전셋값 상승세

정부 "갱신계약은 반영 안 돼, 정책 효과 미반영"

전문가들 "사실과 달라…통계조사를 모르는 소리"

실효성 논란 지속될 듯…정책 목표 분명히 세워야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최근 한국감정원 '전세가격지수'를 둘러싸고 갑자기 '통계 논쟁'에 불이 붙었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억울하다며 통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을 확산시켰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가 정책 실패를 면피하기 위해 통계를 바꾸는 방식으로 물타기에 나섰다며 비난하고 있다.

정부는 하지만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임대차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조사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985년 9월10일 국가통계로 승인된 통계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지난 2013년부터 KB국민은행에서 이관 받아 매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주택법'과 하위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9일 열린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현행 전세 통계는 임대차 3법에 의한 전셋값 안정 효과를 정확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조사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현재 전셋값 상승률이 고공 행진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이유가 통계 조사 방식에 있다고 주장한다. 감정원 전세가격 통계는 중개업소를 통해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임대차2법 적용을 받지 않는 신규 전세매물로만 지수가 작성된다. 이 때문에 집주인-세입자가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는 통계 작성에 반영되지 않아 임대차2법 시행에 따른 시장 안정 효과가 통계에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는 평가 절하되고, 전셋값 상승 통계만 부각되는 결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한다.

홍남기 부총리가 "실질적으로 임차인이 느끼는 전·월세 상승은 과대 평가돼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통계상 전셋값 상승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것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갖고 있다. 전셋값 상승이 장기화되면 집주인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때문에 세입자가 전셋값 상승세를 쉽게 용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갱신 계약이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정원 통계는 전문조사원이 실거래 가격과 현장에 나가 조사한 '호가'(呼價·부르는 값)를 비교한 뒤 '거래 가능 가격'을 통계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갱신 계약의 경우도 보증금 인상분만큼 재계약서를 쓰고 확정일자를 받는 절차가 보편화 됐기 때문에 이미 통계 작성에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셋값 평균이 5억원에 달하는 데다, 요즘과 같이 전셋값 오름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갱신 계약이더라도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정부가 전셋값 상승에 대해 면피하려다보니 애꿎은 통계를 걸고 넘어졌다"면서 "정부가 시장 상황에 대해서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계 보완을 둘러싸고 현실과 맞지 않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일각에서 우려하는 기존 통계를 개편하는 방식은 아니라 갱신계약을 보다 잘 반영하는 보완방안을 만들 수 있는지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임대차3법 시행으로 달라질 임대차 시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보조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현행 조사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라면서 "전문가 의련 수렴 등 면밀한 검토를 거쳐 갱신 계약 등 시장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계약형태에 대해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맛대로 통계가 무슨 소용"…시한부 통계 전락 우려도

다만 보완 통계를 만들더라도 논란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통계 자체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표본 조사라는 점에서 그렇다.

감정원이 매주 조사하는 아파트 표본은 올해 1월 현재 전국 261개 시·군·구 9400호로, 매년 표본을 재설계하고 있다.

만일 표본이 다르면 시장 상황도 다르게 읽힌다. 정부 승인통계가 민간기관의 통계와 엇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감정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금주 0.12% 올라, 지난주(0.14%) 대비 축소됐다.

반면 KB국민은행에서 조사한 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통계는 0.41% 올라, 전월(0.21%)보다 확대돼 양 기관의 조사가 서로 다른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감정원은 전문조사원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조사해 통계에 반영하는 반면, KB국민은행은 집주인이 희망하는 '호가'를 그대로 적용한다.

이 때문에 최근 전세시장에서 나타나는 집주인의 '배짱 호가'를 어떻게 반영할지도 늘 논란이다. 집주인이 4년 치 전셋값 상승분을 미리 반영하기 위해 전세가격을 띄우는 가운데, 세입자들은 전세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관망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호가를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감정원 통계도 전문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매한가지다.

또 부동산 통계 작성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갱신 계약까지 통계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주택시장의 평균적인 가격변화를 측정한다는 통계 조사의 애초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2법이 적용되는 갱신 계약을 시장가격으로 볼 수 있는지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정부가 보완 통계를 만들더라도 정책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임대차 시장은 확정일자 신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될 뿐, 전체적으로 시장의 불투명성이 높다.

하지만 내년 6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모든 임대차 계약을 신고와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돼, 보완 통계가 '시한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고제 시행 이후에는 유명무실해져 쓸데없이 시간과 인력을 소모적으로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완 통계를 만들더라도 정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정책 효과 과시형 통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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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는 몰라" vs "통계를 몰라"…'갑툭튀' 전세 통계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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