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에 벌겋게 익은 얼굴엔 연신 굵은땀방울
"코로나에 긴 장마로 일감 많이 줄었는데, 또 확산되니 걱정"
"그나마 일자리 얻으면 다행...식염수, 포도당 필수지참물"
[수원=뉴시스]박상욱 기자 = "무더위에 마스크까지 쓰고 작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긴 장마가 끝나고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진 20일 오전 10시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한 도로에서 경계석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 50대 일용직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무더운 날씨에 작업복은 물론 착용한 마스크도 구슬땀에 흠뻑 젖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노동자는 "날이 더운데다 마스크까지 쓰고 작업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오늘은 해가 뜨지 않아서 그나마 견딜만하네요"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작업시작 전 체온을 체크하고 작업 시에도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잠잠하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시작된 다음부터는 일자리도 많이 줄었는데, 또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에요"라고 한숨을 내쉬고는 서둘러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 왕복 8차선 도로 위를 질주하는 차량들이 내뿜는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인근에서 버스정류장 가로수 이식 작업을 하던 홍모(73)씨는 일하러 나올 때 식염수와 포도당을 준비한다고 했다.
홍씨는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식염수랑 포도당을 섭취하지 않으면 작업 못하는데, 코로나19로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해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유난히 길었던 올여름 장마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가 다행히 날이 좋아져 일을 나올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홍씨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일감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어쩌겠어요. 내 마음대로 할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맞춰서 살아야지요"라며 "그나마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은 이날 12시께. 수원시 매교동 재개발 구역에서는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설 노동자들이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 비계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뙤약볕에 벌겋게 익은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이 현장에서 2주간 일한 강모(29)씨는 "마스크 쓰면 땀이 엄청 나서 마스크가 젖어요. 비계에 매달리는데 마스크가 계속 흘러내리면 추락 위험이 있어 못 써요"라고 말했다.
철거 중인 건물들 사이 그늘 아래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모여 식염수, 포도당,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보인다.
해당 현장에서는 탈진 등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소금과 식염수, 포도당 등을 지급하고 있다.
박모(52)씨는 "고도작업할때 집중이 필요한데 호흡이 가빠지면서 땀에 젖으니까. 작업할 때는 사실 마스크를 쓸 수가 없다. 내려와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때는 무조건 마스크 쓴다"고 말했다.
찜통 더위에다 수도권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경기도내 곳곳에 있는 건설 현장 노동자들도 이 처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조용준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수도권남부지역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실제로 많은 노동자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일감이 줄어 쉬는 날이 많아 힘들었다. 장마까지 겹쳐서 일이 없어서 힘들다가 장마 끝나니 불볕더위에 마스크를 끼고 일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조 국장은 "코로나19 초기에 경각심이 적어 확진자가 발생한 공사 현장이 폐쇄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교육도 진행하고 꼭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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