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옵티머스 80% 상각→철회"에 시장 혼란

기사등록 2020/08/19 14:40:35

판매사에 '옵티머스 자산 80% 상각' 안내 공문

한나절만에 '회계법인 실사 마친 뒤까지 유보'

"실사도 없이 상각?"…금감원 관리미숙 '도마위'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에 펀드 자산을 상각(손실 처리)한다는 공문을 보낸 뒤 곧장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 사이 공문을 접수한 판매사는 펀드 자산 80%를 상각한다고 투자자들에게 고지해 혼란이 빚어졌다. 금감원이 급하게 옵티머스 사태를 털어내려는 과정에서 미숙하게 일 처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파견된 금감원 관리인은 지난 18일 오전께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라피크 등 사모사채의 원금 80%를 상각 처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송부했다. 상각은 회수가 어려운 채권에 대해 회계상 손실 처리한다는 의미다.

금감원 관리인은 이 회사들이 발행한 사모사채를 발생 단계의 부도채권으로 분류했다. 또한 18일 이전의 사모사채 미수이자는 전액 상각처리하고 이후의 이자는 계상을 중지했다. 옵티머스 관리를 맡고 있는 금감원 관리인은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대신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이후 금감원 관리인은 18일 오후께 '상각 처리를 추후 펀드 실사를 마친 뒤로 유보하겠다'는 공문을 다시 보냈다. 상각 계획과 기준가 조정을 사실상 한나절 만에 철회한 것이다. 금감원이 옵티머스 사태를 급하게 마무리하려는 과정에서 미숙한 업무 처리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 상각이 이뤄져야 손실률 확정, 배상 등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리인이 상각하려던 금액은 총 3800억원에 달한다. 옵티머스 펀드는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대부디케이, 라피크 등이 발행한 사모사채 약 4760억원을 편입하고 있었다. 관리인의 공문을 받은 NH투자증권은 고객들에게 펀드 자산 상각을 전달하고 이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자산을 상각한다는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옵티머스운용 사태가 불거지고 운용사의 모든 업무를 정지하고 펀드 관리와 운용 공백 방지를 위해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인력을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금감원은 약 5000억원이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관리인을 맡으면서도 기본적인 업무에서 전문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는 질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실사 결과를 받아보지도 않고 채권의 상각을 결정하면 추후 채권 가격이 다르게 나왔을 때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느냐"며 "상각과 같은 중대한 업무를 이런 식으로 번복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각을 한 뒤 일을 진행해야 하지 않겠냐는 요청들이 있어 상각과 기준가 조정을 하려 했던 것"이라며 "이후에 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보고 반영하는 게 맞다는 판단으로 공문을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통상 상각 처리와 기준가 산정은 회계법인의 실사 이후 예상 손실률이 산출된 뒤에 이뤄진다. 회계법인의 실사와 손실률 산정을 해야 채권의 상각 비율을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회계법인 실사나 손실률 산정을 진행 중인 상태다. 회계법인 실사는 내달 말께 나올 예정이다.

또한 금감원은 펀드 자산 상각 80% 비율을 구체적인 근거 자료 없이 산출한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 측은 중간 실사 결과 등을 금감원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리인은 첫 공문에서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채권의 회수가능가액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됨'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실사 초반 자산 회수 가능성이 상당히 낮을 것으로 관측한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 관리인은 펀드가 사실상 '깡통 펀드'이므로 20% 이상 회수하기에 무리라고 자체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회계법인 실사가 나오지 않았으며, 실사를 토대로 산정한 숫자가 아니다"라며 "80%라는 숫자도 정확한 수치를 듣고 산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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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감원, "옵티머스 80% 상각→철회"에 시장 혼란

기사등록 2020/08/19 14:40:3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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