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1000여 명 거센 항의 이어져
[광주=뉴시스]김혜인 인턴기자 = "비 들어찰 때 고인(유골함) 두고 관계자는 뭐 하고 있었습니까"
기록적인 폭우로 추모관의 지하 납골당이 빗물에 잠기면서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광주 북구 모 추모관.
비가 그친 9일 오전 추모관 앞 잔디마당에는 뒤늦게 침수 소식을 들은 유가족 1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고인의 유골함이 무사한지에 촉각이 곤두서 있었다.
또 "침수 직전 유골함을 옮겼으면, 이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 아니냐"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김모(32·여)씨는 "유골함이 잘 보관돼 있는지 상황이 궁금하다. 살아생전에도 돌아가셔도 잘 모시지 못한 마음에 고인께 죄송스럽기만 하다. 괜히 지하 1층에 모셨나 후회가 된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60대 여성 유가족은 "폭우는 어쩔 수 없지만, 추모관 관계자들이 안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 추모관 내 남편(유골함)이 어떻게 됐는지만 알고 싶다"며 가슴을 쳤다.
지난밤부터 추모관을 찾아 물을 퍼낸 유가족들도 있었다.
한모(50)씨는 "지난 밤 11시에 추모관을 찾았다. 바가지로 물을 퍼내며 내부를 정리했다. 관계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유가족과 구청 관계자들만 힘써 일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 20대 남성은 "내가 유족인데 왜 못 들어가? 아빠 나 왔어요"라며 경찰의 가이드라인을 뚫고 추모관 안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한때 추모관 내부 출입이 통제됐다. 침수에 따른 감전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유가족 간 머리를 맞댄 끝에 각 유가족 대표 1명씩만 추모관 내로 들어가 유골함과 유품을 들고나오기로 했다.
이후 각 유가족 대표들이 추모관에서 유골함을 들고나오자 곳곳에서 울음 섞인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한 유가족은 "아이고 우리 자식 얼마나 추웠냐"며 흐느꼈다.
추모관 관계자는 "유가족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 유골함을 미처 다 옮기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왜 연락이 늦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