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떠난 민주노총...차기 선거부터 정파 갈등까지 '첩첩산중'

기사등록 2020/07/25 08:30:00

27일 비대위 구성 위한 중앙집행위원회 소집

차기 위원장 선거 앞둔 만큼 선거전 돌입할듯

정파갈등 재부각도…강경파 입성시 투쟁강화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2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전날 대의원 투표 결과 '노사정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열린 사퇴 입장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0.07.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2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전날 대의원 투표 결과 '노사정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열린 사퇴 입장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0.07.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향후 민주노총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지도부 공백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이 불가피한 가운데 사실상 차기 위원장 선거 국면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합의안을 놓고 드러난 '정파 갈등' 등 내홍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7일 오후 2시 마지막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소집한 상태다.

민주노총 규약을 보면 직선으로 선출된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임원이 전원 유고 시에는 비대위가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비대위는 간부 중심의 중집이 위촉하며 중앙위원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

비대위 구성을 위한 중집 소집 권한은 위원장에게 있다. 김 위원장은 소집을 끝으로 위원장 직무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전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집행부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사퇴는 지난 23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추인을 받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노사정 합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혀온 김 위원장은 합의안 부결 시 사퇴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지만 합의안은 투표인원 1311명(재적인원 1479명) 중 찬성 499명(38.27%), 반대 805명(61.73%)으로 부결됐다.

비대위원장 등 비대위 구성이 완료되면 민주노총은 곧바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향후 운영방향 등을 논의하게 된다.

다만 김 위원장의 임기가 당초 올해 말까지로, 차기 위원장 선거를 앞둔 만큼 비대위는 사실상 새 지도부 선출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20~25일께 중앙위원회를 열어 선거 일정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었다.

일각에선 차기 위원장 선거에서 민주노총 내 고질적 문제인 정파 갈등이 재부각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번 노사정 합의를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22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인 노사정은 고용유지 노력,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로드맵 수립 등을 담은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지난 1일 협약식을 불과 15분 앞두고 민주노총 내부 강경파가 합의안 내용 미흡을 이유로 김 위원장의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아서면서 노사정 합의 선언은 무산됐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0.07.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0.07.24.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중집에서 합의안 추인을 시도했지만 다수의 반대로 또다시 불발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9~30일에는 강경파가 구체적인 정파 이름을 대면서 '최대 두 정파 조직이 합의했으니 이만 끝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대회를 앞둔 지난 20일 "정파 상층부가 민주노총 위에 군림하고 다수 의견과 물리적 압력, 동원식 줄 세우기에 걸려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것은 100만 민주노총 대중 조직을 망치는 길"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성향을 놓고 정파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일단 노사정 합의안 찬반 결과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만큼 강성 후보들이 선거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반대파 지지에 힘입어 대화보다 투쟁을 통한 노동자 권익 쟁취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과 같이 온건 성향 후보가 선거에 출마할 경우 강경파는 '또다시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며 후보를 압박하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세몰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사정 합의에 찬성한 이들을 중심으로는 '투쟁 일색'의 과거 운동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될 수 있다.

김 위원장 체제 하에서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온 민주노총 지도부가 강경파로 꾸려지면 민주노총은 투쟁의 강도를 한층 높이며 상당 기간 '장외 투쟁'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당분간 어려워질 수 있다. 조합원 규모 면에서 '제1노총'으로 올라선 민주노총의 사회적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투쟁 일변도에 회의를 느낀 조합원이나 개별 노조의 이탈이 우려된다. 한국은행 노조는 최근 "상위 단체와 방향성이 맞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을 탈퇴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차기 집행부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100만 조합원만이 아닌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을 다하는 지도부가 들어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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