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40% '깜깜이'…옵티머스 실사 난항 예고

기사등록 2020/07/24 14:32:53

자산 98% 비상장 사모사채…깜깜이 자금 40% 차지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된 적 없어…처음부터 '사기'

"'깡통 펀드'면 실사 무의미…자산 없다는 확인 차원"

[서울=뉴시스] 23일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의 총 자산 5000여억원 중 잔여액은 예금 8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의 98%가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로 구성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23일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의 총 자산 5000여억원 중 잔여액은 예금 8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의 98%가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로 구성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의 자산 가운데 약 40%의 투자 용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0%가량도 옵티머스운용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된 투자처로, 문서 위조 등의 가능성이 있어 사실상 '깡통 펀드'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 측은 계좌 추적 등에 대한 권한이 없어 포렌식을 통한 실사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삼일, 법무법인과 연계해 자체 태스크포스(TF)에서 자산회수에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회계법인은 이달 말까지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내달 자산별 회수 가능성을 평가할 방침이지만 옵티머스운용은 라임과 달리 처음부터 기획된 사기 행각을 벌였을 것으로 추정돼 큰 규모의 자산 회수까지 이어지지 못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6일부터 약 20명의 인원을 투입해 옵티머스 자산 실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실사 완료까지 약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르면 9월 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자산 98% 비상장 사모사채…60% '불확실' 40% '깜깜'

옵티머스운용의 펀드 자금은 사모사채 발행사를 거쳐 복잡한 자금이체 과정을 통해 위험자산에 투자됐다. 편입 자산의 대부분인 98%는 비상장 사모사채로 투자됐다. 사모사채 발행사는 씨피엔에스(2052억7000만원), 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 라피크(402억원), 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 등이다.

이곳들은 얽히고설킨 투자처로 빠져나갔다. 이들 4개 회사는 펀드자금을 본인 명의로 각종 자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다른 관련 법인에 자금을 이체하는 '중간 업체' 역할로도 이용됐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현장검사에서 펀드 자금 투자 용처를 약 60여개로 확인했다. 확인되는 60여개로 흘러 들어간 금액은 약 3000억원이지만 옵티머스운용 대표가 금감원 현장검사 당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확인된 것으로, 불확실한 상태다. 옵티머스운용 입장에서는 투자처가 분명한 것이 유리할 수 있어 사문서 위조 등을 통해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약 2000억원은 '깜깜이' 상태다. 옵티머스가 투자한 자산은 권리 관계가 불투명한 자산이 다수로, 회수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서 집회를 연 후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NH투자증권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7.20.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서 집회를 연 후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NH투자증권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7.20.  [email protected]
◇처음부터 사기 기획…"실사해도 회수에 의미 있나"

옵티머스운용은 처음부터 부동산 등에 투자할 목적으로 펀드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처음부터 '사기'를 기획하고 펀드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기로 한 옵티머스 펀드는 실제로 한 번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통해 상품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모두 펀드간 돌려막기, 사모사채 투자 등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회계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포렌식 기법을 동원해 옵티머스운용 관계자가 밝힌 내용이 아닌 투자처를 확인하는 중이지만 민간에서 진행하는 용역 사업인 만큼 계좌 추적 등의 강제성이 필요한 작업을 진행할 수 없어 일부 수사기관의 결과물에 기대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일회계법인은 이달 말까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내달부터 자산별 회수 가능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라임 실사와 비슷하게 회수가능성을 A·B·C 등급으로 매기고 손실률을 산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도 자체 TF 내 약 15명으로 구성된 자산회수팀에서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자산 실재를 확인한 자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실사를 하더라도 회수할 자산이 없는 이른바 '깡통 펀드'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기소에 따른 '옵티머스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됐다. 옵티머스 운용 대표, H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윤모씨 등은 지난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실사가 마무리될 시점인 9월 안에 재판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으로 이뤄진 판매사 대응단은 지난 6일 삼일회계법인에 실사를 맡겼다. 모든 옵티머스 펀드가 동일하게 실사를 진행하며 해외 펀드가 없어 장기간 소요되지 않으리란 판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은 그래도 정상 운용되다가 일부 투자처에서 문제가 불거져 회수할 자금이 있었지만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사기를 기획했다고 하니 실사를 해도 큰 의미가 없을 만큼 부실한 상황일 것"이라며 "현재 실사는 완전히 빼간 상황인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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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40% '깜깜이'…옵티머스 실사 난항 예고

기사등록 2020/07/24 14:32:5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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