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경제력 집중 등 부작용 우려하는 공정위
CVC 지분 100% 보유, 외부 자금 조달 금지 추진
중기부 "'우리 소관 법'으로 CVC 규제 완화해야"
의원들도 안전장치 구체화한 법안 속속 발의 중
기재부 "CVC 도입 목적 훼손 우려…절충할 필요"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의 제한적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0년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0.06.01.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6/01/NISI20200601_0016367494_web.jpg?rnd=20200601171859)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의 제한적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0년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0.06.0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할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안전장치'를 두고 관련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도 CVC 관련 법안을 쏟아내면서 정책 컨트롤 타워인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19일 기재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발표해야 하는데 아직 세부 사항을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일반 지주사에 CVC 보유를 허용하는 일의 핵심은 금산 분리(일반 기업이 금융사를 보유하며 금고처럼 쓰지 못하도록 분리해두는 것)인데, 이에 따르는 부작용과 관련해 정부 안에 시각차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반 지주사 체제에 이미 적은 돈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혜택이 있는데, CVC를 통해 증권사·사모펀드(PEF) 등 외부 자금을 끌어와 그룹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총수 일가가 CVC를 '사금고'처럼 악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일반 지주사가 CVC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하고, CVC가 외부 조달 없이 그룹 자금만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VC 운영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CVC가 벤처캐피털(VC)업 이외에 다른 금융업을 함께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함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정위의 이런 우려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 허용은 공정위 소관 법률인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이 아닌 중기부 소관 벤처투자법(벤처 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VC는 '창업투자회사'(창투사)나 '신기술금융회사'(신기사) 중 하나의 형태로 설립해야 하는데, 이 창투사를 규율하는 법률이 벤처투자법이라서다. CVC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창투사의 펀드 조성 방법과 투자 대상 등 구체적인 사항을 다루는 벤처투자법을 개정하는 편이 맞는다는 논리다.
국회의원들도 안전장치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속속 발의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VC 투자 내역을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은 총수 일가가 CVC를 사금고화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07.09. mangust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7/09/NISI20200709_0016461579_web.jpg?rnd=20200709080047)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07.09. [email protected]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반 지주사가 CVC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하고 그룹 자금만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윤상현 무소속 의원을 특수 관계인이 일정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CVC가 투자하거나 융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정책 컨트롤 타워인 기재부는 부작용 차단과 벤처 투자 시장 활성화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공정위·중기부 및 국회의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안전장치를 과도하게 둘 경우 매력이 떨어져 '죽은 제도'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를 간접적으로 허용하는 '벤처 지주사' 제도가 지난 2001년 도입됐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이용률이 낮다.
CVC 제도가 시장에 잘 안착한다면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근 내놓은 '한국판 뉴딜'의 주춧돌 역할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한국의 벤처 투자 시장은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방안이 주식 시장 상장(IPO)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중국 등 CVC가 활성화한 나라에서는 IPO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엑시트 사례가 더 많다.
중기부 모태펀드 등 정책 자금이 많아 벤처 투자 시장에 돈은 많이 풀려있는데, 투자금을 회수할 방안이 제한적이라 일부 벤처기업은 본래 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은 고평가를 받는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 대기업에 인수돼 더 발전할 수 있는 기업이 상장한 수많은 기업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마는 현상도 나타난다.
기재부 관계자는 "CVC 규제 완화가 금산 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면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해 제한적으로 허용할 것"이라면서도 "벤처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CVC에 기대하는 역할이 크다. 논란 끝에 CVC를 허용하기로 한 것인데, 예상하는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 발표 시한까지 안전장치 관련 절충점을 찾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CVC 규제 완화의 취지를 살리려면 과도한 안전장치보다는 시장을 통한 감시가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한다.
최성진 케이스타트업포럼 대표는 "CVC가 그룹 자금만으로 투자하도록 하면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이 어려워 (벤처 투자 시장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해외에는 외부 자금 조달을 막는 규제가 없고, 관련 투자 사례도 많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보 교류가 활발해 총수 일가의 악용 등 부작용은 시장 감시 기능을 통해 견제할 수 있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