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쓸통]서울 집값 '고공행진'의 비밀, 통계는 알고 있다

기사등록 2020/06/21 06:00:00

통계청 '2019년 한국의 사회 지표' 살펴보니

8년 동안 1인당 소득·가구 자산 30%씩 늘어

반면 서울 주택 보급률은 '95%' 내외 제자리

1000명당 주택 수도 전국 평균보다 6% 적어

수급 불균형→가격 상승…수도권 PIR '6.9배'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 최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30대 직장인 A씨는 마음이 편치 않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이전 실거래가보다 5000만원이나 비싸게 샀기 때문이다.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줄 서 있다"는 주인의 말에, A씨는 한 푼도 깎지 못하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계약금을 치렀다. 찜찜해 하는 A씨에게 집 주인은 "서울 집값은 절대 내리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고 위안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부동산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이때 비싼 값을 치르고 집을 산 A씨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까요. 또 집 주인은 어떤 근거를 갖고 저렇게 호언장담을 하는 것일까요. 최근 통계청에서 내놓은 '2019년 한국의 사회 지표'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6.6% 증가했습니다. 1389조원에서 1898조원으로 늘었고, 8년 동안 연 3.4~6.1%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소득도 많아졌겠지요? 이 기간 국민의 평균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2799만원에서 3693만원으로 31.9% 증가했습니다.


[세종=뉴시스] 2011~2018년 국내총생산(GDP) 및 1인당 국민총소득(GNI). (자료=통계청 제공)
[세종=뉴시스] 2011~2018년 국내총생산(GDP) 및 1인당 국민총소득(GNI). (자료=통계청 제공)

같은 기간 가구당 평균 자산은 2억9765만원에서 4억1573만원으로 39.7% 늘었습니다. 저축액 등 금융 자산은 6903만원에서 1억56만원으로 45.7%,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은 2억2862만원에서 3억1061만원으로 35.9% 성장했습니다.

1인당 소득·가구당 평균 자산이 30%가량씩 많아진 것입니다. 소득과 자산이 늘면 내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겠지요. 이미 집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더 넓거나 깨끗한 곳으로 옮기고 싶을 테고요. 그렇다면 이 기간 주택 관련 지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주택 보급률'이라는 지표를 보겠습니다. 일반 가구 수 대비 주택 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가구 수에 비해 주택량이 많은지, 부족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전국의 주택 보급률은 104.2%입니다. 2011년 100.9% 대비 3.3%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전국적으로 공급이 증가한 덕분입니다. 충북(2.4%p)·충남(2.2%p) 등 주택 보급률이 1년 새 2%p 이상 상승한 지역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기준 전국 대부분 지역이 주택 보급률 100%를 넘겼고, 경북(116.1%)·충북(113.8%)·충남(112.7%)·전남(112.5%)·울산(110.3%)·경남(110.1%)·세종(110.0%)은 110%를 웃돌기도 합니다.

반면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5.9%에 그쳤습니다. 100%에 4.1%p 미달하고, 가장 높은 경북에 비하면 20.2%p나 낮습니다. 2011년 94.7%였던 서울은 2013년(95.1%) 95%를 돌파한 뒤 2014년 96.0%, 2017년 96.3%까지 서서히 오르다가 2018년 95.9%로 하락합니다. 2011~2018년 95% 안팎에서 제자리걸음만 한 셈입니다.

가구 수가 아닌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는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지표를 볼까요? 서울은 지난 2018년 기준 380.7호로 전국 평균치인 403.2호보다 22.5호(5.6%) 적습니다. 전국에서 인구 1000명당 주택 수가 가장 많은 경북(475.5호)보다는 94.8호(24.9%)나 부족합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집을 사고자 하는 수요는 늘어났는데, 공급은 그만큼 뒷받침되지 않은 것입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에 급매, 전세,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2020.06.14. bjko@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에 급매, 전세,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2020.06.14. [email protected]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서울의 수요-공급 불균형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 주택의 중윗값을 서울 거주 가구 연 소득의 중윗값으로 나눠 구하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수'(PIR) 지표(통계청·국토교통부는 서울 PIR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음)는 '수도권'이 6.9배로 '광역시 등'(5.6배)이나 '도 지역'(3.6배)보다 높습니다(2018년 기준).

거주지 주택을 구매하려면 수도권 거주자는 6.9년 치 소득을, 광역시 거주자는 5.6년 치를, 도 거주자는 3.6년 치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도 거주자에 비하면 수도권 거주자의 부담이 2배 가까이 크네요.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0.06.17.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0.06.17. [email protected]

정부는 지난 17일 집값 상승을 막겠다며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21번째 내놓는 대책으로, 조정 지역 추가 지정·주택담보대출 승인 요건 강화·부동산 법인 과세 부담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공급 확대와 관련된 내용은 빠졌는데요. 이번 대책이 집값 상승세를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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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서울 집값 '고공행진'의 비밀, 통계는 알고 있다

기사등록 2020/06/21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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