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다릴 수 없다"…文, 대북 제재 돌파구 본격 모색하나

기사등록 2020/06/15 18:57:35

김여정 '결별 선언' 위기감…관계 개선 적극 의지 표명

"남북관계 멈춰선 안돼…한반도 평화 약속 뒤로 못 돌려"

"여건 좋아지기만 못 기다려…남북, 적극적 실천 희망"

남북이 아닌 주변 정세에 더이상 안 끌려가겠다 의미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선언 국회 비준 당위성도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6.1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6.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일방적인 '결별 선언'에 남북관계가 더이상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당위성을 앞세웠다. 합의와 파기로 점철됐던 과거 불행한 남북관계를 답습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부장이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시사하며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오자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과 함께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문 대통령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남북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며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과 북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단절과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또 다시 멈춰서는 안 된다"며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수보회의 발언은 올해 들어 발신한 남북관계에 대한 8번째 메시지다. 올해 초부터 밝혀 온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방향성은 유지하면서, 관계 개선에 더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절박함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6.1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6.15. [email protected]
이는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반대에 가로막혀 남북정상 간 합의 사항 이행에 적극성이 부족했다는 기존 자성적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환기시킨 것은 남북이 아닌 한반도 주변 정세에 더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관계에 있어서 운신의 폭을 더 넓히도록 노력하겠다(1월2일 신년 합동인사회)",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게 아니라 남북 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1월14일 신년 기자회견)"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조해 왔다.

2018년 9월 평양 방문 후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론'으로 국제사회 설득을 시도했지만, 미국의 완강한 반대에 가로막혀 비핵화 대화는 물론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상황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국제 사회의 동의를 얻어가는 노력도 꾸준히 하겠다"며 "북한도 대화의 문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한 것은 최근 북한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4일 자신 명의의 대남 비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남조선 당국자들이 북남 합의를 진정으로 귀중히 여기고 철저히 리행(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에게 객적은 '호응' 나발을 불어대기 전에 제 집안 오물들부터 똑바로 줴버리고 청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요구했었다.

[파주=뉴시스] 최진석 기자 =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 오전 경기 파주 통일대교에서 통일부 판문점견학지원센터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2020.06.15.myjs@newsis.com
[파주=뉴시스] 최진석 기자 =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 오전 경기 파주 통일대교에서 통일부 판문점견학지원센터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북한의 체제를 부정하고,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을 모욕한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삐라) 살포 행위가 이뤄진 이면에는 문재인 정부의 묵인이 있었고, 4·27 판문점선언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남측이 남북정상간 합의 이행에 더이상 의지가 없다고 판단, 대북전단을 명분으로 폭발했을 수 있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날 "나는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한 것은 북한의 상황에 공감하고는 있지만 바로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인 제약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현재 대통령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은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과 같다는 의미"라며 "지금의 시기는 국제사회의 제재 속 남북관계 개선의 어려움을 더이상 기다릴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상황적인 절박함을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남북 정상간 합의를 일일이 언급하며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선언은 그 위에서 도출된 산물인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는 남북 간의 중요한 합의들을 이뤄왔다.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으로 이어졌고, 우리 정부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발전해 왔다"며 "이러한 합의들은 남북관계 발전의 소중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2020.06.1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2020.06.15.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정권과 지도자가 바뀌어도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는 남북 공동의 자산이다. 한반도 문제와 남북문제 해결의 열쇠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며 "이와 같은 합의들이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됐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여러 차례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있었지만 파기를 반복해온 것은 합의 이행의 연속성을 담보할 국회 비준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선언 만큼은 국회 비준을 통해 앞선 불행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합의들이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됐을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위해 나아가서는 평화 경제의 실현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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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다릴 수 없다"…文, 대북 제재 돌파구 본격 모색하나

기사등록 2020/06/15 18:57:3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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