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내년 3기 신도시 물량 중 일부 1~2년 앞당겨 분양
남양주·하남·과천·인천 중 약 9000호, 조기에 청약 받을 듯
국토부 "수요자 체감 높일 것"…전문가들 "사업 속도가 관건"

【서울=뉴시스】국토교통부는 오는 15일 남양주 왕숙·왕숙2,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택지지구에 대해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고시한다. 2021년 말부터 ‘첫마을 시범사업’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 호 중 일부를 일반적인 주택 청약 시기보다 1~2년가량 앞당겨 분양하는 '사전 청약제'를 적용키로 했다.
앞서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공급한 '보금자리 주택'의 '사전예약제'와 유사한 제도다. 공공주택의 실수요자인 무주택 서민이 수도권 30만 호 공급 계획을 조기에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집값 급등의 영향으로 조급하게 수요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이 또다시 급등하는 악순환을 방지하는 것이 정책 목표다.
다만 사전 청약제 추진 과정에서 분양가 책정 등 많은 난관과 논란들이 존재해, 국토부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3기 신도시 중에서 사전 청약제로 분양할 약 9000호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대상은 지난 2018년 12월에 입지가 발표돼 가장 사업 추진 속도도 빠른 ▲남양주 왕숙(6만6000호) ▲하남 교산(3만2000호) ▲과천(7000호) ▲인천 계양(1만7000호) 등 4곳 중에서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어 오는 2022년에는 지난해 5월 신도시 계획이 발표된 ▲고양 창릉(3만8000호) ▲부천 대장(2만호)에서도 일부 단지를 전 청약으로 분양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재고 주택을 사지 않더라도 도심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그것도 시세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데도 무주택 서민들은 아직 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을 먼 미래 일처럼 느끼고 있다"면서 "이 제도를 통해 정부의 공급 대책이 피부에 와 닿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예상되는 장애물이 많아 해결방안 마련이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사전 예약 제도는 수요자들의 관심은 높았지만, 각종 계획 변경과 사업 장기화 등으로 유명무실했다는 평가가 많다.
기존에는 지구 지정만 끝난 초기 단계에서 예약을 받다보니, 본 청약까지 도달하는 데 기간이 너무 길어진 탓이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과정 등에서 암반이나 문화재가 발견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고, 지역 주민들의 각종 민원 제기도 잇따라 사업에 발목을 잡았다. 사전 청약을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받은 탓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분양가도 오르고, 당첨자들도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수요자들에게 입주 예정시기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 하는 일이 되풀이 되다 보니, 제도 자체가 신뢰받지 못하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국토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사전 청약제도도 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분양가를 둘러싼 갈등도 예상하고 있다.
사전 청약과 본 청약 간에 최소 1년 이상의 시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부동산 가격 급등기라면 실제 본 청약 때 발표되는 분양가가 앞서 사전 청약 때 수요자들에게 미리 안내한 분양가보다 높아질 수 있다. 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두 가격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사전 청약제 도입은 정부가 무주택자들에게 막연히 기다리라는 요청 대신 조기 당첨에 따른 '내 집 보유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도 "주택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를 거두려면 3기 신도시 사업 추진의 속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 청약제도가 시장의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선분양 제도는 건설사와 입주민간의 정보 격차를 유발해 각종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전 청약 제도까지 도입할 경우 수요자들의 정보 접근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갈등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하자 보수 문제가 잇따를 때마다 선분양을 적폐로 규정하고 후분양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으나, 이제는 선분양을 초월한 사전 예약제까지 들고 나온 상황"이라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판단이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업계의 우려에 대해 "제도 보완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토지보상이 완료된 이후에 청약을 받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를 줄였다"면서 "또 보상금, 광역 교통망 투자비 등 각종 지출 규모가 상당 부분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분양가 인상 폭도 미세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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