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니 자연스레 '탈코' 되네…

기사등록 2020/05/05 06:00:00

콧대높은 명품화장품, 세일 잇따라

색조는 멀리, 트러블케어는 가까이

생활·위생용품 키운 회사가 승자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한 화장품 가게 점원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손 소독제 판매를 흥정하고 있다. 2020.03.15.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한 화장품 가게 점원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손 소독제 판매를 흥정하고 있다. 2020.03.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화장 안 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는데, 마스크 쓰니까 편한 점이 있네요. 베이스 메이크업 공들여 안 해도, 유행하는 색조화장품 안 사도 되니 꾸밈 시간도 줄고 통장 잔고도 늘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3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화장품 소비가 뚝 떨어졌다. 꾸밈 노동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의 '탈코르셋(탈코) 운동'. 장기간의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등을 통해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워지자 "저절로 탈코가 됐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쉽사리 할인 판매를 하지 않던 바비브라운, 맥(MAC), 랑콤, 아워글래스 등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은 지난달 잇따라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 세일축제를 진행했다.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에서 고가 정책을 써 왔지만, 마스크로 얼굴 절반 이상을 가린 이들이 화장품을 사지 않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화장품은 유통기한에 민감한 품목인 만큼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면 다음 시즌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결정한 세일로 보인다.

국내 브랜드도 사정은 좋지 않다. 지난 1분기 뷰티업계 실적을 보면 승승장구하던 뷰티업계 양대산맥,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뷰티 부문 실적이 크게 위축됐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매출이 2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7%나 떨어졌다. LG생건은 역대 최고 1분기 매출을 기록하긴 했지만 화장품 사업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10.0% 줄었다. 큰 손인 중국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팔지 못한 것이 실적에 가장 큰 타격을 미쳤고, 국내 오프라인 채널도 두루 매출이 하락했다.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사더라도 색조 화장품 보다는 트러블 케어 등 기초화장품 위주의 소비를 하는 추세다. 마스크를 착용하다보면 습기가 차고 피부 온도가 올라가 피지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여드름이 생길 우려가 크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2월1일부터 3월23일까지 트러블 케어 관련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애경산업의 여드름화장품 브랜드 '에이솔루션'의 '아크네 클리어 스팟 트리트먼트'도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했다.

코로나19로 가치관에 변화가 생긴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업계도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중이다. LG생건이 코로나19에도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데에는 시장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생활용품 사업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 생활용품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4%, 50.7% 뛰었다. 죽을 쑨 화장품 대신 손 소독제 등 위생용품이 매출을 견인했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LG생건의 백화점, 면세점, 중국 현지 매출은 역신장했지만 위생용품 및 프리미엄 제품 판매의 호조가 돋보인다"며 "특히 생활용품과 음료사업부의 이익개선이 인상적이다. 위생용품 매출 급증으로 적자폭이 감소해 전체 영업이익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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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니 자연스레 '탈코' 되네…

기사등록 2020/05/05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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