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30일 자정 넘겨 차수변경해 법안 처리
긴급재난지원금 2차 추경, 기부금법 등 통과
인터넷은행·산은법 개정안 '패키지' 처리 성사
n번방방지법, 태호·유찬이법, 해인이법 처리돼
주한미군 韓 근로자, 사할린 동포 지원법도
[서울=뉴시스]박준호 유자비 정진형 윤해리 기자 = 여야는 20대 국회 종료를 한 달 밖에 안 남겨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구제를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 밀린 민생법안 95건을 처리했다.
국회는 29일 오후 10시 12분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 등 법안 처리를 시작해, 자정이 되자 산회를 선포한 후 다시 본회의를 여는 차수변경을 통해 30일 0시 56분까지 예산안 7건, 법률안 86건 등 총 95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12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재석 206명 중 찬성 185명, 반대 6명, 기권 15명으로 가결시켰다.
당초 소득 하위 70%이던 지급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함에 따라 고소득자 등에 기부를 유도하고 이를 코로나19 극복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근거 법안인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도 처리됐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국내 모든 업종에서 사용한 금액의 소득공제율을 올려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내수 진작 차원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 결제 수단과 무관하게 소득공제율을 80%로 상향 조정한 것이 골자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자동차 등 기간산업의 위기 극복과 고용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산업은행에 조성하는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도 처리돼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걸림돌이 치워지게 됐다. 산은법과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여야가 패키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이다.
지난달 5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의 반대표로 부결됐던 해당 개정안은 이번에는 재석 209명 중 찬성 163명, 반대 23명, 기권 23명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찬반토론 과정에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부결을 호소하며 부결표를 찍었던 의원들의 이름을 열거하자 야당에서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텔레그램 n번방 등 사이버 성범죄를 엄벌하는 'n번방 방지법'도 통과됐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신설한 것이 골자로, 재석 189명에 찬성 189명의 만장일치로 처리됐다.
형법 개정안은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기준을 현행 13세에서 16세로 높였다.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해 보호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성착취 영상물 거래 등에서 수사기관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 범죄수익 환수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내용이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지연에 따라 한달 째 무급휴직에 들어간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도 재석 185명 중 찬성 185명의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특별법이 통과됨에 따라 주한미군의 무급휴직 조치가 적용된 한국인 근로자 3929명에 대해 고용보험법에 따른 구직급여 수준의 월평균 180만~198만원을 지급해 생계를 지원할 근거가 마련됐다.
어린이 생명·안전 보호를 위한 '해인이법'과 '태호·유찬이법'도 통과됐다.
해인이법으로 불리는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했다. 어린이 안전 주관부처도 명확히 했다.
태호·유찬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어린이 통학버스 운용시설 범위를 확대해 사설 축구클럽 등 체육교습업 시설도 포함시켜 관리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골자다.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 등으로 이주한 사할린 동포 지원 정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재석 158명, 찬성 158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금융투자업자 정보교류 차단, 세칭 '차이니즈 월' 규제를 개편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지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 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처리됐다.
기존 연구소를 한국재료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각각 독립·승격시켜 우리나라 원천소재 및 핵융합에너지 연구역량을 향상시키는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바이오분야 기술개발 및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농어업 분야 청년 유입을 위해 자금, 컨설팅을 지원하는 '후계농어업인 육성 및 농어업분야 청년 취업·창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조건불리지역 직불제로 운영되고 있는 수산직접지불제를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로 개편하는 수산직접지불제 시행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밖에 한자어, 일본식 용어 등 어려운 법률 용어를 알기 쉽게 바꾸는 법률용어 정비를 위한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65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도 처리됐다.
개정안은 지난해 8월 문희상 국회의장 지시로 법제실에서 일괄 정비 실무안을 준비하면서 마련됐다. 일례로 '공종(工種)'은 공사종류로, '기밀을 요하는'은 '기밀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기타'는 '그 밖에' 등 알기 쉬운 용어로 교체된다.
본회의 시작에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경기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화재와 관련, "부상자들에 대한 빠른 쾌유와 실종자 무사 귀환을 바란다. 조속한 인명 구조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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