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취준생의 병맛 웃음 속 공감…뮤지컬 '차미'

기사등록 2020/04/23 17:57:27

SNS과 옹고집전 결합한 이야기 신선

7월 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서울=뉴시스] 뮤지컬 '차미'. 2020.04.23. (사진 = 페이지원(PAGE1)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차미'. 2020.04.23. (사진 = 페이지원(PAGE1)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평범한 삶에서 매끈한 장면만 저장을 하고, 그것도 편집·수정해서 세상에 내놓는다면 우리는 마냥 행복할까.

뮤지컬 '차미'에서 취업 준비생 '차미호'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만들어낸 캐릭터 '차미(Cha_Me)'처럼 말이다.  

존재하지도 그렇다고 진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닌 현실의 차미호는 세상 위에 부유하는 듯하다. (보정을 해서 눈도 키우고, 키도 늘린) 차미로 살고자 하는 마음은 얄팍하지만 절실하다.

4년 동안의 개발과정을 거쳐 이번에 정식 무대를 선보이는 이 뮤지컬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병맛'으로 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뮤지컬이 기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판소리 계열 고대소설인 '옹고집전'이기 때문이다. 가짜 옹고집이 진짜 옹고집을 찾아가 진가(眞假)를 다투는 이야기.

'차미' 속에서 진짜 차미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물가물해진다. '옹고집전'처럼 소셜 미디어 속 차미가 실제 생활로 튀어나와 그녀의 삶을 점차 점유하는 것이 이유다.

차미가 차미호의 삶을 대신 살기 시작한 때부터 차미호는 평소 흠모하던 선배 '오진혁'과 연애를 시작하고 취업에도 성공한다. 그런데 그건 차미호의 삶이 아닌 차미의 삶이다.
 
겉보기에 잘 포장된 것 같던 차미호의 삶은 와장창 깨지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항상 열심히 하는 자신을 좋아하는 '김고대'의 마음도 알아주지 못한다.

하지만 스스로 오래 감았던 눈이 번쩍 뜨이면서 달라진다. 평범한 자신의 삶을 자책하는 대신, 어쩌면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긍정에 젖을 때 치유의 날들이 찾아온다. 가짜이지만 정말 가짜로만 남을까 두려워하던 차미도 차미호의 삶을 응원하며 진짜 한 몸이 된다.

현대사회의 진부한 문제를 다시 재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차미'는 겉만 번지르르해 보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대신,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른 방식의 소통으로 교감을 꾀한다.

메시지만 보면 빤할 것 같은 이 뮤지컬을 추동하는 것은 B급 유머다. 차미 캐릭터는 뻔뻔하게 예쁜데, 중간 중간 망가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을 보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차미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녀의 등을 뜀틀 삼아 폴짝 뛰는 오진혁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일삼으며 객석을 웃음바다로 몰고 간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차미'. 2020.04.23. (사진 = 페이지원(PAGE1)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차미'. 2020.04.23. (사진 = 페이지원(PAGE1) 제공) [email protected]
그렇게 웃음과 비상식을 오가다보면, 어느새 차미호의 평범한 삶과 고민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능청스런 오진혁에 맞춤형인 탱고 풍의 노래, 차미의 세련됨에 어울리는 모던 록 등 뮤지컬 넘버들도 귀에 척척 붙는다.

'임자 없는 기성품'을 다룬 채만식 작가의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1934)에서 모티브를 따온 넘버 '레디메이드 인생'은 취준생의 어려움을 느끼게 만들고, 상처내고 긁어내어 숨겨진 진짜모습을 찾는 미술 기법 중 하나인 '스크래치'에서 따온 동명 넘버는 작은 용기를 건넨다.

극이 끝날 때쯤에 어떤 유명한 인물의 스펙터클한 이야기보다도 더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 명의 사람은 하나의 세계다. '차미'는 가상을 통해 현실을, 허구 인물로 진짜 우리를 이야기한다. 빤한 이야기는 그래서 진부하게 소비되지 않고 새로움과 생명력을 얻는다. 우리 삶은 다 처음이니까, 스스로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차미'는 노래한다.

젊은 배우들의 과감한 열연이 극에 생동감을 준다. 차미호 역의 유주혜, 함연지, 이아진, 차미 역의 이봄소리, 정우연, 이가은, 김고대 역의 최성원, 안지환, 황순종, 오진혁 역의 문성일, 서경수, 강영석 등 어느 배우 하나 빠지지 않는다.

뮤지컬 '명동로망스'로 주목 받은 조민형 작가 겸 작사가와 최슬기 작곡가가 지난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시야 플랫폼: 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한 작품이다. 이후 개발과정 속 두 번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치며 전석 매진을 기록, 올해의 기대작으로 꼽혔다. 

개발 과정에서 함께 해온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키다리 아저씨'의 박소영 연출과 '어쩌면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의 주소연 음악감독이 이번에도 함께 한다.

'뮤지컬계 대모'로, 최근 tvN '더블캐스팅'에서 멘토로 출연한 이지나연출가의 프로듀서 공식 데뷔작이다.

'차미'는 7월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 조치를 강화한다. 마스크 착용과 문진표 작성 의무화, 공연장 열화상 카메라 설치 및 비접촉 체옥 측정을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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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취준생의 병맛 웃음 속 공감…뮤지컬 '차미'

기사등록 2020/04/23 17:57:2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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