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진칼 주주총회…조원태 사내이사 연임 '성공'
조현아 입지 위태…한진그룹 내 호텔사업도 축소 수순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 결과로 한진 오너 3세 간 희비가 갈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반격에 실패하며 입지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이날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외이사 선임의 건 등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조원태 회장과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은 사내이사 선임에 성공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등이 포함된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선임에 실패했다.
또한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은 전원 통과,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및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선임안은 전원 부결됐다.
주총 직전까지 치열했던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조 회장 측의 승리로 돌아간 가운데, 남매 간 희비는 교차하게 됐다. 한진그룹 내 '조원태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은 수세에 몰렸기 때문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 입장문 발표를 통해 "조원태 회장은 가족 간 공동경영 협의에 무성의하다"고 비난하며 현 경영 체제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어 지난 1월 말 KCGI, 반도건설과 한진칼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히며 조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지난달 4일 현 경영 체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자, 조 전 부사장은 가족을 상대로 홀로 맞서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이번 주총에서도 반격에 실패하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내 입지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진그룹은 지난달 대한항공, 한진칼 이사회를 열고 호텔사업의 정리수순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종로구 경복궁 인근의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등 유휴·비핵심 자산을, 한진칼은 칼호텔네트워크 산하 일부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을 놓고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조 전 부사장 '흔적 지우기'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 호텔·레저사업 부문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2900억원 상당을 내고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고, 이듬해에는 7성급 한옥호텔을 짓고 복합문화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송현동 드림'은 조 전 부사장이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서 앞장선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학교 반경 200m 내에는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법으로 호텔 건립 계획이 유보됐고, 2014년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왕산레저개발은 아예 조 전 부사장이 2011년 설립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대한항공 자본금 60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현재 대한항공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을 추진 중인 송현동 부지와 관련해 서울시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호텔사업은 축소하는 한편, 항공·운송업에 집중하며 대외 환경 불확실성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이날 주총서 의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 지금까지의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며 슬기롭게 극복해 온 경험을 토대로, 올해도 위기 극복은 물론 주주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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