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 10.7조 투입…시총 1%로 시장 움직일까

기사등록 2020/03/24 14:32:18

정부, 10조7000억 규모 증시안정펀드 투입

전문가들 "시장 안정화 조치일뿐…주가 반등 기대 말아야"

"연기금이 추매한다면 상황 더 호전될수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병화 김제이 기자 =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편성하기로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자금 투입 규모가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의 약 1% 수준으로, 규모 면에서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약해 주가 반등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증안펀드가 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기금이 증안펀드 집행에 따라 추가 매수하는 레버리지 효과나 정부의 시장 안정화 의지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효과 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4일 5대 금융지주, 18개 금융회사 등과 함께 증안펀드를 총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펀드 출자금액에 대한 건전성 규제 비율을 완화하고 투자손실 위험 경감을 위한 세제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

이번 펀드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모집해 코스피200 등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에 투입한다. 1차 캐피탈 콜 규모는 약 3조원 내외로, 내달 초부터 투자를 개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email protected]
◇10조7000억 투입…코스피 시총 대비 1% 수준

이번 증안펀드 10조7000억원은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998조4500억원·23일 기준) 대비 약 1% 수준으로, 즉각 모든 자금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산술적으로 1%의 지수 상승을 이끄는 데 그친다.

약 4조원의 증시안정기금이 투입된 1990년 당시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85조원 수준이었던 반면 현재 코스피 시총은 1000조원에 달한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만에 1조원가량을 순매도하기도 해 증시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서만 10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안펀드로 조성되는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0조원가량 투입해야 본래 취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1990년대 증안기금 때보다 시총이 훨씬 커졌기 때문에 이 정도 자금이 투입됐어야 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주가지수가 다른 거시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어 더 큰 규모를 편성했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든 국내든 주가지수는 기업에 직접적 타격을 주진 않지만 소비자심리지수와 동일하게 움직이는 등 거시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며 "또한 주가 안정이 역으로 기업 펀더멘털 안정에 영향을 주기도 해 현 상황이 워낙 위중한 만큼 증안펀드를 더 큰 규모로 편성해야 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03.2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03.24. [email protected]
◇"연기금이 관건...증안펀드와 같이 매수하면 시너지"

증시 전문가들은 증안펀드 규모가 시가총액 규모와 비교해 크지 않은 만큼 주가 반등을 위한 기대감을 키우기보단 '서킷 브레이커'와 같은 증시 안정화 조치로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증안펀드의 자금 집행이 이뤄질 때 연기금이 추가 매수에 나서는 레버리지 효과와 시장의 심리를 개선하는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떨어지는 증시 상황 속에서 시총의 1% 수준으로 주가의 상승 반전을 이룰 수 없다"며 "증안펀드는 주가 부양이 아닌 하락폭을 잠시 늦추는 시장 안정화 장치로, 이 정도 규모라면 안정화를 위해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자금 투입을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며 "정부가 인위적인 주가 부양에 나설 시 추후 후유증이 올 수 있어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되 지나친 투매를 막기 위한 장치로 이용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안펀드가 집행이 될 때 '시그널링 효과'가 있어 10조원보다 큰 수급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증안펀드 투입 때 연기금이 뒤따라 나오며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회사들이 다른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자금으로 기금을 조성하기 때문에 규모를 무작정 늘릴 수 없다"며 "금액을 지나치게 큰 규모로 잡으면 추후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근창 센터장은 "이번 기금이 큰 힘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가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며 "시장이 빠지면 대응한다는 것이지만 이 증안펀드 금액으로 큰 효과를 누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증안펀드 10.7조 투입…시총 1%로 시장 움직일까

기사등록 2020/03/24 14:32:18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