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지니뮤직 양강구도 판 깨지나...플로·바이브 음원차트 반란

기사등록 2020/03/23 11:42:55

플로 "음악생태계 다양성 위해 실시간 차트 폐지"

바이브 "상반기중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 도입"

세계 최대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도 국내 진출 초읽기

[서울=뉴시스] 플로 차트. (사진 = SK텔레콤 제공) 2020.03.20.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플로 차트. (사진 = SK텔레콤 제공) 2020.03.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원사이트 후발업체들의 도전적인 행보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 3위인 SK텔레콤의 음악 플랫폼 '플로(FLO)'와 5위인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뮤직 서비스 '바이브(VIBE)'가 중심에 있다.

이들은 음원차트 선정과 수익 분배 방식을 변화시켜 1위 멜론, 2위 지니뮤직으로 공고화된 음원 시장에서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플로는 최근 1시간 단위 기존 실시간 차트를 폐지했다. 대신 24시간 누적 기준 차트에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플로차트'를 론칭했다.

기존 음원 사이트의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는 특정 팬덤에 의해 순위가 좌지우지되거나, 바이럴 마케팅을 통한 왜곡이 일어날 확률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실제 대중의 관심과는 순위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플로차트'는 최근 24시간의 누적 차트를 매시 정각에 갱신, 짧은 시간 안에 비정상적으로 차트에 진입하는 왜곡을 줄일 수 있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로는 "일방적인 차트 의존을 지양하고 음악 생태계를 건강하고 다양하게 만들고자 이번 실시간 차트 폐지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상반기 중 바이브에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VPS: VIBE Payment System)을 도입한다. 이용자가 낸 스트리밍 요금이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간 국내 음원 사이트들은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의 비중을 계산,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방식 '비례배분제'를 채택해왔다.

음원 정산액이 특정 가수의 음악을 들은 이용자의 규모보다 플랫폼 전체의 재생 규모에 맞춰져 있었다. 재생수가 많은 가수에게 더 큰 비율이 적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요계, 음원사이트 변화 환영…스포티파이, 진출 지각변동

이번 음원 차트의 개편으로, 가장 크게 기대되는 점은 공정성이다. 음원차트 변경은 순위 경쟁 등으로 일부 가수의 불필요한 사재기 의혹을 방지할 수 있다. 음원 정산액 구조 개편은 유통업자에게 이익이 쏠려 있는 왜곡된 저작권료 분배를 개선하는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가요계에서는 왜곡된 음원차트와 수익 분배 개선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왔다. 특히 2012년 현대카드 뮤직은 판매금액의 80%가 뮤지션에게 돌아가는 음원프리마켓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시간 차트' '톱100 전체재생'이라는 양대산맥 구조에 익숙해진 대중의 취향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울=AP/뉴시스] 스포티파이
[서울=AP/뉴시스] 스포티파이
아이돌 그룹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소셜 미디어 등에서 우리 가수들의 곡에 대한 반응은 좋은데 차트에는 반영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취향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는데, 최근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올해 이런 국내 음원사이트 생태계에 또 다른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올해 '음원계의 넷플릭스'로 통하는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월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2008년 스웨덴에서 처음 선보인 스포티파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비롯 K팝의 스트리밍이 눈에 띄게 늘면서 한국시장 진출을 탐색해왔다.  
 
이용자의 취향을 철저하게 분석해 제시하는 음원추천 기능이 개인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이다. 최근 국내 음원 플랫폼도 추천 형태인 '큐레이션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K팝 음원 확보가 우선이다. 한국 시장은 해외 팝보다 자국의 가요를 더 많이 소비하는 구조다. 지난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애플뮤직은 한국 가요의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아직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

음원차트 개편과 새로운 음원사업자 진출 등 음원 사업 관련 다양한 흐름은 우리 음악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예전에 멜론을 운영했다 매각한 SK텔레콤이 2018년 플로를 론칭하고 다시 음원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 규모는 K팝의 부상과 함께 세계 6위까지 올라왔다. 최근 일련의 흐름에 대한 논의와 적극적인 분석은 시장의 성숙도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플로 운영사 드림어스컴퍼니 이기영 대표는 "이제 데이터와 기술로 소비자 취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 만큼, 1시간 단위 재생수로 경쟁하며 음악소비문화를 지배해 온 기존 실시간 차트는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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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지니뮤직 양강구도 판 깨지나...플로·바이브 음원차트 반란

기사등록 2020/03/23 11:42:5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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