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출신 대통령이 "약초는 조상들의 바이러스 극복법"
벨라루스 대통령 "건식 사우나서 땀 흘려라" 조언도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무섭게 확산하는 가운데 몇몇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잘못된 바이러스 예방법을 알리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대통령은 "야생 약초를 태워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벨라루스의 대통령은 "보드카를 마시라"고 조언했다.
18일(현지시간) 자유유럽방송(RFE)에 따르면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코로나19 관련 내각회의를 열고 "하말라라는 야생 약초를 태우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수천년 동안 우리 조상들은 중독과 싸우며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적인 방법을 개발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역사적으로 정치 권력을 장악한 이들이 공중보건의 중심을 잡아왔다. 구소련 붕괴 전인 1990년부터 2006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전 대통령은 국영방송, 혹은 신문을 통해 꾸준히 일상적인 공중보건 조언을 해왔다. 2005년에는 자국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아닌 자신에게 선서를 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투르크메니스탄 당국은 아직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4년부터 26년째 벨라루스를 이끌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보드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6일 내각회의를 마친 뒤 관계자들에 "나는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근에 사람들을 만나면 '보드카로 손만 씻지 말고, 40∼50g을 매일 마셔 바이러스를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국영방송을 통해서 전 국민에 전달됐다.
그는 또 "건식 사우나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 게 좋다. 코로나19는 60도에서 죽는다"고 근거 없는 조언을 더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 지금은 마을에서 일만 하면 된다"면서 "농촌에서는 사람들이 밭에서, 트랙터 위에서 아무도 바이러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곳의 트랙터가 모두를 치유해 준다. 밭은 모든 사람을 고쳐낸다"고 강조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벨라루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1명이다. 사망자는 없다.
누적확진자가 81명에 달하는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도 '술'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3주 전 보건전문가들과 만나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한 뒤 기사들과 만나 "그들은 알코올을 뿌린 곳에서는 바이러스가 증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나는 이제 하루에 한 잔씩 (술을) 마실 이유야 생겼다"고 말했다.
곧이어 "물론 바이러스는 술과 상관이 없다. 그냥 여러분께 (알코올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해본 말이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나 시기에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세르비아에서는 외무장관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중국 경제를 겨냥한 외세의 음모"라는 말을 해 국민의 비난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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