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방항공 해직 승무원들 "복직 위해 뭐든 다할 것"

기사등록 2020/03/17 17:45:48

최종수정 2020/03/17 23:31:36

"한창 우한 난리일 때 외국 승무원 중 한국인만 우한 투입"'

"유급 휴직 기간에도 온라인 강의 들어…갑작스레 해고 통보"

"말도 못할 정도로 한국인 차별 심해"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중국 동방항공으로부터 3월11일자로 해고 통보를 받은 14기 한국인 승무원. 2020.03.17 pdyes@naver.com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중국 동방항공으로부터 3월11일자로 해고 통보를 받은 14기 한국인 승무원. 2020.03.17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중국 동방항공 해직 승무원들은 "자부심과 열정으로 근무해온 회사에서 한순간에 쫓겨나 너무나 억울한 심정이다"며 "복직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17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회사가 제시한 전직이나 위로금 등 다른 조건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이렇게 허무하게 직장을 잃고 싶진 않다. 힘들게 들어온 직장인 만큼 꼭 지켜내겠다"고 호소했다.

- 코로나19 확산 초기 때부터 중국 국내선 위주로 투입됐다는데.

A(여)씨 = "지난해 12월 초부터 갑자기 중국 국내선 스케줄에 투입됐다. 한국 본사가 하던 한국인 승무원 스케줄 관리를 중국 본사가 맡으면서 생긴 변화였다. 한창 우한이 난리가 났을 때 갑자기 같은 방을 쓰던 동료(한국인)가 우한 노선에 투입돼서 병가 쓰고 가지 말라고 했다. 보통 비행에 외국인 1~3명 정도 투입되는데 당시 중국 국내선 노선에 투입되는 외국인 승무원은 한국인밖에 없었다."

B씨 = "외국인 승무원 관리자에게 두 차례 질의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점점 심각해지는데 너무 위험한 것이 아니냐. 배정받은 스케줄은 다 소화를 해야 한다고만 답변을 받았다. 당시 중국 국내 비행에 우리가 투입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김포에서 제주, 제주에서 부산 가는 노선에 외국인 승무원을 태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해발 국제선에 투입되다가 국내선을 타게 돼 사측에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니까 비행 가기가 두려웠다. 우리야 젊고 회복력이 빠르지만, 같이 생활하는 친구나 가족에게 병을 옮길까 두려웠다."

C(여)씨 = "사측에서는 '계약서상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국내선에 투입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없으니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동방항공에 한국인은 2000년부터 채용됐는데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국내선에 집중적으로 투입된 일이 없다고 했다. 우리가 계속 문제를 제기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2월4일 사측으로부터 한국인 승무원의 국내선 투입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공지를 받았다. 이틀 뒤인 2월6일부터 2~3월 두 달 동안 유급 휴직에 들어갔다."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중국 동방항공 한국인 승무원의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정기훈련 안내글. 유급휴직 기간인 2월25일자 공지다. 온라인 학습 마감일은 14기 승무원 계약만료일(3월11일) 이후인 3월31일로 돼있다. 2020.03.17pdyes@naver.com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중국 동방항공 한국인 승무원의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정기훈련 안내글. 유급휴직 기간인 2월25일자 공지다. 온라인 학습 마감일은 14기 승무원 계약만료일(3월11일) 이후인 3월31일로 돼있다. [email protected]

- 유급 휴직에 들어간 뒤 해고 통보를 받기까지 사측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거라는 낌새를 보였나.

C씨 = "그런 낌새가 전혀 없었다. 휴직동의서에 명시된 복직예정일은 4월1일이었다. 계약만료일이 3월11일이었는데 복직예정일이 그보다 늦은 4월이어서 재계약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유급 휴직 기간에도 정기훈련에 대한 공지가 계속 있었고, 외출을 자제하고 건강을 챙기라는 관리자의 당부가 있었다. 계약직 입장에서는 계속 계약이 연장할 거라는 희망을 심어주는 행위였다. 사측과 앞으로 있을 소송에서 핵심 쟁점이 될 '갱신기대권'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다."

A씨 = "1~2월 중 새 유니폼 신청을 받았고, 7월부터 순차적으로 배송될 거라고 고지됐다. 정기훈련 중 하나인 복습훈련 온라인 강의를 3월까지 수강 완료하라고 해서 유급 휴직 기간에 듣고 있었다. 그러다 3월9일 오전 11시부터 순차적으로 나를 포함한 동기 모두가 계약 만료 통보 메일을 받았다. 당일 사측은 서류에 서명해서 회신해 달라고 했고, 서명하지 않으면 사측이 마련한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압박을 받았다."

B씨 =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2월까지 승무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비행기 기종 교육이 있었다. 새 기종을 투입할 테니 이에 대비해 교육받으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A350과 B777 교육을 받았다. 신기종에 투입하기 위해 교육해 놓고, 자격 취득한 사람을 자른다는 게 말이 되냐."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중국 동방항공이 한국인 승무원에게 보낸 휴직동의서. 휴직 기간은 2월19일~3월31일, 복직예정일은 4월1일로 명시돼 있다. 2020.03.17 pdyes@naver.com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중국 동방항공이 한국인 승무원에게 보낸 휴직동의서. 휴직 기간은 2월19일~3월31일, 복직예정일은 4월1일로 명시돼 있다. 2020.03.17 [email protected]

- 2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사측으로부터 약속받았나.

B씨 = "항공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1~2년 계약직으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예컨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2년, 1년 인턴 기간을 거친 뒤 정규직 전환된다. 동방항공도 마찬가지다. 1~2년 계약직으로 일하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D(여)씨 = "최종 면접에 붙어 계약서 쓰는 날 담당자가 '2년 계약이지만, 계약은 계속 연장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동의 서명을 해서 고용불안을 걱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 사측에서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대해 뭐라고 해명하던가.

B씨 = "갑자기 결정이 났다고 했다. 외국인 승무원을 관리하는 가장 높은 관리자가 한 말이다. 대표 관리자가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터진 초기만 해도 (해고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3월 초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한국이 코로나19 발병이 가장 심했기에 계약 해지가 불가피했다고 하더라."

C씨 = "이렇게 갑자기 결정 날 게 아닌데 갑작스럽게 결정이 나서 해고 승무원들에게 위로금을 주는 거라는 말을 들었다. 사측이 위로금을 주고 급하게 대량 해고를 덮으려는 게 아니었나 합리적 의심이 든다."

A씨 = "다른 국내 항공사 같은 경우 수익구조가 악화되자 임원 월급을 삭감하거나 유급 휴직을 주는 방식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해결해 나간다. 동방항공은 중국 3대 국영항공사인데 사람을 해고하는 식으로 경영난을 해결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동방항공 소속 승무원이 전체 5만 명 정도인데 그중 한국인 승무원 73명을 자르지 못해 안달인 게 납득이 안 간다."

- 다른 외국 국적 승무원은 해고당하지 않고, 한국인 승무원만 해고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D씨 =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다. 사측이 확인해주지 않아 우리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한국인 승무원)보다 일주일 더 빨리 입사해 교육을 받은 일본인 승무원의 경우,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우리는 해고 통보되기 3일 전부터 스마트폰의 비행 스케줄 어플 접근이 불가했다. 시스템에서 로그아웃돼 어플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본인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그들은 어플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한국인만 해고 통보를 받은 게 아닌가 유추하는 거다. 유럽 국적 승무원은 계약만료일이 7~8월로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중국 동방항공이 14기 한국인 승무원에게 보낸 계약기간 만료 고지서. 2020.03.17 pdyes@naver.com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중국 동방항공이 14기 한국인 승무원에게 보낸 계약기간 만료 고지서. 2020.03.17 [email protected]

- 동방항공의 한국인 승무원 대량 해고가 중국 기업에 무너진 한국의 자존심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데.

B씨 =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인 차별이 심했다. 평생 꿈꿨던 직업이고 힘든 과정을 거쳐 입사했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부당함을 견디며 다녔다. 다른 외국 국적 승무원보다 중국어를 잘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더 쉽게 차별적인 언어에 노출됐다."

- 복직해도 이전보다 더 심한 차별을 겪을 거라는 우려가 있다.

C씨 = "해고가 가장 속상한 일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직장을 잃을 바에 차라리 들어가서 차별을 겪는 것이 낫다.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근무했지만, 한순간에 쫓겨나서 너무 억울하다. 다른 직장이나 직업을 찾으라고 하는 인터넷 기사 댓글을 봤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반이 힘들다 보니 이직도 쉽지 않고, 다른 직종으로 가려 해도 2년 경력 단절 때문에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힘들게 들어온 직장인 만큼 꼭 지켜내고 싶다. 복직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거다."

- 정치권이나 경기도 등 행정기관에서 동방항공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부탁이 있다면.

A씨 = "정치권이나 행정기관에서는 이 사태의 중점을 '한국인 승무원 차별'에 두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이지만, 청년이기도 하다. 기업이 노동법에 어긋나게 부당하게 노동자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청년의 노동권익이 침해됐다. 막연한 연민이 아닌, 청년세대의 노동권익을 보호한다는 사명으로 우리를 도와줬으면 한다. 규모가 어마어마한 중국 국영기업과 기업이 고용한 대형로펌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어서 외부 도움이 절실하다. 끝까지 부당해고와 싸우는 우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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