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구역에 고령자 없지만 늘 긴장감"…생활치료센터 자원 의사에게 물었다

기사등록 2020/03/16 04:30:00

이비인후과 전문의 합격직후 자원 박준완씨 인터뷰

"매일 환자 만나서 검체 채취"…방호복 입고 땀흘려

경증환자 위주지만 긴장감 "심정지 오면 큰일이다"

매끼니 도시락에 손빨래 고되도 '골든크로스' 희망

"친척에게도 말 못하고 와…걱정하지 말았으면 해"

"동성로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일상 회복이 소원"

[경주=뉴시스] 경북 경주시 양남면의 현대자동차 연수원 전경.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이곳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구8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0.03.15. photo@newsis.com
[경주=뉴시스] 경북 경주시 양남면의 현대자동차 연수원 전경.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이곳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구8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0.03.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증 환자들을 '생활치료센터'에 두고 격리해 관찰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16개의 생활치료센터에 2707명의 환자가 머무르고 있다. 센터는 자원봉사, 의료지원에 나선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15일 현재 의사 1128명, 간호사 793명, 간호조무사 203명 등이 전국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경북 경주 대구경북8생활치료센터(현대자동차연수원, 이하 대구경북8센터)에서 근무중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준완(29)씨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 박씨를 비롯한 의사 7명, 간호사 20여명은 매일 검체 검사와 문진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박씨는 대구경북8센터 개소 이틀째인 지난 11일부터 현장을 지키고 있다. 현장에는 의료진 외에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대구시청 파견팀과 군·경찰, 방역팀이 함께 상주하고 있다.

◇한 명씩 찾아가 검체채취 '땀 뻘뻘'…"필요시 외부 약국서 약 받아오기도"

대구경북8센터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머무르는 '클린존(clean zone)'과 환자들이 머무르는 '오염공간(병동)'으로 나눠졌다. 환자들이 머무르는 곳에 들어갈 때 의료진은 레벨D 전신방호복을 입는다.
[서울=뉴시스]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준완씨가 경북 경주 대구8생활치료센터(현대자동차연수원)에서 밤늦게 업무를 보는 모습. 박씨는 1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병동 공간으로 갈 때 외에는 수술복을 입고 대기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완씨 제공) 2020.03.1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준완씨가 경북 경주 대구8생활치료센터(현대자동차연수원)에서 밤늦게 업무를 보는 모습. 박씨는 1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병동 공간으로 갈 때 외에는 수술복을 입고 대기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완씨 제공) [email protected]
의료진은 매일 30여명의 검체를 채취한다. 방호복을 벗고 나면 땀에 흠뻑 젖어 있기 일쑤다. 환자 모두가 1인실에 머무르고 있고, 병원처럼 한 장소에 모여서 검체를 채취하는 게 아니라 의료진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박씨는 16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병동지역은 밀봉돼 있어 통하는 길은 한 곳이다. 평소에는 수술실 복장을 입고 있다가 들어갈 때 방호복으로 갈아 입는다. 천으로 된 문 두개를 열고 들어가 걸어서 5분을 가야 병동에 도착한다. 방호복을 입으면 밀봉된 느낌이다. 비닐하우스와 같다고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의료진 감염을 피하기 위해 검체를 채취하거나 상태가 악화돼 방문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병동으로 가지 않는다. 중증단계로 넘어갈 우려가 있는 폐렴 환자 1명만 유선으로 상태를 확인한다. 필요할 경우 외부 약국에서 약을 받아오는 것도 의료진 몫이다.

박씨는 "코로나19 관련인 경우 대구시에서 비용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환자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경증이지만 긴장감 흘러…"심정지 발생시 위험"

이 같은 대구경북8센터의 실질적인 운영 지침은 박씨를 비롯한 현장 의료진이 마련했다. 당국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조력하지만 전문가는 의료진이기 때문이다. 약국 섭외, 처방 가능 여부도 의료진이 직접 자문을 구해서 정했다.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증환자와 의료진, 지원인력이 머무르는 생활치료센터에 공급되는 생필품 바구니 모습. 사진은 경북 경주 대구8생활치료센터(현대자동차연수원)에서 봉사 중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준완씨 제공. 2020.03.1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증환자와 의료진, 지원인력이 머무르는 생활치료센터에 공급되는 생필품 바구니 모습. 사진은 경북 경주 대구8생활치료센터(현대자동차연수원)에서 봉사 중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준완씨 제공. [email protected]
박씨는 "하루에 검사를 몇 명 진행하자든가, 조금만 기침이 있어도 어떻게 할까 하는 지침이 없다"며 "회진은 전화로 할 지, 한다면 몇 시에 할지, 의료진은 몇 명이 함께 움직일지도 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경증환자가 대부분인 생활치료센터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가 대표적이다. 방호복을 입고 5~10분을 들어가야 하므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씨가 오기 하루 전에는 폐렴이 악화돼 대학병원으로 보낸 환자도 1명 나왔다.

박씨는 "심정지가 갑자기 온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 기도삽관기구는 있지만 5분마다 혈관으로 약을 넣는데 필요한 도구는 없다"며 "경증구역에 고령 환자는 없지만 혹시라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격리해제에 대한 판단도 유연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아, 영유아 환자의 경우가 예다. 보호자가 음성이 나오고, 소아 환자가 검사를 기다려야 하면 아이를 혼자 두게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끼니 도시락에 손빨래…'골든크로스' 희망 느껴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된 환자들은 생필품을 공급받을 때가 아니면 방 밖으로도 나갈 수 없다. 물품을 해병대원이 복도 앞에 놓고, 이들이 빠져나가면 들고 가는 식이다. 밥도 하루 두 차례 같은 방식으로 제공한다.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환자들이 머무르는 경북 경주 대구8생활치료센터에 생필품 등 구호물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은 이곳에서 민간 의료봉사 중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준완씨 제공. 2020.03.1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환자들이 머무르는 경북 경주 대구8생활치료센터에 생필품 등 구호물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은 이곳에서 민간 의료봉사 중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준완씨 제공. [email protected]
박씨는 "다들 답답해한다. 개소한 지 5일이지만 장시간 갇혀 있으면 더 힘들어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며 "심리치료사가 한 팀 와 있는데 매일 정기적으로 생활체조를 하자는 방송을 내보낸다"고 전했다.

의료진을 비롯한 지원인력 모두가 고된 생활을 보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대신한다. 모든 쓰레기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빨래는 손으로 직접 해결하고, 냉장고도 없다. 그럼에도 박씨는 "우리 여건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활치료시설마다 사정이 다르다. 의사의 역량, 공무원의 협조 여부도 중요하다"며 "다른 곳에서는 지휘하는 의사가 고성을 치거나, 지원도 시원찮다고 토로하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박씨는 "3월말까지 상당수가 퇴원할 것"이라 내다봤다. 대구, 경북의 추가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고, 완치자 수가 신규 확진자를 넘어선 '골든크로스' 소식도 힘이 된다.

◇가족 반대했지만 "소박한 마음"…소주 한 잔 일상 회복됐으면

마음 한켠엔 가족들에 대한 걱정도 남아있다.

박씨는 "주변에서도 많이 말렸다. 간다고 하니 어머니는 3일 동안 말이 없었다. 소박한 마음으로 왔다. 의료봉사 한다며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곁 친숙한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까지 있는데 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고 바로 자원했다. 오는 31일 근무가 끝나면 4월 중 군의관 입대를 앞두고 있다. 2주간 스스로 자율격리를 선택할 계획이다.

 그는 "숙소를 잡아 2주 홀로 지낸 뒤 바로 훈련소를 갈 생각이다. 한 달 이상 부모님 못 볼 각오로 왔다"며 "걱정할까봐 친척들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왔다. 생활 잘 하고 있고,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외식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주말인 15일 오후 대구 도심지인 동성로가 인적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15.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외식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주말인 15일 오후 대구 도심지인 동성로가 인적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씨가 수련을 마친 병원은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이다. 그에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뒤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묻자, 대구의 평범한 일상이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소원이라면 가족, 친구들과 시끌벅적한 대구 동성로 술집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고,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집에 걸어가고 싶다. 평범한 일상을 얼른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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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구역에 고령자 없지만 늘 긴장감"…생활치료센터 자원 의사에게 물었다

기사등록 2020/03/16 04:3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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