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김형오 정면 충돌 피했지만…잇단 반발 속 내홍 절정

기사등록 2020/03/13 13:21:58

공천 막바지 황교안 당대표-김형오 공천위원장 갈등 조짐

공관위, 공천 재의 요청 6곳 중 2곳 '수락'…확전 차단 절충

공천 번복에 해당 예비후보 반발 "황교안·김형오 사퇴해라"

김형오, 결국 위원장 취임 57일 만에 사퇴 "모든 책임 지겠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전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다. 2020.03.13.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전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미래통합당 지도부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권을 둘러싼 신경전에서 절충안을 내면서 당 최고위와 공관위 간 정면 충돌은 피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당 내홍이 극심해지면서 분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김형오 공천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선거를 코앞에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극심해진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전날 공관위 결정에 반기를 들고, 당 지도부 차원에서 본선 경쟁력과 권역별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하자, 최고위와 공관위 간 본격적인 힘겨루기로 바라봤다.

최고위가 지역구 공천을 문제 삼고 재의를 요청한 곳은 서울 강남을, 부산 북·강서을, 부산 진갑,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 경남 거제 등 6곳으로, 이 가운데 황 대표 취임 후 첫 당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의원 지역구 인천 연수을과 원내 지도부인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가 공천 배제된 경남 거제가 포함됐다.

이에 반해 서울 강남을(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 부산 진갑(서병수 전 부산시장), 대구 달서갑(이두아 전 의원)은 '사천(私薦) 논란'이나 '통합 지분 공천' 비판이 일었던 곳이라 당 지도부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결국 당 지도부의 재의 요청에 따라 공관위가 6곳 중 2곳에서 경선을 치르는 절충안을 내자, 당 안팎에선 황 대표와 김 위원장 간 갈등이 충돌 양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이견이 봉합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0.03.13.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재의 요구에 대해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황 대표의 주변 인사들이 공천에서 잇따라 탈락했고 재의 요청도 다 안 받아들여져 체면만 구긴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황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의 요청 6곳 중 2곳만 받아들여진 데 대해 "우리는 우리 의견을 냈고 그걸 감안해서 공관위가 판단했다"며 "숫자 가지고 얘기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공천관리위원회의 재심의 결과를 놓고 여전히 해당 예비후보들이 반발하면서 잡음이 쉴 새 없이 흘러나고 있다.

인천 연수을 단수공천을 받은 민현주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번복의 결과, 미래통합당은 미래도 없고 통합도 없는 도로친박당이 됐다"며 "도로친박당의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위원장은 공천 번복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회의에 입장하던 중 김재원 정책위의장과 인사 후 그를 대열에 합류시키고 있다. 2020.03.13.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회의에 입장하던 중 김재원 정책위의장과 인사 후 그를 대열에 합류시키고 있다. [email protected]
민 전 의원은 "민경욱 의원을 컷오프 했던 김형오 공관위의 원칙과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시는 것인가"라며 "김형오 위원장과 황교안 대표의 책임 있는 답변을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잘못된 결정에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경선 불복은 물론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고심하고 있다.

공관위가 '보수 텃밭'인 서울 강남병 후보로 30대 청년 김미균 시지온 대표를 전략공천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김 대표는 20대 초반에 정보기술(IT) 기반 소셜벤처를 창업한 인재로 공관위가 영입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고, 지난해 추석 대통령 내외로부터 선물을 받자 소셜미디어에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여 인사들과 소셜미디어에서 가깝게 지낸 사실이 알려지자 부적격 논란이 일고 있다.

당 청년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은 "우리 당이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에 분노하며 공정, 정의를 외치며 조국 사퇴를 부르짖던 9월, 어떤 청년은 문 대통령이 보낸 추석선물을 받고 '감사하다' 페북 글을 올렸다"며 "그 청년이 미래통합당 강남병 공천을 받았다. 이게 우리 당의 공천정신인가"라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미래통합당 인천 연수을 공천이 확정됐으나 공관위의 번복으로 민경욱 의원과 경선을 하게 된 민현주 전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2020.03.13.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미래통합당 인천 연수을 공천이 확정됐으나 공관위의 번복으로 민경욱 의원과 경선을 하게 된 민현주 전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신 의원은 "역량이 검증된 당의 인재들은 추풍낙엽이더니, 이제는 정치적 신념도 검증 안된 청년후보가 강남벨트에 공천된다. 놀랍고 황망하다"며 "우리가 반문전선이지, 문 지지자까지 껴앉는 통합당이었나. 강남병 공천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공관위를 비판했다.

강남병 공천에서 배제된 이은재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강남갑은 탈북자를 공천했고, 강남을은 영도다리에서 사람을 데려왔다"며 "강남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강남구 지역주민들은 "강남구에 좌파 후보가 웬말이냐"며 김 위원장의 자택 앞에서 강남병 공천 무효를 촉구하는 항의시위도 벌였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미래통합당에 온 것은 통합당이 제게 가장 청년기업가 답게 행동해도 된다고 해서다"라며 "SNS 때문에 하룻밤새 '문빠'가 돼있었다. 그런 것은 아니다. 기업인으로서 정치와 교류한 것이지 누군가를 강하게 지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현 지역구인 대구 달서갑에 컷오프 된 후 공관위 재심의에서도 경선 대상에서 배제된 곽대훈 의원은 13일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현재 의원은 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확정했고, 김석기 의원과 정태옥 의원 등 다른 TK 의원들의 잇단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미래통합당에서 4.15총선 강남구병 공천을 받았으나 정치적 정체성 논란을 빚고 있는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3.13.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미래통합당에서 4.15총선 강남구병 공천을 받았으나 정치적 정체성 논란을 빚고 있는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논란이 일자 결국 공관위는 김 대표의 강남병 전략공천을 하루만에 철회했다. 김 위원장은 "이 모든 사태에 책임지고 저는 오늘부로 공관위원직을 사직하기로 했다"며 물러났다. 지난 1월16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57일 만이다. 공관위는 이석연 부위원장의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 위원장은 "모든 책임은 김형오가 안고 간다"며 강남갑·을 교체 가능성에 "전혀 없다. 공천이 끝났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사직을 두고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의식한 결정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며 "내가 결심해서 내가 하는 거지, 누구랑 의논해서 하는 건 아니잖나"라고 반문했다. 외부에서 공관위 결정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상상에 맡기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석연 부위원장은 "저도 같이 물러나려고 했다"면서 "지금 혁신공천이 거의 완성 과정에서 위원장께서 모든 책임을 안고 가겠다고 할 때 저도 물러나야 마땅하지만 혁신공천이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남은 위원들이 끝까지 공정, 혁신을 통해서 남기로 했다.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끝까지 완성해 내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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