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량 동료 우한 여의사 "코로나19 위험성 공개 후 호된 질책 받아"

기사등록 2020/03/11 17:08:02

작년말 리원량과 코로나19 관련 정보 공유했던 '내부고발자' 중 한 명

"당국이 인정하기 전 코로나 19의 사람간 전염 알고 있었다"

인터뷰 기사, 인터넷에서 삭제...중국 네티즌들이 다시 올려

[AP/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위험성을 처음으로 경고했던 중국 우한의 의사 리원량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7일 사망했다. 사진은 리원량의 모습. 2020.02.07
[AP/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위험성을 처음으로 경고했던 중국 우한의 의사 리원량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7일 사망했다. 사진은 리원량의 모습. 2020.02.07
[서울=뉴시스] 유세진 기자 =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공개 최초 내부고발자 고(故) 리원량(李文亮)과 정보를 공유했던 우한(武漢)중앙병원의 의사 아이펜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중국 당국으로부터 '허가없이 코로나19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 안 된다며 침묵을 강요받았었다"고 폭로했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이펜은 중국 잡지 '인민'(People)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난해 12월30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비슷한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폐렴이 걸린 환자의 진단보고서 영상을 게재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아이펜의 인터뷰 내용은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우한의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전 그에 대한 경고를 보낼 기회를 놓쳐 전세계적으로 10만명 이상이 감염돼 3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펜의 인터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우한을 방문해 우한 주민들의 노고와 희생에 대해 칭송한 10일 '인민'의 위챗 계정에서 삭제됐다. 그러자 분노한 중국 네티즌들이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기사를 다시 올렸다. '인민'은 국영 인민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잡지이다.

아이펜은 인터뷰에서 새로 발견된 의심스러운 폐렴이 사스와 유사해 걱정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스는 지난 2003년 전 세계적으로 8000명 이상을 감염시켜 800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갔다.

그녀는 우한의 전염병 관리 부서 등 보건 당국에 이 같은 우려 사항을 즉각 보고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위험을 폭로했다가 루머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공안 당국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던 내부고발자 리원량(34)도 아이펜과 정보를 공유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리원량의 죽음으로 위기 대처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분노가 분출됐고 1달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리원량의 웨이보 게시물에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아이펜은 위챗에 진단 영상을 올려 위험성을 경고한 즉시 우한 보건위원회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음을 병원 윗사람을 통해 전달받았다. 또 우한중앙병원의 모든 직원들에게도 코로나19에 대한 공개가 금지됐다.

그녀는 병원 감독관과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면서 "그냥 정신이 멍했다. 그들은 내가 우한의 미래를 망쳤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절망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아이펜은 이어 이 병원의 간호사 후즈웨이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병원측은 당초 후즈웨이가 '바이러스성 폐렴'에 걸렸다는 자신의 진단을 '감염'으로 바꾸었다고 밝혔다.

우한 당국은 춘제(설날)이던 지난 1월25일 우한중앙병원 인근에 있는 화난(華南) 해산물 도매시장을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추정된다며 폐쇄했다. 아이펜은 그러나 우한 당국이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하다고 확인하기 몇 주 전 이미 많은 폐렴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람 사이에 전염이 되지 않는다면 왜 화난시장 폐쇄 후에도 환자가 계속 증가했겠는가"라고 말했다.

우한중앙병원은 리원량을 포함해 4명의 의사가 코로나19로 숨지는 등 우한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의료시설 중 하나이며 지금도 2명의 의사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펜은 "만약 의사들이 더 일찍 이 병에 대한 경고를 받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경고하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그녀는 "만약 내가 어떻게 발병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면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더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을 것"이라며 "시간만 되돌릴 수 있다면"하는 생각을 수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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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원량 동료 우한 여의사 "코로나19 위험성 공개 후 호된 질책 받아"

기사등록 2020/03/11 17:08:0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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