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가 끌어올린 '금소법'…9년만에 빛 발해

기사등록 2020/03/05 15: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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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서 통과…첫 발의 후 9년 만

위반행위시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 가능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0.03.05.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금소법)'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처음 발의된 지난 2011년 이후 9년 만이다.

국회는 5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재석 180명 중 찬성 178명, 기권 2명으로 이 법률안을 가결했다.

금소법은 지난 2011년 첫 발의된 이후 총 14개의 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중 9건이 기한 만료로 폐기되는 등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는데 실패해 '비운의 법'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이런 금소법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된 것은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연계펀드(DLF) 사태가 터지면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판매했던 DLF 상품이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일으키면서 금융사의 소비자 보호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막대한 소비자 피해가 또 다시 현실화 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보다 강화된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에 이날 5개 제정안 및 6개 관련 법안을 통합한 정무위원장 대안은 9년만에 국회의 최종 문턱을 넘어서는데 성공했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후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공포일로부터 1년 후(금융상품자문업 관련 사항은 1년6개월 후)시행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소법 제정은 소비자 권익신장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 차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반행위시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어떤 내용 담겼나

금소법은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6대 판매규제'가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것이 핵심이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이다.

이 판매원칙을 위반할 경우 강한 제재가 부과된다.

금융회사가 판매행위 규제를 위반할 경우 소비자에 대해 5년 이내의 범위에서 해당 계약의 해지요구권을 부여하고, 금융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요구를 거부한 때에는 일방적으로 계약해지가 가능해진다. 또 설명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의 또는 과실 입증 책임이 금융소비자가 아닌 금융상품 판매업자로 전환된다.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판매규제(적합성·적정성 원칙 제외) 위반 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 위반행위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진다. 개별 금융업법마다 달리 적용해오던 과태료 부과기준이 최대 1억원으로 일원화되고, 적합성·적정성 원칙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최대 3000만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사후구제의 실효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계약 후 일정 기간 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며, 판매자는 소비자가 청약을 철회할 경우 소비자가 지급한 대금을 반환해야 한다. 소비자는 판매자가 판매규제를 위반한 경우에 계약 해지 요구가 가능하며, 금융위는 소비자에 현저한 재산상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 판매자에 해당 상품 판매금지 명령이 가능해진다.

다만 5년 이내 위법 계약 해지 요구권 도입은 금융사들에 부담으로 작용, 투자상품 판매에 보수적으로 변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전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5년간 계약해지 기간을 부여한다는 것은 시장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알맹이 빠진 '반쪽짜리'…아쉬움의 목소리도

 아울러 핵심 쟁점 사안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이 모두 제외된 채 의결됨에 따라 이 제정안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 제정이 시급하다 보니, 그간 법 제정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핵심 쟁점 법안을 모두 제외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그간 여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증책임전환, 집단소송제 등이 금융회사에 책임을 과하게 부담, 금융권의 영업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보이며 대립해 왔다.

그 결과 우선 손해배상 입증책임의 경우, 설명의무에 한해 도입키로 합의했다. 당초 원안에는 입증책임 전환 대상에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포함됐지만, 민사소송 원칙에 반하고 금융회사 경영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대립한 끝에 이같이 정리됐다.

투자형 상품 손해배상액 추정 규정은 아예 삭제됐다. 원안에는 투자형 상품 판매시 설명의무를 위반해 일반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액을 추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규율대상이 투자형 상품에 국한되므로 기존과 같이 자본시장법 규정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결국 삭제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도입되지 않는다. 판매자의 위법행위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판매자는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한 제도다. 하지만 이를 두고 소비자 사후구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금소법 제정안에 징벌적 과징금 등 강한 제재가 규정돼 있는 만큼 도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결국 미도입으로 결론이 났다.

집단소송제도 역시 도입에서 제외된다. 금융상품으로 인한 분쟁의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중요한 쟁점이 다수 피해자에게 공통될 경우에는 집단소송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현재 법사위에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전면 개정안이 상정돼 있어 별도 논의가 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결국 제외됐다.

대리·중개업자의 판매수수료 고지 의무도 도입되지 않는다. 소비자 정보제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소비자의 리베이트 요구 우려가 있어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립된 끝에 이같이 결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의 핵심인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 입증책임 전환 등이 모두 빠진 것은 아쉽다"며 "그러나 10년 가까이 표류해온 금소법이 출범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안해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해 금소법 설명에 나서기로 했다.하위규정은 법 시행에 대한 금융업권의 준비기간 등을 감안, 법 시행일 2개월 전 완료를 목표로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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