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김여정 내세워 靑 비난…출구 안 보이는 남북관계

기사등록 2020/03/04 16:42:02

대남 최전선 인물까지 내세워 靑에 강력 경고

전문가 "김정은 최고 수준 불만 반영한 담화"

"동족보다 동맹 중시"…남측 태도 불변 지적

남북관계 전향적 조치 없는 한 대화 힘들 듯

【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심야에 청와대를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내 남북관계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가 지난 2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중단을 촉구하자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를 3일 밤 발표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지난 2일 인민군 전선포병구분대의 화력전투훈련은 '자위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해 청와대가 중단을 촉구한 것은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적반하장의 극치", "강도적 억지주장"이라고 맞받았다.

김 제1부부장은 그러면서 청와대를 "세 살 난 아이", "겁 먹은 개"에 비유하는가 하면 "바보스럽다", "요란스럽게 짖는다"는 원색적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이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의 입으로 청와대를 비난한 것은 사실상 김 위원장의 대남 불만 수위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북한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명의로 대남 메시지를 발신한 전례가 없는 점에 비춰보면 김 제1부부장은 자신의 직함이 아닌 김 위원장의 대리인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백두혈통 김여정의 첫 대남 담화 내용은 사실상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우리 정부에 대한 최고 수준의 불만과 유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3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3.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3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3.03. [email protected]
김 제1부부장이 본인 명의의 담화를 내는 것은 처음인 데다 통상 미국을 겨냥한 심야 담화에 대남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도 매우 이례적으로, 과거와 다른 형식을 통해 대남 경고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제1부부장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남 특사 역할을 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하는 등 평화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주요 인물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도 이번 담화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이번 담화는 표면적으로 북한 인민군 합동타격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과잉 반응을 질타하고 있지만 행간에는 남측에 대한 총체적인 낙담이 묻어난다.

김 제1부부장은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연기된 것과 관련, 남측에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지 청와대의 주체적인 결단은 아니었다고 직격했다.

이어 "강도적이고 억지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라며 "동족보다 동맹을 더 중히 하며 붙어살았으니 닮아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미관계를 남북관계보다 앞세우는 데 대한 누적된 불만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으로, 이런 남측의 태도에 변화가 유지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적 인식마저 읽힌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3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3.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3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3.03. [email protected]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은 '연기'하면서 인민군 훈련에는 '중단'을 촉구한 것과 관련, "이런 강도적인 억지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누가 정상 상대라고 대해주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김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을 삼가기는 했지만 남북관계에 있어 전향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연초부터 남북관계 발전 의지를 표명하면서 5대 협력 분야를 제안하고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띄웠지만, 여전히 대북제재 틀 내의 남북 협력에 갇혀있다고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부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 의도 분석과 향후 대응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았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담화와 관련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분석한 뒤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남북관계의 독자적 공간 확보를 강조하며 야심차게 제안했던 개별관광, 도쿄 올림픽 공동 진출 등 협력 사업이 대북 협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얼어붙는 모양새로, 올 한해 남북관계에 험로가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백두혈통' 김여정 내세워 靑 비난…출구 안 보이는 남북관계

기사등록 2020/03/04 16:42:02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