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살균해 재사용?…전문가 "코로나19는 바이러스다"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살균작용을 통한 마스크 재사용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균'과 '바이러스'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과대광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4일 오전 기준 네이버쇼핑을 비롯한 대다수 오픈마켓에 '코로나 마스크 살균기'를 검색하면 수백개부터 많게는 2000여개 가량의 상품이 검색된다.

5만원 상당부터 할인을 받아도 10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상품들은 저마다 '코로나19로 인해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 재활용을 위해 살균기를 이용하라', '마스크 구입이 힘들어진 지금, 고생도 덜고 비용도 덜고', '코로나19 때문에 난리, 잠깐 착용한 일회용 마스크 이젠 살균해서 사용하라' 등 다양한 홍보문구를 담고 있다.

대다수 업체들은 자외선(ultra violet) 에너지 등을 이용한 살균효과를 강조하며 해당 기기를 거친 마스크는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암시한다. 일부 업체들은 한국원적외선협회(KIFA),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등 연구기관을 통해 폐렴균, 녹농균에 대한 '살균 시험연구 결과'를 함께 올리면서 신뢰도를 담보하고자 하는 모양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마스크 자외선 살균기에 넣어도 되느냐", "마스크를 식기살균기로 소독해 써도 되나", "마스크, 휴대전화 등 살균 목적으로 젖병 소독기 어떠냐"는 물음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마스크 공적판매처인 농협 하나로마트, 약국 등에 이른 시간부터 인파가 몰리며 구매에 실패 사례가 빈번히 나오는 등 마스크 품귀 현상에 따른 나름의 대안책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물음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최태섭 KIFA 전무이사는 "살균 기능 자체가 대장균이나 녹농균, 폐렴균에 대한 시험인 것으로 지금 사태가 터진 코로나19는 균이 아닌 바이러스라 그 개념이 다르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된 것처럼 마케팅하는 건 과대광고 등 문제와 (추후) 효과가 없다고 나올 경우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KCL 관계자도 "저희가 바이러스 시험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살균 효과는 있을 수 있어도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있다고 안내하지도 않고 성적서에도 표기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는 바이러스성 폐렴인 거고, 우리가 하는 건 세균성 폐렴균 등 세균 관련으로 종류가 달라 코로나19에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과대광고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오면 '다른 거다',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살균은 제대로 확인될 수 없다. 썼던 마스크를 살균해서 재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살균을 해도 (마스크의) 기능 자체가 떨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전날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경우 면마스크(정전기필터 교체포함)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동일인에 의한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대한의사협회 등의 입장과는 상반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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