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유다' 차지연의 발견·코로나19 속 믿음…'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기사등록 2020/03/01 11: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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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스테이지 콘서트 Vol.2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사진 = 블루스테이지 제공) 2020.03.0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스테이지 콘서트 Vol.2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사진 = 블루스테이지 제공) 2020.03.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다 이루었다." 신을 믿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말. 지난달 29일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음악만으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정경이 그려지는 기적이 이루어졌다.

공연기획사 블루스테이지가 이 뮤지컬을 약식으로 선보인 '스테이지 콘서트 Vol.2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다.

이날 공연은 '콘서트 뮤지컬'을 표방했다. 오페라에서 일종의 타협안인 '오페라 콘체르탄테'와 같다. 오페라 콘체르탄테는 정식 오페라가 아닌 콘서트 형식으로 오페라를 선보인다. 연극적 요소를 축소, 무대 배경이나 효과는 줄이되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역량에 초점을 맞춘다.
 
콘서트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무대, 의상, 안무 등은 최소화하고 뮤지컬배우의 음악적 역량과 오케스트라·밴드 연주에 주력한다. 자연스럽게 청각의 감각에 의존하게 된다. 그 청각적인 자극의 강도가 심화될 때, 관객은 전혀 다른 질감의 상상력을 빚어내게 된다. 배우, 그리고 그 뒤편에 자리한 오케스트라와 밴드만이 있는 무대에서, 예수시대를 띄우는 기적이 만들어진다.

1927년 초연한 '쇼보트'를 시초로 보고, 현대적 뮤지컬의 역사를 하나의 경전으로 설정한다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신약의 첫 머리에 등장할 것이다. 197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뮤지컬계에서 이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본 것은, 대중음악계의 '혁명'과도 같았던 1950년대 로큰롤의 탄생과 비견된다.

예수의 마지막 7일간의 행적을 담은 작품인데, 강렬한 로큰롤을 접목했다. 첫 선을 보였을 당시 파격과 논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예수를 '슈퍼스타'에 비유, 일부에서는 신성모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초반에 이런 비난의 득세에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뮤지컬계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에비타' 등을 작업한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작가 팀 라이스 콤비의 대표작.

[서울=뉴시스] '스테이지 콘서트 Vol.2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사진 = 블루스테이지 제공) 2020.03.0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스테이지 콘서트 Vol.2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사진 = 블루스테이지 제공) 2020.03.01. [email protected]
2004년 국내 정식으로 라이선스 공연했다. 2007·2013·2015년 공연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특히 마지막 공연이던 2015년 무대는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당시 무엇보다 강렬한 록 음악에 대해 전율이 일었다는 평이 많았다. 소녀시절 '딥 퍼플' '레드 제플린' 등에 꽂힌 록마니아였던 이지나 연출의 록에 대한 애정, 전위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멀티 뮤지션으로 자신의 음악적 출발점인 '록 스피릿'을 마음껏 발산하는 정재일 음악 수퍼바이저의 편곡, 다양한 장르에 일가견이 있지만 로킹한 음악에서 특히 에너지를 분출하는 김성수 음악감독의 지휘가 어우러진 시너지는 대단했다.

지난달 28일부터 펼쳐진 이번 콘서트 뮤지컬도 정 수퍼바이저의 편곡을 그대로 가져와 이 연출과 김 감독이 선보였다.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OST에서 바로크 음악을 선보였던 정 수퍼바이저의 다재다능함이 새삼 확인됐다. 

무엇보다 이날 오후 7시 회차는 차지연이 유다 역을 맡아 특별했다. 2015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식민지의 왕 '헤롯' 역에 여자 뮤지컬배우 김영주가 캐스팅되는 젠더프리로 주목 받기도 했지만 그간 유다 역은 남자 배우들이 독점해왔다.

송곳 같은 목소리로 로큰롤 풍의 넘버들을 칼날 같이 소화해야 하는 탓에 남자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차지연이 이런 선입견을 깬 것이다. 약식 공연이기는 했지만 차지연의 유다는 파격적이고 강렬했다. 노래만으로도 예수를 배신한 유다의 심경이 그려졌다. 분노, 불안, 자책감, 후회 등 온갖 감정이 차지연의 목소리에 녹아 들어가 있었다.  

뮤지컬의 문을 본격적으로 여는 넘버 '마음속의 천국'(Heaven on Their Minds)에서 긴 생머리를 흔들며 난무하는 고음을 몸으로 체화한 순간부터 폭발적이었다. 단지 가창력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극을 뒤흔드는 기본 정서가 되는 유다의 고뇌가 밑바탕에 깔렸다.

차지연은 이지나 연출의 다른 작품인 '더 데빌'과 '광화문 연가'에서도 젠더프리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더 데빌'의 '엑스', '광화문연가'의 '월하'는 굳이 성별을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였다. 반면, 유다는 남성성이 명확한 캐릭터다. 그럼에도 차지연은 이 역할의 성별을 따지지 않게끔 만들어줬다.

[서울=뉴시스] '스테이지 콘서트 Vol.2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사진 = 블루스테이지 제공) 2020.03.0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스테이지 콘서트 Vol.2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사진 = 블루스테이지 제공) 2020.03.01. [email protected]
차지연은 지난해 4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활동을 쉬었다. 지난 1월 갈라쇼 출연으로 복귀를 타진했고 이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사실상 복귀했다. 방송 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더블 캐스팅'에서도 멘토 역을 맡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물론 다른 배우들도 호연했다. 홀로 4회차 예수를 소화하는 마이클 리는 고음으로 점철된 '겟세마네'를 비롯해 고군부투했다. 마리아 역의 정선아는 최근까지 공연한 뮤지컬 '아이다'의 팜파탈 '암네리스'와 다른 청순함과 우아함을 선보였다. 유다 역은 차지연 외에 기존에 이 역을 연기한 한지상, 윤형렬과 이번에 새로 합류한 박강현이 맡은 가운데 저마다 개성을 뽐냈다.

결국 뮤지컬 콘서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음악과 캐릭터 해석만으로 뮤지컬적 신념에 맞닿을 있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정식 공연의 재연을 바라는 팬들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음을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는 가운데도 이날 오후 7시 공연의 객석에는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위생과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모든 관객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손 세정제가 곳곳에 배치됐다. 열 감지 화상카메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그 믿음은 연대로 이어진다. 무대 공연은 '살아 있는 생물'이라 위기에 유연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 관객·배우의 시너지로 진화할 수 있다.

국가적 재난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이어진다. 매일 작은 기적은 일어나고 있고, 그 기적이 코로나 종식으로 이어져 공연계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숨통이 다시 트이길 모두가 바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1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을 이어간다. 블루스테이지는 다음달 같은 장소에서 '프리실라' 뮤지컬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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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유다' 차지연의 발견·코로나19 속 믿음…'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기사등록 2020/03/01 11:05:5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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