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예산 총액 줄었는데…양보 없는 회원국
EU는 사업 늘리며 더욱 난항…"EU가 마술사냐" 조롱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유럽연합(EU)의 7년(2021~2027) 예산안 논의가 시동도 걸기 전에 정체됐다. 독일, 프랑스 등 EU 예산안 기여도가 높은 부유한 국가들이 EU로부터 받는 예산환급액, 일명 리베이트 혜택을 삭감하겠다는 유럽의회의 제안에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0일(현지시간) 특별 정상회의를 소집하고 EU 공동체 장기 예산 계획인 '다년도 지출계획(MFF)' 수립에 나섰으나 첫 토론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EU 장기 예산안은 합의에 이르기까지 늘 긴 협상이 필요했으나 올해는 영국의 탈퇴로 생긴 600억∼750억 유로(약 77조∼96조원)의 재원공백으로 인해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날 정상회의의 첫 번째 토론 주제는 바로 '리베이트 삭감'이다.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그는 "다음 7년 내내 리베이트는 유지돼야 한다"며 "총액도 삭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도 찬성의사를 표했다.
유럽의회의 방침은 '모두의 양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는 더 많은 예산 기여하고 빈곤한 국가는 엄격한 보조금 지출을 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부유국에 돌아가던 리베이트 비용도 줄여야 한다.
EU 집행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주요 예산 기여국가가 돌려받은 리베이트 비용은 총 64억 유로(약 8조3000억원)이다. 이중 독일의 몫은 37억6000 유로로 5개국 리베이트의 절반이 넘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브렉시트로 인해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브뤼셀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영국이 떠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EU의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브렉시트를 보상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산 규모를 놓고도 씨름이다.
유럽의회가 제시한 7년 총 예산액은 회원국 국민총소득(GNI)의 1.074% 상당에 해당하는 1조900억 유로다. 그러나 독일 등 부유한 국가는 예산 규모를 아예 GNI의 1%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의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정상들은 복잡한 과제에 직면했다. 큰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독일은 현재의 협상 내용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EU의 예산기여자로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예산 수여국가인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번 논의는 EU의 예산 논의 역사상 가장 어려운 협상이다"며 "일부 국가들은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산안의 새로운 구조를 짜길 바란다. 하지만 우리는 예산 구조의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대론을 펼쳤다.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EU의 우선 사업 목록은 들어난 반면 예산의 화력은 줄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베텔 총리는 "EU는 (해결이) 불가능한 임무를 떠안았다"며 "미셸 의장은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며 "미셸 의장은 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쌍둥이 동생인가"라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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