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용성 규제에 미적미적...불확실성 '가중', 효과 '반감'
4·15총선 앞두고 관료 그룹과 정치 세력 셈법 달라 '평행선'
부동산 정책 조율되지 않은 채 알려지면 기대 효과 떨어져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최근 집값이 급등한 이른바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의 추가 규제 방안을 놓고 당정 간 견해가 엇갈리면서 부동산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2·16부동산 대책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수용성 지역의 집값 이상 과열에도 정부가 추가 규제 대책 시행에 주춤하면서 집값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비공개로 진행된 당정청 회의에서 수용성 지역에 대한 규제 방안이 논의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들 지역에 대한 추가 규제 대책에 대해 시각차를 드러내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4·15 총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규제 정책을 발표할 경우 수용성은 물론 경기 남부 주변지역의 표심 이반을 우려한 민주당이 여러 채널을 통해 정부와 청와대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수용성 지역에 대한 추가 대책 시행에 미적거리는 이유는 부동산시장에 대해 비교적 잘 아는 관료 그룹과 총선을 앞두고 표를 좇는 정치 세력 간 불협화음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부동산시장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예고한 문재인 정부에서 수용성 지역에 대한 추가 규제 대책 시행에 망설이면서 그간 쏟아낸 부동산 규제 일변도 정책 기조가 무색해지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어정쩡한 행보는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억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불협화음을 보였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상한제 시행을 적극 검토할 때"라며 추진 의사를 밝힌 데 반해 홍남기 부총리는 상한제 시행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후 상한제 지정 발표가 지지부진해지자 서울 집값이 불붙기 시작했다.
부처간 정책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벌어진 정부의 엇박자 행보는 상한제 시행 발표 이후에도 나왔다. 강남 집값 잡겠다며 국토부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발표하자 이튿날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며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사고 등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해 부동산시장을 자극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7일 kbs뉴스에 출연해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추가 대책에 대해 "관련 내용을 관련 부처와 당정청에서 협의 중으로 거의 막바지 단계"라고 언급했다. 다만, 수용성 등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발언은 12·16대책 시행 후 풍선효과가 없다고 수차례 공언한 데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수용성 지역의 아파트값은 정부의 설명과 달리 급등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원, 용인, 성남의 최근 1개월(1월3일~2월7일) 매매 가격 상승률은 수원시 0.92%, 용인시 0.46%, 성남시 0.33%를 기록했다. 3곳 모두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 0.31%를 웃돌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조율되지 않은 채 알려지면 그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을 잡으려고 내놓은 12·16대책의 풍선효과로 수용성 지역에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며 "이들 지역과 같은 집값 이상과열 지역에 대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정부의 추가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정책 시행에 앞서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내용들이 알려지면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효과는 반감된다"며 "1100조원 달하는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풍선효과 차단을 위한 추가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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