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뮤지컬 가도 돼요?' '어? 전화되네' 1339 황당 문의 많지만…"사명감으로 받아"

기사등록 2020/02/11 17:41:09

상담 끝나자 "뻥이다" 등 장난전화·폭언·폭설도 있어

내담자에 일반진료 우선 안내…불안 크면 선별진료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1일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박혜미(왼쪽) 센터장과 강장훈 과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2.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1일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박혜미(왼쪽) 센터장과 강장훈 과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2.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병 후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걸려오는 전화가 폭증하고 있지만 상담사들은 문의 대부분이 막연한 불안감에 의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단, 장난전화나 허위신고 등도 있어 정말 필요한 상담을 위해 이러한 전화는 자제해달라고 강조했다.

11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소재 1339 콜센터 사무실에는 약 200여명의 콜센터 직원들이 있었다. 모든 상담원이 전화기를 붙잡고 있어도 전화 벨소리는 어디선가 또 들렸다. 어디선가 도움을 요청하는 콜센터 직원이 손을 들자 역학조사관이 달려가 함께 상담을 진행했다. 그 사이에도 전화 벨소리는 또 들려왔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가 발병하기 전인 1월19일 1339로 들어온 문의전화는 총 318건이었다. 이 수치는 한달도 채 되지 않은 2월10일에 1만2243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1월31일에는 2만923건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국내 확진자가 7명까지 증가하고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전세기를 처음 보낸 날이었다.

박혜미 1339 콜센터 센터장은 "원래 3월에 학교 가는 시즌을 앞두고 예방접종 문의가 많은데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신종 코로나 문의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가도 되나? 막연한 불안감 갖고 하는 문의 많아

문의는 보통 막연한 불안감에 대한 질의내용이다. 강장훈 1339 콜센터 과장은 "가장 많은 질문은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는데 증상이 있는 분들의 불안감이다. 자신이 괜찮은건지, 일반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선별진료소를 가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라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불안감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 하시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감사하다고 하신 분도 많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빌라 거주자가 아랫집에 중국인이 거주하는데 본인이 100일 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있어서 걱정된다고 전화를 주셨다. 안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연락처를 알려주면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하니 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외에 여행을 예약했는데 취소해야 하는지,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도 되는지 등 단순 문의도 있다.

박 센터장은 "뮤지컬 공연을 예약했는데 가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를 묻는 질문도 많다"며 "우리는 발생 현황과 입국 후 조치사항 등 정보를 제공해 드리고 종합적 고려를 해서 판단하라고 안내를 드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담은 내담자 1인당 평균 3분, 하루 평균 1만5000콜이 들어온다. 상담 인원은 최초 19명이었지만 단계적으로 인력을 늘려 2월4일 기준 596명으로 증가했다. 초기엔 상담 대기 시간이 길었으나 인력 확충으로 현재 상담처리율은 95.9%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의 상담인력도 지원받고 있으며 통역서비스도 제공한다. 외국인 상담은 하루에 20~30건 정도가 들어온다. 역학조사관이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원활한 상담을 돕고 있다.

◇폭언·허위신고 있지만…"사명감으로 한 콜, 한 콜 받는다"

하루에 걸려오는 1만여건의 상담전화 중 장난전화나 허위신고도 심심찮게 걸려온다.

박 센터장은 "전화를 걸고는 '어? 연결됐네?' 하고 끊는 분도 있고, 상담을 다 마쳤는데 마지막에 '사실 뻥이다'라고 하는 분도 있다"며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놓칠 수 있으니 장난전화나 허위신고는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강 과장은 "심야시간엔 술에 취한 주취자가 전화를 걸어서 상담원을 괴롭히는 부분도 있다. 최대한 얘기하다가 길어지면 안내드리고 전화 종료도 하는데 그런 어려움도 있다"며 "감정노동자 이슈가 많다보니 예전만큼 욕설이 심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불만을 호소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상담원들은 보통 주말과 휴일에도 근무를 한다. 설 연휴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커피나 빵 등을 지원하고 응원메시지를 보내는 사례도 있다.

김성진 1339 콜센터 부문장은 "격려해주시는 분, 감사하다고 해주시는 분도 있다. 그래서 사명감을 느끼면서 한 콜, 한 콜 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도 "명절에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따뜻한 온도가 올라가 상담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내담자에게 일반진료 우선 안내, 불안 크면 선별진료

1339 콜센터는 선별진료소보다는 일반진료 안내를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 단순 불안에 의한 상담이라는 이유에서다.

강 과장은 "중국 방문 이력이 없거나 중국인 접촉력이 없는 경우에 대한 탐색 질문을 하고, 없다고 하면 일반 병원으로 진료가 가능하게끔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지금은 신종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절기 상 인플루엔자나 감기가 유행하는 시기"라며 "막연한 불안감이 크다. 중국인이 주변에 지나만 가도 전화를 준다.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도움을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콜센터에서도 선별진료를 안내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선별진료소를 안내하는 기준은 중국 방문 이력과 접촉자 유무 외에 내담자의 불안감 뿐이다. 박 센터장은 "비행기에서 중국인이 있었고 불안감이 크다고 하면 선별진료소를 안내한다"며 "우리는 일반진료를 먼저 안내하고 내담자의 불안감이 크면 선별진료를 안내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중국 외 지역 방문자도 의사의 소견이 있을 경우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사례정의를 확대했다. 또 중국 외 지역 방문자로부터 확진자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대해 박 센터장은 "그때 그때 지침에 따라 안내를 드린다. 또 증상과 그 분의 상담 내용에 따라 안내를 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검사를 했을 때 필요하다고 하면 후속조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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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뮤지컬 가도 돼요?' '어? 전화되네' 1339 황당 문의 많지만…"사명감으로 받아"

기사등록 2020/02/11 17:41:0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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