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민은 자국민, 진천군민은 타국민?" 음성도 반발 확산(종합2보)

기사등록 2020/01/29 18:33:18

정부, 충북 진천·충남 아산 분산 격리수용 발표

충북혁신도시 공무원인재개발원 앞 300명 집회

송기섭 군수 "납득 어려운 결정…의료시설 취약"

혁신도시 양분 음성군도 반발 "후속 대책 없어"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29일 중국 우한 체류 한국인의 격리 수용이 결정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을 고철 운반 집게차가 가로막고 있다. 2019.01.29.  kipoi@newsis.com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29일 중국 우한 체류 한국인의 격리 수용이 결정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을 고철 운반 집게차가 가로막고 있다. 2019.01.29.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 김재광 임선우 기자 = 정부가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위기에 놓인 중국 우한 체류 한국인 694명 중 절반을 충북 진천에 격리 수용하는 방안을 확정·발표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수용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 4시40분 충북 진천군 덕산읍 충북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는 주민 300여명이 몰려들어 정부 결정을 성토했다.

트랙터 등 농기계와 중장비로 인재개발원 입구를 봉쇄한 주민들은 "인재개발원 인근에는 2만6000여명이 밀집 거주하고 있고, 6500명의 학생이 있다"며 "이곳에는 대형 병원이 없어 감염시 응급대처가 어렵다"며 정부 결정을 정면 거부했다.

이어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인재개발원은 우한 체류 한국인을 집단 수용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진천 격리수용을 결사 반대한다"고 외쳤다.

덕산읍 주민 A(56)씨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충북혁신도시에 우한 교민을 수용한다는 정부 방침은 충북도민을 만만하게 여겨 내린 결정"이라며 "주민들이 조를 편성해 밤새 입구를 지키며 인재개발원 진입을 막을 것"이라고 별렀다.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29일 중국 우한 체류 한국인의 격리 수용이 결정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 놓인 농기계에 '천안시민은 자국인이고, 진천군민은 외국인이냐'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0.01.29. kipoi@newsis.com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29일 중국 우한 체류 한국인의 격리 수용이 결정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 놓인 농기계에 '천안시민은 자국인이고, 진천군민은 외국인이냐'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0.01.29. [email protected]

입구를 봉쇄한 농기계에는 '천안시민은 자국민이고, 진천군민은 타국민이냐'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어린 자녀를 안고 나온 30, 40대 여성들도 많았다.

 30대 주부는 "신생아와 어린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다"며 "어린 아이와 젊은 부부가 대거 거주하는 신도시에 수백명의 우한 체류민을 수용하는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주거밀집 지역이자 의료체계 취약지인 충북혁신도시를 수용시설로 결정한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가격리수용시설은 인구밀도, 격리의 용이성, 의료기관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함에도 이런 원칙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재검토 계획을 포함한 종합대책 등의 조속한 입장 표명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행정구역상 충북혁신도시를 양분하고 있는 음성군도 거센 반대 목소리를 냈다.

조병옥 음성군수는 입장문을 내 "감염병의 빠른 확산으로 국민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수용시설 인근 주민에 대한 정책적 대책없이 대규모 송환 인원을 충북혁신도시에 수용하기로 한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지자체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수용시설을 변경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정책적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음성군의회 의원들은 충북혁신도시 출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병 확산을 비롯한 국가적인 재난 시에는 피해 추가확산 방지와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조치는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의 입장이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충북 진천군 덕산청년회 등 주민들이 29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중국 우한 체류 한국인의 집단 격리수용을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0.01.29. kipoi@newsis.com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충북 진천군 덕산청년회 등 주민들이 29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중국 우한 체류 한국인의 집단 격리수용을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0.01.29. [email protected]

진천군의회도 이날 오전 군청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주거 밀집지역인 덕산읍 충북혁신도시에 우한 교민의 격리 수용 방침을 결정한 것은 진천·음성은 물론, 충북도민을 무시한 결정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증평·진천·음성), 진천 사회단체, 혁신도시 상신초등학교 학부모들도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인재개발원 수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 의원은 "인재개발원은 외부와 격리 차단이 불가능한 장소로 우한 폐렴 전파 위험성이 높다"며 "정부가 공동 주거형 아파트와 공공기관이 밀집한 혁신도시에 우한 교민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은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힐난했다.

진천 상신초 학부모들도 "혁신도시는 10세 미만 아동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2배가 넘는 데다 상신초는 인재개발원과 불과 5분 거리에 있다"며 "병원도 들어서지 않은 인구 밀집 지역에 우한 교민을 수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문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관 300명을 인재개발원 주변에 배치한 뒤 주민들의 자진 귀가를 독려하고 있다.

[진천=뉴시스] 29일 중국 우한 교민 격리 수용시설로 결정된 충북 진천군 덕산면 충북혁신도시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020.01.29. kipoi@newsis.com
[진천=뉴시스] 29일 중국 우한 교민 격리 수용시설로 결정된 충북 진천군 덕산면 충북혁신도시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020.01.29. [email protected]

정부가 우한 체류 한국인 격리 수용을 결정한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국가·지방 공무원을 교육하는 곳이다. 중앙·지방직 9~5급 신입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 승진자를 교육한다.

1949년 설립돼 서울·대전·과천을 거쳐 2016년 9월 덕산읍 충북 진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신축 건물에 기숙사 수용 인원만 519명에 달한다.

인재개발원 반경 1㎞에는 아파트 등 6285가구에 1만7237명이 거주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학교 등 교육기관 10곳에 3521명이 다닌다.

정부는 당초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우한 교민을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뒤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격리 장소를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30일과 31일 4차례 전세기를 띄워 우한 체류 한국인 694명을 김포공항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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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민은 자국민, 진천군민은 타국민?" 음성도 반발 확산(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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