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새인생 '그후 4년'…유족들과 4년만에 첫 만남

기사등록 2020/01/20 14:03:21

故 김유나씨, 미국인 6명에게 장기기증

이식인 킴벌리…유가족과 4년만 첫만남

서로 부둥켜안고 고마움과 위로 전달해

국내법상 기증인·이식인 서로 알수없어

장기기증운동본부 "편지라도 허용필요"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고 김유나씨의 부모(왼쪽 첫번째 두번째)와 미국인 킴벌리씨의 모녀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기 기증자·이식인 교류 허가 요청'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20.01.20.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고 김유나씨의 부모(왼쪽 첫번째 두번째)와 미국인 킴벌리씨의 모녀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기 기증자·이식인 교류 허가 요청'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유나가 준 생명에 매일 고맙고 기쁩니다. 유나를 가슴에 품고 살겠습니다."
 
"건강 찾아 아몬드 초콜릿 마음껏 먹는다는 말에 기쁩니다. 어렵게 찾은 건강 잘 지켜주세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미국 이식인의 만남이 국내 최초로 성사됐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장기기증운동본부) 주최로 고(故) 김유나(향년 18세)씨의 부모와 고인의 장기를 이식받은 킴벌리씨 모녀의 만남이 이뤄졌다.
 
고인은 지난 2016년 1월 미국에서 유학 중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후 장기를 기증해 미국인 6명의 생명을 살렸다. 소아 당뇨 환자로 18세 무렵 당뇨 합병증 때문에 신장이 모두 망가졌던 킴벌리씨는 고인에게 췌장과 신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김씨 가족과 킴벌리씨의 이번 만남은 장기기증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김씨 어머니는 킴벌리씨와 그녀의 어머니 로레나씨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안았다. 로레나씨는 김씨 어머니에게 "유나가 우리 가족에게 준 것 때문에 매일 같이 기적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김씨 어머니는 로레나씨에게 직접 만든 가방을, 킴벌리씨에게는 향초를 선물했다. 향초를 선물하면서 김씨 어머니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향초는 자신을 태워야 빛을 내는 희생을 의미하고, 또 지난해에 결혼한 킴벌리씨의 사랑이 불처럼 활활 타오르기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두 가족은 서로 선물을 전달한 후 편지 낭독 시간을 가졌다.
 
킴벌리씨는 편지에서 "한국에 와 유나씨 어머니를 뵌 것은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유나 어머니의 가족이 될 것이다. 항상 유나를 가슴에 간직하고 살겠다"고 전했다.
 
김씨 어머니는 "유나는 급하게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 죽음이 헛되지 않고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하니 대견스럽다"며 "어렵게 회복한 건강을 잘 지켜달라, 행복하게 살아가달라, 건강하라"고 전했다. 
 
이날 만남은 국내 장기기증 운동 시작 30년을 맞아 장기기증운동본부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 서신 교류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제로 진행된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성사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장기를 기증한 기증인과 이를 이식받은 이의 정보를 서로 알 수 없다. 장기기증 등에 관한 법률 31조(비밀의 유지)에 따라 수사나 재판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정보 교류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기기증운동본부는 기증인과 이식인 간 서신 교류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과 기증인 유가족, 그리고 장기를 기증 받은 이식인들이 교류 필요성에 대해 차례로 발언했다.
 
박진탁 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미국은 장기를 주고 받은 사람이 우리 같은 기관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는다"며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증인 부모들은 자식의 장기를 이식 받은 사람이 잘 살고 있는 지 궁금해한다"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세였던 2010년에 뇌사판정을 받은 후 7명에게 장기를 이식하고 떠난 故이태경씨의 아버지 이대훈씨는 "단지 제 아이의 따뜻한 심장을 받은 이가 어떻게 살아가는 지 궁금할 뿐"이라고 말했다.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송범식씨는 "저에게 신장과 췌장을 기증해 주신 분의 가족을 만날 수 있다면 생명 나눔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겠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식인과 기증인이 서로 연락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금전 문제가 논의되는 등 이식인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불법 장기매매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장기기증운동본부는 "미국의 경우 기증인과 이식자가 동의한 상황에서만 서신 교류가 가능하다"며 "그마저도 기관이 개입해 사전에 내용을 검열하고, 문제가 되는 경우 서신을 막는 등 부작용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장기기증 새인생 '그후 4년'…유족들과 4년만에 첫 만남

기사등록 2020/01/20 14:03:21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