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출신 웹툰작가의 원맨쇼…영화 '히트맨'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히트맨'은 설 연휴를 겨낭한 코믹 액션영화다. '권상우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음 타율이 낮다. 난해한 시나리오와 뻔한 전개때문에 어디에서 웃어야할지 난감할 정도다.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다. 전설의 암살요원 '준'(권상우)이 웹툰 작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준'은 이름도 '수혁'으로 바꾸고 꿈에 그리던 웹툰 작가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재하는 웹툰마다 조회수가 저조하고, 악플만 넘쳐난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때문에 힘들어하던 준은 술김에 국가 1급 기밀을 그린다. 아내 '미나'(황우슬혜)의 실수로 웹툰이 세상에 공개되고, 하루아침에 초대박이 난다.

준은 갑자기 유명해지고,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된다. '악마교관'으로 불리던 국정원 대테러 정보국 국장 '덕규'(정준호)는 죽은 줄 알았던 준이 살아있다고 직감한다.

더 중대한 기밀이 웹툰에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준을 잡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고, 추격전이 펼쳐진다. 하지만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박한 느낌이 아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몰입을 방해하고, 어디서 본 듯한 개그들이 실소를 자아낸다.

최원섭 감독은 "제일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액션도 현실적이지만 코믹하고 경쾌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지만,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설의 암살요원이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것이 가장 큰 뼈대다. 그렇다면 그가 암살요원으로 살던 과거 뿐만 아니라 웹툰작가를 향한 꿈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꿈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설정해버렸다. 설명이 부족하다보니 준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짜임새가 허술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유머도 뜬금없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열연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권상우는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뽐냈다. 강렬한 액션과 코믹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전직 암살요원이 웹툰 작가가 되었다'는 흥미로운 설정은 다채로운 액션으로 펼쳐진다. 실사는 물론, 애니메이션과 웹툰으로도 선보이는 액션은 화려하고 속도감이 넘친다. 훈훈한 가족애를 자아내는 감정 연기도 돋보인다.

코미디 액션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정준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코믹 연기와 감정연기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이이경은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연기를 펼쳤으며, 황우슬혜도 제 몫을 해냈다.

각각의 캐릭터는 개성이 넘치지만, 난해한 작품이다. 스토리에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감독이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결국 배우들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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