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화 재개' 南 '협력 제안'에도 北 냉담…'자력갱생' 고수하나

기사등록 2020/01/13 19:31:22

트럼프 친서에 이어 백악관도 북미 협상 '손짓'

北 "요구사항 수긍해야"…협상 복귀 가능성 낮아

文 신년사 대북 구상 밝혔지만 南에 비난·조롱만

남북관계 진전 러브콜에도 北 냉담…난관 예상

南 중재자 역할에 대한 반감, 경계라는 분석도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무부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를 임명했다. 2019.09.19.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무부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를 임명했다. 2019.09.19.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대북제재에 '정면돌파전'을 선포한 북한이 미국의 거듭된 비핵화 협상 재개 시그널과 우리 정부의 남북 협력 구상을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자력갱생의 길만 추구할지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북한 측과 접촉해, 지난해 10월 초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마지막으로 이뤄진 협상을 계속하고 싶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며 대화 시그널을 보냈지만, 북한이 "정상 간 친분을 바탕으로 국사를 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뒤 나와 더 주목된다.

앞서 북한은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를 통해 "그런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우리가 미국과의 대화에 복귀할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협상 복귀로 응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북측에 여러 채널로 대화 의사를 전했다고 덧붙이면서, "우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되리라고 들었지만 선물이 오지 않은 것이 고무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대화를 촉구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BCM) 시험발사 재개라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 연말을 넘긴 것이 대화 여지를 열어두는 신호라고 평가하면서 재차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양국은 이렇듯 비핵화 협상 판을 깨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 북한이 협상 재개에 긍정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연말 나흘에 걸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북제재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며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선포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생일축하 메시지를 직접 친서로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사진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6자회담 대표 시절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발언하는 모습. 2020.01.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생일축하 메시지를 직접 친서로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사진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6자회담 대표 시절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발언하는 모습. 2020.01.12. [email protected]
또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선(先)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김 고문도 담화에서 전원회의 결정을 재확인했다. 그는 "조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선제조치에 화답하는 미국의 상응조처로 제재 해제, 합동 군사연습 및 전쟁장비 중단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에 부정적인 미국 내부 여론을 꺾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향적인 태도 변화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
 
선(先) 비핵화와 선(先) 제재 해제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북미가 다시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고문은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김정은 답방 여건 조성'을 위한 남북 협력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남측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지난 11일 담화에서 남측에 '설레발 친다'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라' 등 비아냥과 조롱이 가득 섞인 말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대북 구상을 밝힌 지 나흘 만이며, 관영매체를 통해 발신한 대남 메시지로는 52일 만이다. 북한이 새해 들어 사실상 처음으로 낸 담화에서 남측을 향해 날선 언어를 구사해 남북 협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가 난처해진 모양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0.01.0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0.01.07. [email protected]
정부는 13일 김 고문의 담화와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남북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서로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나가야 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 대북 구상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자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대남 비난으로 대북정책을 향한 여론이 등을 돌리는 상황에 대한 우려감도 관측된다. 

정부는 북미대화의 교착 장기화 속에 남북관계가 동반 후퇴하는 상황을 탈피하고자 연초부터 북측을 향해 남북 교류·협력 재개 의사를 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접경지역 및 스포츠 협력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공동 등재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6·15선언 20주년 공동행사 등을 제안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낸다면 남북 간의 관광 재개와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국회에서 "금강산 관광의 개별관광 같은 경우에는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중국, 호주, 뉴질랜드 국민들은 금강산 관광을 하고 있다"며 남북 관광협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또 "제재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한 방안들을 찾아내겠다는 것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부분"이라면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관련해 "정밀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0.01.09.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통일부는 우리 국민이 북한 당국의 초청장 없이 비자만 발급받아도 방북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면서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이 보장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북한이 경제발전 전략 차원에서 관광지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올해는 성과가 필요한 해라는 점에 착안, 남북이 독자적으로 협력할 공간으로 '관광'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인 철도·도로 연결 사업 재개에 운을 띄우면서, 내부적으로는 북측의 호응이 있을 경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협의안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고문 담화로 남북 협력 구상 실현에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침착하게 북한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 고문 담화만으로 북한의 새해 대남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남측의 북미대화 중재자 역할에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지 남북 협력 제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거절하지는 않았다는 논리다.

남측이 김정은 위원장 생일 인사 전달로 북미 사이에서 촉진자 역할을 과시하려 하자 경계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이다.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남았다' '끼어드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같은 문구의 반복은 이를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년 대북 제안과 관련한 구상을 보다 상세하게 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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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01/13 19:31:2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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