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외교 채널, '미국-이란' 갈등서 중재 역할 빛났다

기사등록 2020/01/09 12:50:30

최종수정 2020/01/09 14:54:00

스위스 메시지 전달 덕분에 美사상자 발생 피해

스위스, 이슬람 혁명 후 이란 내 미국 이익 대변

[서울=뉴시스] 이란이 8일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주둔 미국 공군 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 사진은 이란 국영 방송사 프레스TV(PressTV)가 이날 이란에서 쏜 미사일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동영상을 캡처한 한 장면이다. 공개한 동영상은 실제 이번 미사일 공격을 촬영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PressTV 캡처) 2019.01.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란이 8일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주둔 미국 공군 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 사진은 이란 국영 방송사 프레스TV(PressTV)가 이날 이란에서 쏜 미사일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동영상을 캡처한 한 장면이다. 공개한 동영상은 실제 이번 미사일 공격을 촬영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PressTV 캡처) 2019.01.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심각한 긴장 상태를 지속하는 가운데 중립국인 스위스가 중재자 역할을 해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자는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밤새 스위스 비공식 채널(Back Channel)을 통해 서둘러 메시지를 교환했다"며 이를 통해 "미군 기지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었고 이라크 군에도 경고를 했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메시지 전달 덕분에 사상자 없이 공습을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밤새'의 시기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8일 오전 1시께 이란의 미사일이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를 타격했던 것으로 미뤄봤을 때 7일 밤부터 8일 새벽께로 추정된다.

스위스가 이번 갈등의 의사소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피습한 지난 3일로 예측된다.

스위스 뉴스 통신사 키스톤-SDA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이날 스위스 대사를 소환해 미국에 대한 격분을 토했다.

스위스 외무부는 이에 대해 "스위스는 이란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며,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인 의사소통 창구가 닫히지 않도록 노력한다. 스위스 외교 채널은 이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스위스는 이 지역의 갈등 확대를 막기 위해 양측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한 종교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 시설들을 타격할 경우 미국은 매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52곳의 이란 목표물들을 겨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1.5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한 종교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 시설들을 타격할 경우 미국은 매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52곳의 이란 목표물들을 겨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1.5


지난 5일에도 이란 외무부는 스위스 대사를 불러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란이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공습에 보복을 하겠다고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 중요 문화유산을 포함한 52곳을 겨냥해 반격하겠다고 위협한 날이다.

이날 로이터는 "이란 정부가 스위스 대사를 불러 미국에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짧은 보도를 한 바 있다.

8일 이란의 공격 이후 스위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스위스는 미국과 이란 간 심각한 긴장과 최근 이라크 내 폭력적 대립이 악순환되는 데 깊이 우려한다"며 "우리는 모두가 최대한 자제를 발휘해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피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위스는 역내 긴장 완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계획을 지지할 준비가 됐다"면서 "보호세력의 권한이라는 틀 안에서 스위스가 제공해 온 미국과 이란 간 외교 소통 채널은 계속 작동하고 있다. 스위스는 이 채널을 통해 여러 메시지가 전송됐음을 확인한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가 어떻게 교환됐는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스위스 외무부 성명은 양측이 의견 전송에 관여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취리히=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각각 억류하고 있던 상대국 학자를 맞교환했다. 사진은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가 자신의 전용기 앞에서 왕시웨 프린스턴대 대학원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은 국무부가 제공했다. 2019.12.08
[취리히=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각각 억류하고 있던 상대국 학자를 맞교환했다. 사진은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가 자신의 전용기 앞에서 왕시웨 프린스턴대 대학원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은 국무부가 제공했다. 2019.12.08


스위스의 이란-미국 중재 역사는 1980년부터 시작됐다.

이슬람 혁명 후 이란 국민의 반미 감정이 고조됐을 시점이다. 1979년 11월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미국인 52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이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은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스위스는 이란 내 미국의 이익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12월 미국과 이란이 억류하고 있던 상대 국가 학자를 교환했을 때도 스위스의 역할이 빛났다.

양국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나 미국은 이란인 생명과학자 마수드 솔레이마니를 이란에, 이란은 중국계 미국인 역사 연구가 왕시웨를 미국에 인도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왕시웨의 석방 협상에 도움을 준 스위스 동반자들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스위스 온라인 매체 스위스인포(Swissinfo)는 중립국인 스위스는 공식적으로 갈등 중인 국가들 간의 '좋은 외부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외무부 홈페이지에는 "스위스는 다른 이들이 꺼리는 곳에 다리를 건설한다. 우리는 어떠한 정치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의도를 숨기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는 설명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스위스 외교 채널, '미국-이란' 갈등서 중재 역할 빛났다

기사등록 2020/01/09 12:50:30 최초수정 2020/01/09 14:54:00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